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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발견

by Johnstory

누구도 책임져주지 않는 나의 행복은 늘 공기처럼 내 주위에 있다.



방학이라 건강 피자 만들기 키트를 아내가 준비했다. 두 아이는 식탁에 앉아 위생장갑을 끼고 진지하게 토마토소스를 얇은 또띠아 위에 펴 바른다. 피망도 넣고 양파도 넣고 옥수수와 잘게 썰어진 햄도 뿌려 넣는다. 먹기 좋게 썰린 버섯을 마지막으로 피자치즈를 골고루 뿌려준다.

각자의 접시 위에 만들어진 피자는 아내에게 전달되고 아내는 오븐에 굽기 시작한다. 먹기도 잘하지만 만드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아이들이다. 무엇이든 직접 해보고 느끼고 깔깔대며 웃어대는 것은 아이들의 특권이자 혜택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무래도 저녁으로 네 식구가 먹을만한 양이 나오지 않아 남아있는 우유식빵을 또띠아 대신 사용하기로 했다. 아이들은 더더욱 신났다. 아빠가 좋아하는 양파와 피망을 가득 넣어달라 했다니 자기들이 먹기 싫었는데 다행이라며 키득거리며 신나게 뿌려댄다. 저녁 6시 48분이다.



지난 며칠간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활짝 열고 있었다.


여전히 습도는 높지만 새벽과 밤에 부는 바람은, 입추가 지난 지금의 시절을 증명하는 듯하다. 제법 가을밤 공기의 맛이 난다. 밖을 바라보며 어스름해진 청계산을 눈으로 더듬어본다. 청약에 당첨되어 이곳에 입주한 지도 2년 차다. 살아온 시간들이 쉬웠던 적은 없었지만, 운이 비껴갔던 삶은 아니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하는 시간이었다. 창으로 불어오는 밤바람을 맞으며 글을 쓰는 이 시간에 느껴지는 행복은 단출하다.

사랑하는 아내와 두 아이들, 그리고 우리 가족의 건강, 우리가 편히 몸을 쉴 수 있는 집, 매일 새벽 꾸준히 달릴 수 있는 두 다리와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는 시간들. 공기 같은 나의 행복이다. 의식하지 않으면 잃어버릴지도 모를 행복이다. 행복은 추구하는 것이 아닌, 발견하는 것이다.



35도가 넘어가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집안의 모든 창을 닫고, 에어컨을 26도에 맞춰 거의 하루 종일 가동했는데 이러다 곧 추워지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시적으로 심해진 두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불어오는 바람에 대한 고마움과 동시에 여름이 시원하길 바라는 것 또한 욕심임을 깨닫는다. 더우면 더운 대로, 살아있는 지금의 시간을 살아야 한다. 그러면 오늘 밤처럼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는 순간이 온다. 기다림의 시간은 결코 무용하지 않다. 가만히 앉아 나의 행복을 발견하는 일은 결코 어렵지 않은 일이다.

거실에서 이불을 깔고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잠을 청하는 오늘의 시간도 행복이라 말할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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