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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고의 발견

그리고 그것을 조건 없이 수용하는 사람들

by Johnstory

우리 모두의 경험은 완벽하지 않다.



여기에서의 완벽은 '모든 것'에 대한 경험의 유무이고 이는 어느 누구에게도 불가능하다. 고로 자신이 몸 담은 영역에서의 경험이 자신이 알고 있는 전부가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은 자신의 레퍼런스가 된다. 중요한 건 이것이 완벽한 이정표는 아니라는 사실. 단순한 매뉴얼이라면 사람을 통해 구전되지 않더라도 잘 짜인 형태로 특정인들이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여기에서 확인하기 어렵거나 실전에서의 지혜가 필요하다면 해당 경험을 높은 빈도로 수행한 이들을 통해 노하우를 전달받을 수 있을 것이고 완벽한 경험은 아니나, 효율을 높여야 할 때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우리가 기대하는 삶의 진리에 대해서는 스스로 좀 더 많은 경험과 자신만의 정리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나만의 기준이 생겨 어설프게 떠드는 이들이 주입하려 하는 이야기들을 가볍게 거를 수 있다. 여과의 도구는 자신의 생각과 경험과 재치와 아이디어들의 조화 속에 만들어진다. 그래야만 하는 것이기도 하고. 타인에게 정답이 내게도 정답일 수 없다. 다수가 선택하는 것이 내게도 옳다고 말할 수 없다. 각자 주어진 생을 살겠지만 앞으로 남은 시간은 모두가 다를 것이고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수년 전, 내게 충고하는 이들의 한마디에 괴로워하던 때도 있었다. 이제 와 생각해 보면, 지금의 마음 상태 정도라면 웃어넘길 수도 있는 일들이었는데 당시엔 그것이 되지 않았다. 살아온 절대시간의 많고 적음으로 난 상대에게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고 그 이야기들이 수용해야 하는 진실이라 여겼다. 그러나 그 또한 완벽한 인간이 아니었고 자신이 경험한 것 이상으로 나의 안목을 넓혀줄 수 있을만한 사람은 더더욱 아니었다.


나 또한 그러하다.

어느 누구도 완벽하지 않고, 완벽하지 않은 이의 경험에 견주어 내게 하는 충고는 적당히 거를 필요가 있다. 그래서 나이가 들며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답시고 하는 한두 마디의 짧은 이야기들이 부담스럽다. 그나마 이런 곳에서 나를 아는 이들이 결코 나임을 알 수 없을 이야기들을 짤막하게 적는 것으로 마음의 소리를 갈음한다. 몇 년을 써왔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나 역시도 주제넘게 끄적인 것들이 수두룩할 것이다. 이미 엎질러진 물과도 같으니 주워 담을 수도 없다. 흔적을 지울 수도 있겠지만 지나 온 시간마저 부정하는 것 같아 나 스스로 반면교사로 삼을 생각이다. 요즘엔 누군가의 조언이나 충고보다 더 짙은 진실을 깨우쳐 가는 중이다. 세상이 결코 자신의 삶에서 성공했다 여기는 누군가의 몇 가지 원칙들로 동일한 모습의 성공을 만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렇게 간단하지도 않거니와 각자가 살아온 아주 오래전의 시간과 환경에서부터 모든 운과 변수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물론 성공의 가능성이 누구에게든 열려있음을 부인하고 싶지는 않다. 헨리포드도 말하지 않았던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든, 할 수 없다고 생각하든 당신은 옳다고. 누구든 자신이 생각하고 상상하고 믿는 크기만큼을 이루면서 산다. 불가능한 꿈을 꾸고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일들을 완수하는 이들도 있지 않던가. 여기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결과적으론 내가 만들어가야 한다. 누군가의 지시와 충고에 압도될 필요가 없다.



자신의 삶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저마다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내 우주에서 나의 이야기는 고유하다. 나의 바람과 생각 또한 고유한 나만의 것이다. 물들지 않은 순수함, 지극히 개인적인 고유함을 잃지 않기 위해서 스스로 배우고 경험하고 쌓아가야 한다. 실패와 후회가 가득한 과정이라 하더라도 내 식대로 가야 한다. 군계일학의 모습은 아닐지언정 다수의 군중에 매몰되어 나를 잃어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것도 어설픈 이들의 충고 때문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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