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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도구로 성장하기

Growth = Imagination + Simplification

by Johnstory

물리적 비용을 투입하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물리적 비용을 어떻게 제한적으로 정의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기에 금전적 비용으로 한정해서 생각해 본다면, 완벽한 제로 상태 그러니까 일절 금전적 비용을 투입하지 않고 나의 성장을 위해 무언가를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이 시점 이후부터의 비용은 들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현재 나의 성장을 위해 활용하는 도구들은 언젠가 내가 지불한 비용의 대가일 수 있으니 말이다.


생산성 도구가 난무하는 시대다. ChatGPT의 종류도 방대하고 SNS를 보다 보면 쇼츠를 통해 이런 도구의 활용법과 무료 프롬프트를 배부한다는 홍보성 글이 넘친다. 누군가에겐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피곤한 상황이다. 뭐든 적당히 해야 하는데 차고 넘치다 보니 선택의 문제에 직면한다. 그리고 아직 내가 가진 정보로는 무엇이 '더' 나은 것인지, 무엇이 나에게 '더' 적합한 것인지 가려내기가 어렵다. 다시 또 외부의 힘을 빌린다. 유튜브를 보고, ChatGPT에게 질문하여 나의 결정을 위임한다. 편하지만 산뜻하지 못하다. 분명 나의 수고로움을 덜어주고 방대한 양의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주고 근거도 제시하며 레퍼런스도 주석으로 달린다. 보다 높은 수준의 퀄리티를 찾는다면 유료 버전을 결제하면 된다. 내가 경험하는 편리함의 당연한 대가다.


의존성이 높아져 가는 가운데 우리의 상상력과 생각들은 갈수록 설 자리를 잃어간다.

우리의 업무가 편해질수록 생산성의 도구 안에 우리의 사고도 갇히게 되는 것은 아닐까. 먼저 떠난 어떤 이는 종이와 연필 그리고 상상력으로 인체의 신비를 그려내고 불후의 명작들을 남겼다. 천재적이며 예술적 영감으로 후세에 남을 음악을 만들어내기도 했고, 생산성 도구라는 것이 그저 먹과 한지였을 시기에 실사구시의 결과물과 역사적 사료를 남겨 우리에게 물려주었다. 상대성 이론과 전구의 발명의 원천이 되어준 것은 그저 기록할 수 있는 재료가 전부였다. 나머지는 그들의 생각, 영감, 상상력에 기인한 것이었다. 편리하지만 편안하지 않다. 문득 23년 전 개봉했던 <이퀼리브리엄>이 생각났다. 잠깐이나마 머릿속에 머물렀던 생각들이 기우이길 바란다.


지금의 시대에서 ChatGPT의 역할을 배제하고 살아갈 수 있을지 자신하기 어렵다.

또한 이 기술적 진보를 활용하지 못한다면 어떤 영역에선 이미 뒤처져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편리함에 익숙해지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해야 하는가, 나 다운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잃어감을 걱정해야 하는가.

새벽의 고요함 안에 잠에서 덜 깬 눈으로 허공에 난무하던 생각들을 기록하고 재편하고 글로 옮기고 다시 생각하고 나만의 실행을 하는 일상이 주는 아름다움을 수호하는 삶을 살고 싶다. 다른 비용을 들이지 않더라도 새벽공기를 맞으며 공원을 달리고 몸을 움직이며 열을 낸 다음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따뜻한 세작(細雀)을 한잔 우려 마시는 시간의 고요함이야말로 진정한 나의 성장을 돕는 것이 아니겠는가. 가볍고 단순한 일상을 유지하고 나만의, 오로지 나만의 생각들로 채워지는 공간 안에서 내가 성장할 수 있는 삶을 그려나가는 하루하루가 반복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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