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어의 탄생: 익스피리언서(Experiencer)

경험을 이야기하며 타인과 조직의 삶을 조력하다

by Davca

한동안 나라는 존재에 대한 정의(?: 를 내릴 수 있는 주제인가에 대해서는 우선 논외로 하고)에 대해 고민했다. 여기서의 정의는 나의 길, 방향과 연관성 높은 '디테일하게 가능한 설명'으로 풀어보는 것이 낫겠다.


이름 모를 타인과 앞으로 특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조직의 성장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동기부여 전문가 혹은 자기 계발 전문가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은 나에게는 왠지 모르게 낯간지러운 것이었다. 부적절한 칭송 같다는 생각은 왜였을까.



2016년 5월 은행을 퇴사하고 8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래도 조직에 매몰되지 않고 나 자신을 찾을 수 있는 역할에 대한 희망을 안고 수많은 책들을 읽어 내려갔고 그 결과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방향을 제시하고 행동해야 하는 범주를 구체화하며 명확한 프레임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강도가 높을수록 그리고 성공의 크기가 높다고 생각되는 유명인의 전언일수록 그 파급력이 컸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그런 방법으로 유사한 성공을 만들어가길 희망하고 모사하는 경우도 나름의 후기들을 통해 확인할 수도 있었다. 대부분의 이들은 성공의 선험자인 이들의 '경험을 사는' 행위를 하고 있었고 '경험을 따라 하는' 시도를 하고 있었다. 내가 동경하는 누군가의 경험이 내게도 동일하게 적용되길 바라는 것인데 이 부분에서 쉽게 놓치고 간과하는 것이 있다. 일반적인 성공에도 흐름이 있다면:


시도-실패-수정-재시도-실패-재시도-성공-복기-반복-성공-반복-실패... 이런 유사함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생각하고 희망하는 성공의 흐름은:


타인의 성공 경험의 시도-성공-시도-더 큰 성공-반복-부자의 삶... 보통 이런 패턴이다. 성공의 순간은 짧을 수 있고 실패의 경험은 꽤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지 못한다거나, 실패 후 재시도가 반드시 성공을 불러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어떤 이는 지속되는 실패 후 한참을 지나서야 성공의 경험을 얻기도 한다. 스스로 원하는 결과물을 얻었다면 이 실패의 과정이 '경험'으로 중요한 역사적 가치를 지닌다. 물론 개인적 관점에서. 자 그렇다면, 우리의 별 것 아닌 무수히 많은 저 하늘의 별의 수와 같은 실패들이 언젠가 우리 역사의 거름이 되고 의미 충만한 경험이 될 수 있다는 것인데 우리는 자신 외부의 경험이 나의 그것보다 더 많은 가치를 지니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경험은 현재 나의 위치, 경제적 가치 등을 산정해 봤을 때 유용하지 않을 것으로 평가절하하는 것이다. 물론 타인의 경험은 많은 경우 도움이 되기도 한다. 가능성의 타진과 준비의 차원에서 말이다.



나와 자라온 환경, 현재의 직업과 환경 등이 유사한 누군가의 성공경험은 '나도 해볼 수 있겠다'는 도전의식을 불러올 수 있고,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나와 비슷한 연령대의 누군가가 시도했다 실패로 끝난 경험은, 내가 도전한다고 했을 때 어떤 것들을 더 치밀하게 준비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도 있다. 그 어떤 경험도 헛되지 않다. 단 그런 경험들과 관련된 일련의 기록들이 촘촘하게 정리되어 있다면 말이다. 우리의 기억은 왜곡될 수 있고, 미화될 수 있으며, 과대포장 될 수도 있다. 상황, 사건, 정리, 교훈, 적용 등 기억이 휘발되기 전 감각이 살아있는 그때에 날것의 느낌과 사실 그대로 정리되어야 도움이 되는 것이다, 만약 그런 레퍼런스가 충분하다면 다양한 사례로 기존의 개념 혹은 지식적인 내용들과 결합 지어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나의 경험이 기록적 가치가 있고 타산지석의 교훈이 되며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정도의 내용이라면 주관적 생각과 객관적 이론을 결합시켜 둘 필요가 있고 충분히 그 정도의 수고를 감내할만한 투자가치가 있는 것이다. 이 정도의 단계는 처음부터 시도해 보기보다 먼저 개인의 기록 정도로만 꾸준히 남겨두는 습관을 들여보는 것이 좋다.




익스피리언서는 그런 일을 하는 존재다. 나의 경험을 정해진 프레임 안에서 잘 정리하는 것, 그래서 그 자료들을 바탕으로 있는 그대로 사람들, 조직과 공유한다. 조언을 하고 가이드라인을 주고 지시를 하는 존재가 아니고 함께 방향을 만들어가는 존재다. 특유의 색을 내기 위해 어떤 물감들을 섞고 물은 어느 정도로 혼합해야 하는지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상호발전 하는 존재여야 한다. 익스피리언서는 인플루언서와는 다르다. 인플루언서는 그 자체로 행동강령이 될 수 있고 유행이 되며 마케팅이 된다. 가치판단을 배제한 추종자가 셈할 수 없을 정도로 넘쳐날 수 있다. 다방향의 소통보다 일방의 Top down에 가까운 소통이 이루어진다.

이에 비해 익스피리언서는 스스로의 경험과 타인/조직의 의견과 생각을 더해 새로운 방향으로 향할 수 있도록 기여하고 그 과정에서 익스피리언서 또한 성장한다. 8년 전 은행을 퇴사했을 때만 해도 나는 매우 특이하고도 이상한 존재로 비쳤다. 실제로 그랬다. 주위의 모든 이들이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게 불편한 과정을 감내하고 퇴사를 했는데, 나와 버린 세상에서 나는 한동안 더듬이를 잃어버린 곤충처럼 지금의 이 자리에서만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마치 나의 영역이 넘으면 안 되는 선처럼 명확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던 내가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형태의 노동을 하고 경험을 하며, 이전에는 겪어보지 못했던 치욕스러움과 터질듯한 만족감 그리고 다시없을 것만 같은 몰입의 경험을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은행에서 함께 했던 이들이 나를 찾기 시작했다. 이직의 경험을 묻고, 도움을 줄 수 있는 헤드헌터를 소개요청 했으며, 그간의 과정을 듣고 싶어 찾아왔다. 엄청난 부와 성공을 이룬 것이 아니었음에도 난 누군가에게 '나만의 오래된 경험들'을 꺼냄으로써 그들에게 미약하게나마 도움을 주기도 했던 것이다. 이제 이런 관계는 매우 확장되었다. 이전 직장에서 만난 이들, 예전의 팀원들, 사회에서 다양한 형태로 맺게 되어 만나는 CEO와 임원들은 각자의 경험과 생각을 이야기하며 '협업'을 논한다.



나는 스스로를 익스피리언서(experiencer)라고 칭한다.

구글링을 했을 때 사전적 수준의 정의를 나타내는 몇 가지 단어를 제외하고 아직은 특정인을 지칭하거나 직업적으로 사용되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어도 지금까지 찾아본 봐에 의한다면. 이게 중요한 것은 아니겠지만, 내게 의미가 있는 것은 내가 정의하고 싶었던 나의 역할 그리고 방향이 좀 더 명확히 구분 지어질 수 있었다는 점이고 이런 관점에서 맞이하는 오늘 그리고 내일은 내게 새로운 문을 열어주고 있음을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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