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함께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순간을 꿈꾸며
아내는 둘째를 낳고 한동안 고민하다 복직이 아닌 퇴직을 선택했습니다.
저의 권유 그리고 아내의 고민이 있었죠. 만약 우리 둘 다 현상유지와 안정된 생활에 주안점을 두었다면 저 역시도 은행을 퇴사하지는 않았을 텐데, 당시 저희는 앞으로의 삶에 대한 구상이 많았습니다. 작은 방이 2개가 있었던 18평의 우리 집에서 8년 동안 희망적인 설계를 했고, 그 과정에서 아내는 퇴직을 결정했죠.
은행을 나오고 이직한 첫 회사에서 어느 정도 경제적 안정을 이뤄가던 무렵이었습니다. 두 아이를 키워가며 정신없는 시간들을 보냈던 아내는 조금씩 여유가 생기면서 커리어에 대한 생각들이 많아졌습니다. 뭐라도 하고 싶다는 얘기를 가끔 했었고 전 그때마다 나가서 고생하지 말고 여유 있게 보내라는 얘기들을 했었죠. 사실 아내가 사회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남편이 얼마를 버는지는 연관이 없는데 말이죠. 퇴사와 이직을 결정했던 저의 선택처럼 주부에서 직장인으로의 삶으로 회귀를 원하는 아내의 판단은 전적으로 개인적인 욕구에 기인한 생각들이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그렇지만 잘 이해하지는 못합니다. 전엔, 그럼 내가 육아를 할 테니 당신이 일하라는 농담도 했었는데 아내는 그때마다 제법 진지했었습니다.
지금도 기억나는 장면이 있어요. 유모차를 밀며 동네 산책을 하던 2016년 5월, 둘이 같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고민했었더랬죠. 아직은 실현전이긴 하지만 멀지 않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지금 제 머릿속으로 구상하는 몇 가지의 모습이 있는데, 거실을 심플한 오피스의 공간으로 꾸미고 아내와 저는 그곳에서 일을 하는 거죠. 또 다른 거실의 테이블에선 두 아이들이 책을 읽고 공부를 하고요. 준비 중인 일들이 잘 진행된다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엔 무언가를 같이 하고 있는 모습들을 상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금이라도 가족과 보내는 시간들을 늘리며 내가 잘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 지금보다 더 경제적인 여유를 누릴 수 있다면 저는 다시 한번 더 도약이 필요하겠네요.
연봉 2억 4천을 받는 직장인의 아내는, 두 아이의 교육과 가계의 안정을 추구하는 전문적인 가정주부의 삶을 살고 있지만 언젠가 경제활동을 하며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욕심을 조금만 보태자면 24시간 같이 일하고 생활하는 형태였으면 좋겠습니다. 결혼 당시에도 가끔 이런 얘길 했었는데 이젠 더 미루지 말고 실행할 때가 됐음을 느낍니다. 많이 설레는 일요일 오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