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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발견

by Johnstory

아른 아침,

등교를 준비하는 두 아이의 아침을 차려본 부모는 안다. 가방을 메고 문을 나서기 전까지 남은 시간을 계산하여 밥과 반찬의 온도를 확인하는 마음을 내어본 부모는 안다. 그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매일이 특별하지 않은 반복이기에 알아차리지 못할 뿐이다.



한여름,

관악산 앞 계곡에서 쉴 새 없이 물놀이를 하고 돌아온 아이들의 신발을 손빨래해 본 아빠들은 안다. 함께하지 못한 시간들과 그런 것을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그들만의 시간을 즐겼을 그때를 상상하며 씁쓸하게 웃어봤을 아빠들은, 그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안다. 아빠로서 가장으로서 해야 하는 것이 가계의 경제안정을 도모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될 때, 그리고 가족의 시간 일부로 침투하려는 마음이 커져 다른 것들이 잘 보이지 않기 시작할 때 비로소 삶의 기쁨을 만질 수 있게 된다.



지나가는 말로 했던 한마디에,

그렇게 먹고 싶던 장모님의 멸치볶음을 받아 든 날 나는 나를 낳지 않은 분으로부터 또 다른 사랑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당신의 딸이, 손녀와 손자를 잘 지켜달라는 소리 없는 당부의 말이었음을 안다. 아내에 대한 장모님의 사랑을 내가 대신 받은 것임을 안다. 부모는, 자식의 부족하거나 넘치는 것에 대해 평가하지 않으며 오늘과 내일의 삶이 당신들의 그것보다는 조금 더 나은 것이기를 바란다. 그리고 아주 많은 시간이 지나, 부모가 곁에 없는 순간을 맞이하게 될 때 그것이 사랑이었음을 알게 된다. 나의 관찰력이 조금만 더 예민하다면 사랑이 오는 날, 그 사랑에 대해 감사하고 기뻐할 수 있을 것이다.



모처럼의 주말,

뜨거운 여름의 낮 길을 걸어 부모님 댁에 도착했다. 집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냉장고를 열어 시원하게 마실 것을 고르라 한다. 집에서는 잘 먹지 않던 코코넛 워터 한 팩을 골라 원샷을 했다. 그 모습이 뭐가 좋았는지 칠순이 넘은 엄마는 흐뭇하게 나를 바라본다. 무릎이 불편하여 이제는 앉아있는 것이 더 편해진 아버지는 지난달 보다 다리가 더 얇아지셨다. 시선이 아래로 향하는 나를 옆에 두고, 나의 회사와 일과 미래를 걱정하신다.

여전히 난 나의 부모님 눈에 여덟 살 어린아이일 뿐이다. 아들의 목마름이 당신의 나이 듦보다 마음 아프고, 한창때인 아들의 생활을 당신의 건강보다 더 걱정인 부모의 마음은 고전적인 사랑의 마음이다.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변해도 결코 달라지지 않을 진한 사랑이다.



며칠 전,

아내는 두 아이를 데리고 친구 집에 놀러 갔다. 저녁 시간이 될 무렵 둘째 녀석이 전화를 했다.

아빠, 밥 먹었어? 뭐 먹었어? 시켜 먹을 건 아니지?

작은 목소리로 통화하는 아들에게 물었다. 아빠 밥 챙겨 먹으라고 몰래 전화한 거냐고. 또 조용히 그렇다고 답한다.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은 두 살 터울 누나보다 더 살갑고 정도 많고 눈물도 많다. 그런 아들은 아빠가 집에서 혼자 밥도 안 챙겨 먹고 있을까 봐 걱정이었다고 한다. 본능적인 그 마음, 친구집에서 짜장면과 탕수육을 먹으면서 그 순간 아빠가 생각나서 전화를 한 그 마음이 사랑이란 것을 아이들은 언제쯤 알게 될까.



모든 것이 너무 가까이에 있었다.

나만 모르고 있었고, 때때로 자극적인 것들에 순수하고 소중한 마음들이 묻혀 고마움을 모른 채 살았다. 가만히 눈을 감고 내가 발견한 사랑의 흔적들을 되짚어보니 말할 수 없이 많은 장면들이 하나둘 떠오른다. 추구하는 마음보다 발견하는 마음의 기쁨을 알게 된다. 조금 더 절실하고 예리하게 순간을 살아가는 것이 내가 스스로에게 주는 축복임을 알게 된다. 그 사랑의 마음을 더 많이 발견하는 어른으로 살 수 있다면 나의 남은 생은 더더욱 기쁨과 즐거움으로 가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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