받는 만큼 늘어나는 책임의 무게는 어떻게 극복하는가
가끔 막연한 두려움이 밀려드는 때가 있습니다.
정기평가에서 날카로운 피드백을 듣거나 개인의 KPI 성과가 지속적으로 저조한 구간을 지나고 있을 때 보통 그렇습니다.
술 한잔하고 나면, '까짓것 어차피 꿈이 없는 것도 아닌데 나가라 하면 나가지 뭐'라고 생각 들다가도, 지금 받는 만큼을 혼자서 다시 일궈야 한다 생각하면 한없이 막연해집니다. 전화위복이라던데, 남자답게 생각해 봐?라고 하기엔 외벌이 가장이라는 사실과 초등학생 자녀가 둘이나 있다는 사실에 한없이 겸손해집니다. 또 하루를 잘 보냈다는 생각은, 요즘 들어 정말 큰 선물이 되기도 합니다. 치열하게 보낸 시간들의 훈장이기도 하니까요. 퇴근하고 집에 와서 시원하게 한 모금하는 330ml의 맥주 한 캔이 그렇게 달콤할 수가 없습니다. 아내가 늦은 시간 해주는 계란말이는 말할 필요도 없고요.
시간이 지나고, 조직의 규모가 커지고, 사람이 늘어나면 책임의 범위가 넓어집니다. 위임해야 할 일들도, 챙겨야 하는 일들도 늘어나고요. 이러다 보면 내가 볼 수 없거나 보지 못하는 영역에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 없으니 함께하는 이들이 누구인지도 중요하고, 어떻게 성장할 수 있도록 리더로서 도움을 주느냐도 중요해집니다. 어찌 되었건 이 과정과 범주에서 모든 책임을 갖고 있는 사람이니 두려움이 찾아드는 때가 잦아지는 것은 당연할 수 있습니다. 다만 많은 시간 지금해야 하는 일에 집중하다 보면, 또 몰입하게 되면 이런 걱정들은 잊히게 됩니다. 오히려 하는 일 없이 뒷짐 지고 관리만 하며 좌빈둥 우빈둥 한다면 당연히 남는 시간 동안에 불안한 감정들은 계속해서 파고들겠죠.
그래도 다시 나의 마음과 정신은 평정의 상태를 찾습니다. 개인적인 시간 그리고 나만의 리츄얼을 통해서 말이죠. 짧게 3km 정도를 달린다거나 새벽 명상, 기록을 통해서 어제보다 더 성장한 상태에서의 평정심을 만나게 됩니다. '다 잘될 거야, 이 또한 지나가리'와 같은 머리와 마음이 따로 노는 무의미한 말보다 더 좋은 곳에 에너지를 집중시킬 수 있는 활동을 통해 내일의 두려움은 충분히 사그라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전, 이런 두려움을 나를 더 몰입하게 하는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일단 최대한 냉정함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상태에서 문제의 본질을 찾고,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합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높은 중요도른 갖는 일부터 파고듭니다. 단, 모든 방해요인-노트북, 휴대전화, 스마트워치-을 제거하고 문제해결의 로드맵을 그려야 하며 가장 단순하고 빠르게 해낼 수 있는 것부터 쳐내기 시작합니다. 이는 높은 우선순위를 갖는 일의 하부 실행방안이 되어야 합니다. 성과를 직접적으로 이끌어내는 실행과 함께, 방해받지 않는 곳에서 탄생한 해법들이 내가 가진 두려움을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이 된다는 것을 기억하면 되려 이런 어려운 상황들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 수준까지 이르게 되면 어려움을 달리 해석하게 되고 때때로 즐기게 되며 더더욱 내 강점을 인정받게 되기까지 하니, 우리는 상황을 다른 각도에서 해석해 보는 것도 꽤나 생산적인 선택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