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팻 지틀로 밀러 * 그림 엘리자 휠러 * 옮김 임경선
동화를 읽었습니다.
근처 도서관 유아코너에 혼자 서서 읽으며 읽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심장이 빠르게 뛰기도, 나의 뿌연 내일이 보이기도, 앞으로 무엇을 해보면 좋겠다는 연기 같은 의지도 슬며시 왔다 금세 사라졌습니다. 잃고 싶지 않은 이 감정과 기분을 조금이나마 더 붙잡아보기 위해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적어봅니다.
동화책이 동화책인 이유를 알겠더군요.
각 페이지마다의 그림들을 한참 동안 내려다봤습니다.
길을 따라가는 여행을 떠나는 토끼, 그 길 위의 악어 부녀, 여행가방을 들고 가는 부엉이, 작은 배를 타고 손을 흔드는 생쥐 부부. 자연을 걷고 또 분주한 도시의 빌딩 사이를 걸으며 수많은 이들과 마주치고 계획되지 않은 이곳저곳의 행선지로 다양한 장면을 경험하고 있었습니다.
또다시 어느 곳으로 가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는 우리의 주인공, 토끼는 다시 고민하다 강과 바다로 또 들판을 따라 자전거로 달려갑니다. 흩날리는 낙엽으로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두 뺨으로 바람을 맞습니다. 저 앞에 지나가는 또 다른 동물 여행꾼들은 토끼를 향해 손을 흔듭니다. 밤을 함께 보내며 축배를 들었어요. 이쯤에서 고민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나는 어느 길로 가야 하는 것일까
마음이 원하는 대로 발을 디디면 됩니다. 길은 늘 그곳에 있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다양한 군상은 어떤 길에 몰리기도 합니다. 하나 그들이 경험할 수밖에 없는 오르막 또한 있을 겁니다. 그렇게 힘겹게 오른 정상에 다다르면 세상 뿌듯할 수가 없습니다. 이 길 위에서의 경험들은 차곡차곡 쌓여갑니다. 나의 기억, 꿈, 아팠던 기억들과 사건들 모두 말이죠. 그 길을 따라 어디든 향할 수 있고 우리의 여행을 마치는 어느 날엔 또 언제든 그 길을 따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집으로 가는 그 길을 선택하는 것 또한 우리의 마음이 이끌었을 테니까요.
길을 나서기 전에 두려움과 걱정에 압도될 때가 많았습니다.
어떤 선택이든 그건 자신의 몫이어야 하고 나의 마음을 따라가면 되는 것인데 말로는 너무 쉬웠던 이것을 행하는 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길은 어느 곳으로도 향할 수 있고 그 길 위에 뿌려진 우리의 흔적은 지워지지 않으니 언제든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것인데 무엇이 그렇게 두려웠던 것일까요. 우리의 길들은 어느 날 서로 만나기도 하고 또 새로운 길들을 내어주기에 일단 걸어가 보면 될 것을 주저함은 시간을 빠르게 집어삼켰습니다.
여전히 어느 곳으로 가야 하는지 고르기는 어렵습니다. 우리의 빠른 셈 덕분에, 확률로 인한 두려움 때문에, 우리는 주저합니다. 길은 언제든 그곳에 있고 누군가는 그 길을 나섭니다. 인생의 길은 우리보다 기억력이 좋고 가끔 내가 기억조차 하지 못했던 지난 일들도 상기시켜 줄 테니 다가오지 않은 내일에 대한, 아주 먼 미래에 대한 치밀한 계산은 접어두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계산이 적중할 확률은, 아마 제로에 가깝지 않을까요. 당장 1년 전에 예상했던, 꿈꿔왔던, 계획했던 모든 것들이 이루어진 그 모습이 지금의 나의 모습과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신중히 하나하나 살펴본다면 불필요한 계산에 집착하는 것은 내려놓아도 좋을 일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의 마음을 억누르기보다,
일단 내 마음속 그 길로 여행을 떠나보는 '나만의 선택'을 할 수 있는 2025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길은 이리로 저리로 구부러져.
구불구불 가다 보면
예상치 못한 것들을 만나기도 해.
뜻밖의 기쁨을 누릴 수도 있지.
길을 따라 우리는 만났다가
헤어지기도 해.
어떤 길로 떠날지,
그냥 여기 있을지.
그건 네가 선택하면 돼.
길은 쭉쭉 뻗어 나가.
일렁이는 강을 넘어,
철썩이는 바다를 건너,
저편으로.
한때 떨어져 있던 두 곳을 잇는
숨 막히도록 아름다운 다리가 보여.
다리를 건널까 말까 고민되니?
너의 마음을 따라가면 돼!
길은 서로 만나기도 해.
혼자 좁고 외딴 길을 가다 보면
스스로 길을 만들어 가는 것만 같아.
그러다 새로운 길이 나오고,
두 여행길은 하나가 되기도 해.
훨씬 재미있는 일이 펼쳐질 거야!
길은 조금씩 넓어져.
길이 좁으면 여럿이 함께 가기 어려우니까.
넓어진 길을 따라 새로운 곳으로 모험을 떠나자!
어떤 길로 갈지 여전히 고르기 어렵다고?
간단해!
너의 마음이 원하는 대로 가면 그만이야.
길은 모든 걸 기억해.
인생의 크고 작은 일들을,
쿵, 하고 넘어졌을 때를,
꿋꿋하게 일어났을 때를,
네가 어디서 출발해 어디로 갔는지를, 무엇을 꿈꾸었는지를.
심지어 계획하지 않았던 일까지도 다 알고 있어.
- <<어느 멋진 여행>> 중에서
https://www.youtube.com/watch?v=PWmfn3agzr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