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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가 보고 싶어(3)

책에 관한 책 <깐깐한 독서본능>

by 권수아 Feb 23. 2025

 직장 계약이 곧 끝날 텐데 무엇을 해야 조금이나마 나의 이력에 도움이 될지 고민을 하던 때가 약 넉 달 전이다. 지인에게 이 고민을 털어놓았고, 그분은 내게 "글에 소질이 있다면 브런치스토리에 연재를 해서 책을 출판하는 것도 이력에 도움이 되는 여러 방법들 중 하나"라고 조언을 해주셨다. '연재'라 하면, 하나의 주제로 여러 편의 글을 쓰는 것을 뜻한다. 하나의 주제를 무엇으로 잡을까. 내가 내 인생을 돌아보았을 때 그나마 꾸준히 했고, 앞으로도 꾸준히 할 수 있겠다 싶은 것은 '독서'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서평을 모아 책을 출판하는 건 도전해 볼 만하다고도 생각했다.


 K가 내게 준 책 <깐깐한 독서본능>은 내가 출판할 책의 롤 모델이 되었다. 나도 책에 관한 책 <깐깐한 독서본능>처럼 책에 관한 책을 올해 안에 출판하는 게 목표다.  <깐깐한 독서본능>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자면, 파란여우 파워블로그에 쌓인 삼백 편 이상의 서평들 중 뽑힌 여든여섯 편의 서평이 '한국문학 편', '외국문학 편', '고전ㆍ해석 편', '인문ㆍ사회 편', '인물ㆍ평전 편', '환경ㆍ생태 편', '문화ㆍ예술 편', '역사ㆍ기행 편', '만화ㆍ아동 편'이라는 아홉 꼭지 분류되어 실려 있다. 그리고 서평 외에도 부록처럼 '프롤로그', '파란여우의 책 읽는 방법', '파란여우가 생각하는 책', '파란여우의 책을 내 것으로 만드는 서평 쓰기', '파란여우가 좋아하는 국내도서', '파란여우가 좋아하는 국외도서', '파란여우가 좋아하는 국내작가', '파란여우가 좋아하는 국외작가', '파란여우와 헌책방 아벨'이라는 글들이 맨 앞 그리고 꼭지 사이사이에 있다. 파란여우 님의 책과 글에 관한 생각을 알 수 있는 이 부록 같은 글들을 정리함과 함께 나의 책과 글에 관한 생각도 함께 쓰겠다. 다만, 좋아하는 국내외 작가와 좋아하는 국내외 도서에 관해서는 여기서는 언급을 하지 않고자 한다. 왜냐하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에 관해서는 브런치북 '서필방'의 연재로써 대신하고 싶다.


 '프롤로그'에서 파란여우 님은 책이 있어서 '추측하는 것처럼 그렇게 많이 외롭지 않다.'(6p)라고 했다. 나도 그렇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대학교에 오기 위해서는 시내에서 버스를 타야 한다. 사실상 도보로는 오기 힘든 곳이다. 다시 말해, 외지다. 하지만, 나쁘지 않다. 이 불편함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소일거리란 몇 없고 그중 '독서'와 '서평 쓰기'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결과적으로 책과 나의 사이를 더 좋게 만들었으니 '오히려 좋아'라고 할 만하다.


 파란여우 님의 책 읽는 방법과 나의 책 읽는 방법은 비교할만하다. 파란여우 님은 '서평공책에 기록하기', '음독', '고구마 줄기 캐기'를 책 읽는 방법으로 꼽았다. 나는 서평공책 대신 휴대폰의 Notes 어플에 기록한다. 그리고 바로 앞 글의 주제가 된 책 <구운몽>을 음독했다. '고구마 줄기 캐기'에 대해서는 할 말이 앞의 두 경우보다 많아서 책의 이 부분에 별을 많이 그리고 싶었다. 내가 하고 있는 브런치북 '서필방'의 연재도 일종의 '고구마 줄기 캐기'로 볼 수 있겠다. 내 인생의 한 지점에서 읽은 책들은 서로 얽혀있다. 지금까지 나는 '기억을 더듬다'와 '새로운 출발'이라는 챕터를 썼고 'K가 보고 싶어'라는 챕터를 쓰고 있는데 그 챕터 안의 책들은 서로 연관이 있다. 특히나 파란여우 님은 '한 작가의 책을 서너 권씩 읽는 것도 그 작가의 특징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19p)라고 했는데, 나는 박현욱 작가의 책들을 신간 한 권 빼고 네 권 모두 읽었다. 물론 신간도 곧 읽을 예정이다. 그러므로 나는 박현욱 작가의 특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파란여우가 생각하는 책'에서의 "책은 당신에게 무엇인가?"(71p)라는 질문은 책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과 같은 의미다. 내가 책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굳이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세상으로부터의 탈출구' 정도가 되겠다. 솔직히 나는 퇴근을 기다리며 일한다. 퇴근 후에는 책을 읽을 수 있다. 이것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어떤 책이든 몰입하는 때, 책이 거친 세상살이를 하고 돌아온 나를 포근하게 엄마처럼 감싸주는 느낌을 받는다. 오그라드는 표현일지도 모르겠으나 사실이 그러한 걸 어쩌겠는가. 파란여우 님은 이 치유의 과정을 '책을 읽기 전 온몸으로 세상을 관통하느라 생긴 상처에 책은 빨간약을 발라줬다.'(75p)라고 표현했다. 울컥.


 이렇게 좋은 책을 파란여우 님과 나는 어떻게 내 것으로 만들고 있을까. 파란여우 님은 '몹쓸 글쓰기에 한번 맛을 들이면 이게 또 중독성이 강해서 벗어나기 어렵다.'(133p)라고 했다. 나도 글쓰기에 중독된 게 확실하다. 지금도 쉬지 않고 이렇게 글을 쓰고 있으니 말이다. 육체적으로 하는 운동이 있다면, 정신적으로 하는 운동도 있다. 육체적 운동에 중독된 사람들은 심한 경우 그것을 하지 않으면 초조하거나 불안하다고 한다. 정신적 운동에 중독된 나도 육체적 운동에 중독된 사람들처럼 글이 있어야만이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책에 관한 글인 서평을 어떤 방식으로 쓰는지도 설명하겠다. 나 역시 파란여우 님처럼 '익명의 독자에게 잘 보이고 싶은 욕구'(134p)가 있어서 서평 쓰기에 최대한 공을 들인다. 서평을 잘 쓰기 위해 아주 꼼꼼하게 메모를 해가면서 책을 읽는다. 당연히 독서 속도가 떨어진다. 구체적으로는 페이지를 읽는데 약 네 시간 정도 걸린다. 그래도 그렇게 천천히 음미를 해야 그 책이 내 것이 될 수 있다. 메모에 따른 결과물은 둘이다. 첫 번째 결과물은, 질문과 그에 따른 대답을 대략 열다섯 개씩 만들고 네이버 블로그에 올리는 것이다. 두 번째 결과물은, 지금처럼 책을 읽은 소감을 산문으로 써서 브런치스토리에 올리는 것이다. '서평은 일필휘지로 쓸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135p)기에 나는 두 결과물을 만드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첫 번째 결과물은 한 시간 반 정도, 두 번째 결과물은 다섯 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첫 문단에서 언급했듯이 두 번째 결과물들을 모아 책을 출판할 욕심이 있어 윤색을 많이 한다. 초안을 작성하는 것보다 윤색하는 것이 훨씬 오래 걸린다. 초안만을 쓰고 그것을 다시 읽으면, 내가 쓴 글인데 왜 내 마음에 차지 않는지... 내 마음에 들 때까지 고치고 또 고친다. 그래서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다.


 책에 대한 공간도 언급하겠다. 파란여우 님에게 '헌책방 아벨'이 있다면 나에게는 '교보문고 잠실점'이 있다. 나는 도서관만큼이나 대형 서점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대형 서점에 가야 요즘 유행하는 책(베스트셀러)이 뭔지, 사람들이 오래 사랑하는 책(스테디셀러)이 뭔지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가난했던 대학생 시절에 교보문고 잠실점을 참 자주 갔었다. 송파에서 살아서 그곳을 자주 걸어서 오갈 수 있었다. 교보문고 창업주 신용호 회장님은 여러 운영 지침을 제시하셨는데 '책을 이것저것 보기만 하고 구매하지 않더라도 눈총을 주지 말 것'과 '책을 한 곳에 오래 서서 읽는 것을 말리지 말고 그냥 둘 것'이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나는 '책 <깐깐한 독서본능>의 서평'이라는 자리를 빌려 나의 책과 글에 해서도 서술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그리고 부족한 글쟁이지만, 나 권수아의 책과 글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몇 있는데 이 글로써 그분들의 궁금증이 조금이나마 해소되었다면 좋겠다.


 나는 책 <깐깐한 독서본능>의 각 꼭지마다 좋은 책 한 권 씩을 꼽('한국문학 편'의 <남한산성>, '외국문학 편'의 <유혹하는 글쓰기>, '고전ㆍ해석 편의 <홍길동전>', '인문ㆍ사회 편'의 <디아스포라 기행>, '인물ㆍ평전 편'의 <의적, 정의를 훔치다>, '환경ㆍ생태 편'의 <녹색 시민 구보 씨의 하루>, '문화ㆍ예술 편'의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 '역사ㆍ기행 편'의 <광기와 우연의 역사>, '만화ㆍ아동 편'의 <습지생태보고서>), 앞으로 이 책들의 서평들을 'K가 보고 싶어' 챕터에서 연재할 계획이다. 럼으로써 고구마 줄기 캐기를 할 수 있겠다. 다만, 아쉬운 것은 현재는 파란여우 블로그에 접속이 되지 않아 더 풍성하게 고구마 줄기를 캐는 건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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