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hnstory Aug 03. 2024

 평범한 은행원이 퇴사하고 스타트업에 갔더니

그것이 끝은 아니었으나, 급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최근 며칠간 앞으로의 커리어를 고민하고 현재 직장에서의 위치, 업무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며칠 글쓰기가 뜸했던 지난 시간들을 반성하며, 7월 100km 달리기 목표도 초과달성했던 스스로를 또 다독입니다.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내게 던지게 되는 질문도 많아졌어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생각됩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을 가고 취업을 하고 돈을 벌고 하는 이 모든 과정은 그렇게도 평범한 삶을 안내했던 교육 그리고 그런 일방적인 교육을 비판 없이 수용했던 나 자신과 부모의 다그침에 기인했다는 사실을 인정했어요. 생각이 조금 더 빨리 트이고 지혜로움이 있었다면 이렇게 멀리 오진 않았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오늘도 4km 정도 새벽 러닝을 하면서 몇 가지 느낀점들이 있었어요.

찌는 듯한 더위도 그늘에 가리어지거나 밤이 가까워지면 선선한 바람에 식어들더군요.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계절의 지속도 경계를 마주하며 반복되는 새로운 시작을 알리고 달리면서 느끼는 발바닥, 종아리, 허벅지, 그리고 헐떡이는 숨도 언덕을 지나 평지를 만나고 내리막을 달리며 조금은 나아집니다. 그리고 얼마간 달리다 다시 한번 고비를 맞기도 하죠. 그럼에도 계속 달립니다.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기어코 달려냅니다. 마흔의 중반이 다 되어 내가 여물어간다는 것을 느끼게 될 때는, 주위의 시선과 생각이 중요해지지 않고 내 안중에서 사라지게 될 때인 것 같습니다. 누가 뭐라 해도 '아, 그렇구나' 하고 넘기며 평온한 자신을 발견하는데 요즘은 이럴 때 뿌듯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의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요.



하지만 이 것이 통용되지 않는 곳은 있습니다. 직장에서요. 

이곳은 나의 영역이라고 보긴 어렵죠. 내가 아닌 타인과 조직이 만든 룰이 존재하는 공간입니다. 우리들은 꽤 오랫동안 이런 환경에서 살아남는 법들을 배웠고, 성장이라는 진화를 거듭했고 오늘을 살아가고 있어요. 언제까지나 조직의 품 안에서 천년만년 살 수 없음을 알고 있기에 이상적인 내일을 기대하며, 오늘의 답답함과 억울함을 참아내고 하루하루 배우고 익히고 버티고 견뎌내는 직업적 삶을 이어가기도 합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대게는 비슷할 거라 생각해요. 이 사실을 빨리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준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오늘로부터 배울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기록하고 나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준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급여의 5%를 매달 해외주식에 투자하고, 매달 독서를 위해 투자하며, 필요한 비즈니스, 마케팅, 명상 등의 강의에 투자합니다. 나의 삶을 좀 더 잘 준비하기 위해서 말이죠. 연봉을 1억을 받든, 2억을 받든 크게 뭐가 변하지 않습니다. 심적인 여유라는 것도 아주 미세한 정도라고 생각해요. 오늘의 여유 있음이 내일을 보장해주지 않고 이 돈의 원천은 내가 속한 회사의 경쟁력이 토대가 되는 것인데 하루아침에 무슨 일이 생길지는 모르는 노릇이니 지금 당장 연봉 1억이라 하더라도 마음이 편할 수는 없는 것이죠. 




그래도 다행인 건, 아직 우리에게 시간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될 일은 언젠가 될 것이고 급하게 생각할 것이 없기 때문이죠. 로마황제 아우구스투스가 자주 했던 말, Festina Lente를 생각합니다. 천천히 서두르는 것이죠. 성급할 이유가 없으나 꾸준히 가야 합니다. 인생의 버전 2를 생각하면서 말이죠. 지난 1주일 정도의 시간은 제게 이런 삶을 생각하고 준비하고 실행을 시작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지금 하는 일의 밀도와 강도를 통해 성숙해질 수 있으니 이 또한 게을리할 수 없습니다. 미래의 나침반을 얻게 되었으니 한동안 더 분주한 삶이 이어지겠네요!

이전 22화 퇴사만 하면 다 괜찮을 것이라는 믿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