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 선정 4주년에 즈음하여
평일 오전 11시 51분, 연락이 오는 곳도 연락을 할 수 있는 곳도 없다.
사십 중반에 다다르니 협소해진 인간관계가 가벼우면서도 서운해진다. 한때 형동생을 부르짖으며 부딪혔던 술잔은 먼 옛날의 추억이 되어버렸고 이제는 그 얼굴과 목소리도 가물가물해 그가 누구였는지도 헷갈리는 시절을 살고 있다.
그렇게 좋다며 끼고 살던 책을 읽는 것도, 매일 새벽을 달리는 것도, 무엇을 위해서였는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고 내 숨 쉴 공간을 줄여나가는 이런 일들이 갑갑하게만 느껴졌다. 체계적인 준비와 구상을 통해 정제된 글을 쓰는 것에 골몰하던 내가, 순간의 일렁이는 감정을 되는대로 적어 내려 가는 사람이 되어버렸고 그리 하여도 문제 될 것 없는 인생이었는데 너무 많은 것을 재고 따졌던 지난 시간들이 서럽게 다가왔다.
매년 뭔가를 쓰고 엮고 나름의 응모를 하며 쌓아 온 시간이었는데 과연 지난 시간 동안 난 무엇을 남겨온 것인지 묻게 된다. 저물어가는 시간을 추억하는 것이었을 뿐, 큰 기대를 가진 것은 아니라는 변명을 해볼 여유도 없이 나의 실망감은 커져간다. 그래도 한 번쯤은, 이런저런 이유로 주목해 줄 수 있는 것 아니었나.
쓰던 때에도, 그렇지 못했을 때에도 나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쓰는 대로, 쓰지 않는 대로의 부담은 나의 마음과 글을 솔직하지 못하게 만들었기에, 다시 읽어볼 용기를 내는 것이 어렵게 되어버렸다. 그러나 분명히 남은 것은 있다.
안정감을 느끼기에 충분한, 소속감을 가지고 있는 이가 되었건 아님 지금의 나처럼 자연인으로서의 삶을 누리고 있는 사람이 되었건 이 작은 공간은 내게 숨 쉴 '틈'이다. 골든타임이란 없는 에어포켓이다. 언제든 이곳에서 숨을 쉬고 나를 느끼고 찾고 경험할 수 있다. 꼭 브런치라는 공간이 아니어도, 이것은 글 쓰는 행위가 내게 주는 유용감일 것이다. 아무리 부족한 이라도, 그가 경험하는 세계는 유일한 것이고 그의 시각과 판단과 해석은 자유롭기에 언제든 빛나는 것들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다.
오감이 요동치는 찰나를 놓치지 않고 기록할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끼는 겸손을 내게 주는 이 작은 공간, 브런치는 내게 희망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