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리더여야 하는가
리더로서 가장 안타까운 일은 사람을 잃는 것이다.
인재경영을 지속하는 삼성의 이재용 회장이 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2주기 추모식 이후 열린 사장단 간담회에서 했던 얘기가 생각난다.
창업 이래 가장 중시한 가치가 인재와 기술입니다. 성별과 국적을 불문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인재를 모셔오고, 양성해야 합니다
기업은 지속적으로 회사의 귀중한 자산이 될 인력을 육성/성장시켜야 한다. 직원 스스로 그런 마음을 갖는 것도 중요하고 기업 또한 직원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함께 갈 수 있도록 보듬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리더이다. 지금껏 함께했던 많은 팀장, 조직장, 본부장 및 임원들을 떠올리면 천차만별 각양각색의 리더가 존재했고 지금 또한 그러하며 앞으로도 이는 좀처럼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어떤 분은 우리 아이들 또한 이분께 업무를 배우며 한 팀에서 일하는 영광을 누렸으면 좋겠다 생각 드는 분이 있고, 어떤 이는 어쩌다 리더의 자리를 차지했을까 싶은 사람도 있다. 이끄는 성향과 모습은 매한가지 일 수 없다 보니, 지배를 받는 이의 성향에 따라 좋고 나쁨 혹은 리더로서의 역량이 넘치거나 부족하다는 판단은 다분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리더로서의 '가치'를 인정받는 분들을 보면 개인적인 감정과는 무관하게 좋은 평가를 받는다. 나 역시도 그들의 성향과 팀과 조직 전체를 이끄는 모습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에 공통적으로 귀감이 될 만한 점들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1. 일관성 있는 행동
직원을 대함에 있어 다름이 없다. 어떤 역할이든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조직이 만들어내는 성과에 일조하는 이들이다. 임원이든, 관리자이든, 계약직이든 똑같은 직원이다. 사람이 중요하고, 처음이자 끝에 모두 사람이 있음을 빨리 깨달을수록 조직의 문화에는 상호존중과 배려가 자연스럽게 흐른다. 오랜 시간 함께한 이들과 새로 합류한 직원들 사이에 편견을 두지 않아야 한다.
2. 신뢰에 기반한 위임
방임 같아 보이지만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 인지가 높다. 흐름을 파악하고 적절한 순간에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그러면서 조직장에게 많은 것들을 위임한다. 주기적인 소통을 통해 현안에 대해 공유받고 의견을 전달한다. 지엽적인 것까지 챙기기 위해서는 부서별로 핵심적인 내용들을 보고하는 주체와 주제에 대한 체계가 잘 갖춰져 있어야 한다. 중요한 전제는, 리더 스스로가 팀원들로부터 신뢰를 받는 존재여야 한다. 이것이 바로 잡히지 않은 곳에서의 위임은 누수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3. 감성과 이성의 중간 어디쯤에 있는 태도
메마르지는 않았으나 편할 수 없고, 우습게 대할 수 없으나 존재로 든든함을 주는 리더가 있다.
함께하는 동안 많은 것들을 배우는 중이라는 생각이 끊이지 않는다. 절로 Respect이라는 단어를 생각게 하고, 그의 빈 공간을 어떻게든 메우려 애쓴다. 여기에서 Royalty가 생긴다. 사적인 자리에서 직원들과 교류하며 공감의 강도를 높이지만, 업무에 대해서는 드라이한 존재이다. 생각이 명확하고 팀이 달성해야 하는 대상을 분명히 규정한다. 조직이 한 지점을 향해 갈 수 있도록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감성과 이성 중간 어디쯤에서 균형을 잘 잡고 있어야 한다.
4. 버스에서 하차시킬 이들을 빠르게 솎아낸다
조직의 에너지를 고갈시키는 이들이 누구인지 알고, 조용히 정리한다. 최악의 경우도 경험했는데 내려야 할 이들을 신뢰하고, 함께 가야 할 이들을 무리해서 정리한 경우이다. 리더로서 신뢰를 잃고 조직의 분위기는 내리막길을 걷는다. 긍정적인 에너지가 충만해야 하나 구성원들은 각자도생의 길을 모색하기 시작하고, 반목과 불신이 쌓여간다. 공정하지 못한 판단과 결정력에 위기를 느낀 이들은 하나둘 떠나가는데, 가장 역량 있는 이들은 떠나가고 갈 곳이 없는 이들 혹은 이런 분위기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직군의 이들만 남게 된다.
5.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아무도 리더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조직이 있다. 연락이 제때에 닿지 않고 중요하고 시급한 건들의 결재가 쌓인다. 리더의 잠수는 치명적이다. 무책임을 넘어 무능함을 드러내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어떤 형태의 연락이든 답이 없고 이런 경우가 계속 반복된다면, 그런 조직에 속해 있다면 당신은 그런 사람에게 회사생활의 안정을 맡기고 있는 셈이다. 수십 년간 인생을 바쳐 일한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향할 수밖에 없었고, 생사를 걸고 투쟁해야 했던 이유가 무엇이던가. 나의 처절함과 진심이 리더들의 안일함과 무사태평으로 인해 상쇄되고 경영이 흔들리며 재무구조가 혼탁해져 계속 경영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다 같이 갈 수 있는 구조에 대해 리더는 고민하고 설계하며 개선해야 하는 책임이 있으니 이를 외면하는 자는 종국에는 그 자리를 내어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6. 팀과 조직의 존폐를 단독으로 결정하는 리더의 위험성
모든 것이 소통이고 이해이며 설득과 양보 그리고 희생으로 이루어진 것이 조직의 역사이다. 별 것 아니라 생각했던 작은 부분에서 문제는 커질 수밖에 없고 구성원들은 동요하게 된다. 이를 진압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 하고, 그나마 있던 직원들도 하나둘 스스로의 희생의 헛됨을 깨닫고 이성을 찾는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소통이다. 일방향의 통보가 아닌 양방향의 대화가 필요하다. 같은 눈높이를 갖고 지금의 문제를 각자의 입장에서 솔직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헌신과 성과의 역사가 허무하게 기억되기 시작하는 순간 모래성은 무너져 내린다.
이제는 더 이상 따르기 어려운 리더가 되어서는 안 된다.
리더가 무너질 때 등 뒤에서 나를 받쳐주고 옆에선 손을 잡으며 어깨동무를 해주는 이들이 있다. 드라마에서만 있는 일이 아니다. 나의 아저씨에서 박동훈 상무와 같은 리더는 어디에나 있다. 대게 그런 인물들이 조직의 그늘에 가리어지기에 드러나지 못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가치가 빛나고, 난 자리의 쓸쓸함과 그리움이 사무친다. 잘하는 조직과 아주 잘하는 조직의 차이가 보이지 않는 유대감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 전혀 생소하지 않다. 언젠가 우리 모두 누군가의 리더일 수 있다. 충성심까지는 기대하지 않는다 해도, 당신을 따르기 어렵다는 얘기를 계속해서 듣게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기에 서로의 시간과 에너지가 미친 듯이 아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