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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가 보고 싶어(4)

겨울이 끝나고 봄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사람들 <남한산성>

by 권수아 Mar 02. 2025

 나는 책 <남한산성>을 2010년에 사서 읽었고, 2011년에 김훈 작가의 강좌를 듣고 그 책에 사인을 받았다. 그리고 영화 <남한산성>을 그 영화가 박스오피스 1위를 했을 무렵인 2017년에 친한 언니와 함께 영화관에서 보았다. 또, 이 글을 쓰기 위해 작품 <남한산성>을 다시 접했다. 그렇게 나는 책으로도 영화로도 작품 <남한산성>을 많이 접했다. 나의 네이버 블로그에 '남한산성'을 검색하면 5개의 글이 나올 정도다. 나는 이렇게 각별한 작품 <남한산성>에 대해 서술하고자 한다. 특히, 책보다는 영화 <남한산성>에 대해 서술하고 싶다. 왜냐하면, 원작보다 각색물이 더 좋았기 때문이다. 물론, 원작이 별로라는 건 절대 아니다. 원작이 좋아야 색물도 좋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책 <남한산성>은 좋았고, 영화 <남한산성>은 더 좋았다.


 영화 <남한산성>은 익숙하면서도 새롭다. 익숙한 이유는 익숙한 감독과 익숙한 음악가와 익숙한 배우가 힘을 모아 만들었기 때문이다. 영화 <남한산성>은 영화 <도가니>(2011)와 <수상한 그녀>(2014)를 만든 경력도 있는 황동혁 감독의 작품이다. 최근에는 드라마 <오징어게임> 시리즈로 엄청난 흥행을 거둔 그 감독 말이다. 그리고 영화 <남한산성>의 음악은 사카모토 류이치가 맡았다. 사카모토 류이치는 여러 음악으로 유명한데 특히 영화 <전장의 크리스마스>의 ost 'Merry Christmas Mr. Lawrence'로도 유명하다. 후에 일본의 여가수 우타다 히카루가 'Merry Christmas Mr. Lawrence'를 J-pop으로 리메이크했는데 나는 이 노래좋아다. 그리고 영화 <남한산성>의 주연 배우들은 최명길 역의 이병헌, 김상헌 역의 김윤석, 인조 역의 박해일, 서날쇠 역의 고수다. 이 배우들의 작품들은 워낙 많고 서 따로 소개할 필요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나루 역을 맡은 아역 배우 조아인 양의 연기도 출중하다. 이렇게 뛰어난 감독ㆍ음악가ㆍ배우들이 모이느라 그랬을까? 원작인 책이 나오고 10년이 지난 후에야 물인 영화가 나왔는데 그 이유가 궁금했다. , 익숙한 사람들끼리 모여 역사를 새롭게 재해석 한 영화 <남한산성>을 만들었으니 나로서는 '익숙하면서도 새롭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책과 영화의 <남한산성>은 모두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한다. 영화의 30초 예고편에서는 '1636년 병자호란,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47일'이라고 했다. 책과 영화의 내용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 초점이 다른 듯하다. 책은 사건에, 영화는 인물에 초점을 둔 것 같다. 왜냐하면 시작부터 책과 영화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책의 가장 첫 문장은 '서울을 버려야 서울로 돌아올 수 있다는 말은 그럴듯하게 들렸다.'(9p)로 역설적인 상황을 드러냈다. 영화의 첫 번째 씬에는 최명길이 나오는데 혼자 수많은 청병들과 맞서며 자신이 조선의 사신임을 밝히고, 영화의 두 번째 씬에는 김상헌이 나오는데 자신이 조선의 신하임을 밝히며 함께 남한산성으로 갈 것을 사공에게 제안하지만 거절당해 사공을 칼로 베어 죽인다. 책에서는 조선과 청의 대립이 김훈 작가 특유의 미문으로 표현되는 반면, 영화에서는 최명길과 김상헌의 설전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영화 <남한산성>을 다룬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이이 주는 메시지가 '치욕적이지만 기억해야 할 우리들의 역사'라고 했다. 물론, 사회적 메시지는 그럴 것이다. 하지만, 나는 사회적 메시지와는 다른 두 메시지 개인적으로 받았다. 내가 개인적으로 받은 두 시지들을 바로 서술하기보다 언제 어디서 작품 <남한산성>을 다시 접했는지 먼저 설명하겠다.


 나는 2025년 2월 말에 한 지방대학교의 도서관에서 책 <남한산성>을 다시 읽고, 영화 <남한산성>을 다시 보았다. 나는 2024년 3월 초부터 2025년 2월 말까지 한 지방대학교의 연구원으로서 일했다. 풀어서 설명하겠다. 2025년 2월 말은 직장 계약의 말미였다. 한 지방대학교의 도서관은 내가 연구원으로서 일하는 동안 거의 매일 저녁, 매 주말에 간 곳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작품 <남한산성>을 다시 접했 때와 장소는 내 인생으로 보아도 중요한 때와 장소였다.


 이제 나는 내가 작품 <남한산성>으로부터 개인적으로 받은 두 가지 메시지들과 그 메시지 근거 서술하고자 한다. 한 메시지 당 두 가지 근거들이 있다. 첫 번째 근거는 당연히 작품 <남한산성>과 관련이 있고, 두 번째 근거는 내가 작품 <남한산성>을 다시 접했던 배경과 관련이 있다.


 첫째로, 나는 '어떤 상황에서든 배울 점이 있다.'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작품 <남한산성>의 병자호란이라는 상황에서 조선 사람들은 국방과 외교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을 거라 추측한다. 내가 쉽지 않았던 연구원 생활을 하면서 일과 사람에 대해 배운 것처럼. 둘째로, 나는 '아무리 힘든 일도 그 끝이 있다.'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작품 <남한산성>에서는 47일간의 힘겨루기를 끝내고 마침내 성문이 열렸다. 내가 1년 동안의 계약을 끝내고 본가로 올라온 것처럼.


 그리고 작품 <남한산성>의 일부를 내 식으로 패러디할 수도 있었다. 책 <남한산성>의 뒤표지에는 '죽어서 살 것인가, 살아서 죽을 것인가.'라는 문장이 쓰여있고, 영화 <남한산성>의 제10장에는 '살아서 죽을 것인가, 죽어서 살 것인가'라는 자막이 있다. 둘의 차이는 모르겠으나 이들을 나의 버전으로 바꾼다면 '일함으로써 일하지 않을 것인가, 일하지 않음으로써 일할 것인가'라고 바꿀 수 있었다. 정말 그랬다. 일을 함으로써 앞으로 일할 시간은 그와 반비례하여 줄어들었고, 일을 하지 않는 시간에 한 독서와 글쓰기는 일할 때 필요한 자존감을 유지하게 해 주었다.


 내가 다른 때와 장소에서 작품 <남한산성>을 다시 접했다면 지금 다른 내용의 글을 쓰고 있을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품 <남한산성>의 마지막처럼 나에게도 실제 계절적으로든 상황적으로든 봄이 찾아왔다. 그래서 나는 이 글의 제목을 '겨울이 끝나고 봄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라고 다는 것이다. 작품 <남한산성>의 인물들과 나의 공통분모가 '겨울이 끝나고 봄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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