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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가 보고 싶어(2)

쌀밥 같은 고전 <구운몽>

by 권수아 Feb 16. 2025
브런치 글 이미지 1

 15년 전의 나는 촛불을 켜고 K가 내게 준 책 <구운몽>을 독했다. K의 마음을 헤아리고 싶어서 차근차근, 열심히, 어쩌면 최선을 다해서 읽어나갔지만 솔직히 '어려웠다'. 그런데 이제 브런치스토리에 'K가 보고 싶어'라는 꼭지로 연재를 해야 하고, 여기에는 당연히 K가 내게 준 책들 중 하나인 <구운몽>에 대한 글도 써야 하니 걱정이 앞섰다. 그래서 걱정을 덜기 위해 유튜브에 '구운몽'이라고 검색을 했다. 구운몽에 대한 강의가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그중에서도 나는 나와 성은 다르고 이름은 같은 한 일타강사의 약 두 시간에 달하는 강의를 골라서 들었다. 그 일타강사는 본격적으로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책 <무엇이 꿈이고 무엇이 꿈이 아니더냐>를 보여주며 학생들에게 읽으라고 권했다. 책 <무엇이 꿈이고 무엇이 꿈이 아니더냐>는 <구운몽>을 청소년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쓴 것으로 <국어시간에 고전읽기> 시리즈의 열세 번째 책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K가 내게 준 책 <구운몽>과 책 <무엇이 꿈이고 무엇이 꿈이 아니더냐>는 펴낸 의의가 다르다는 것이다. K가 내게 준 책 <구운몽>의 '머리말'에 따르면 '서울대학본 특유의 고아한 옛말 문체의 느낌을 그대로 유지한 채 현대어로 바꾸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고 했고, 책 <무엇이 꿈이고 무엇이 꿈이 아니더냐>의 뒷날개에는 '누구나 알고 있는 듯하지만 누구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재미있는 우리 고전. 원본을 충실히 살리면서도 중고생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쓰인 <국어시간에 고전읽기>는 우리 아이들에게 고전 문학의 참맛을 느끼게 해 줄 것입니다.'라고 쓰여있었다. 나는 강의를 먼저 들었고, 자 의의가 있는 그 두 권의  번갈아가며 읽었다. 그리고 뒤이어 이어질 글에서의 인용은 K가 내게 준 책 <구운몽>에서 따왔음을 미리 일러둔다.


 '전해오는 문헌에 의하면, <구운몽>은 김만중이 평안북도 선천에 귀양 갔을 때 그 어머니의 근심과 걱정을 위로해 드리기 위해 하룻밤에 지은 것이라고 한다.'(252p)라는 문장에서 핵심어는 '어머니'와 '하룻밤'이다. 일단, '어머니'에 대해 서술하고 싶다. '효'를 두 가지로 굳이 나누자면, 공경과 애교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구운몽>을 읽으면서 김만중이 두 번째 효에 해당한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솔직히 내가 김만중이라면 인간적 욕망을 마음껏 드러낸 <구운몽>을 어머니께 보여드리기 조금은 민망할 것 같기 때문이다. 김만중은 어머니께서 <구운몽>을 보시며 애교로 받아들이시기를 바랐지 않았을까. 그래서 김만중은 '노래자'라는 인물을 떠올리게 한다. 노래자는 나이 70세에 어린아이처럼 색동옷을 입고 재롱을 부려 부모님을 기쁘게 하였다. 김만중은 노래자처럼 애교로 효를 행했다고 볼 수 있겠다. 이제, '하룻밤'에 대해 서술하고 싶다. 내 생각에는 김만중이 뛰어난 인물이지만 <구운몽>을 하룻밤에 짓기는 어려웠을 것 같다. 기본적으로 분량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조선시대에는 한지에 붓으로 글을 쓰느라 속도가 빠르지 않을 텐데, 하룻밤에 <구운몽>을 썼다는 설은 약간의 과장이 포함되지 않았나 싶다.


 이제 <구운몽>의 내용과 그에 따른 나의 생각을 적어보겠다.


 성진은 팔선녀와 희롱한 죄로 윤회하게 된다. 여기서 대사의 말이 인상적이다. "아난존자는 요술을 제어치 못하여 창녀를 더불어 친근하나 마음은 어지럽지 않은지라. 너는 진세의 부귀를 흠모하는 뜻을 내었으니 어이 한 번 윤회의 괴롭기를 면하리오?"(13p) 인상적이었지만, 받아들이기 어려운 말이기도 했다. 어떻게 이성과 잠자리를 같이했는데 마음이 어지럽지 않을 수 있으며, 어떻게 대사는 타인의 속마음까지 알 수 있느냔 말이다. 아무튼, 대사의 이 말로써 성진은 인간계에서 양소유로 태어난다.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구운몽>의 내화를 읽으면서 <포켓몬스터>가 떠올랐다. <구운몽>은 '성진이 인간계로 내려와 양소유가 되어 팔선녀였던 여덟 미녀들을 만난다.'라고, <포켓몬스터>는 '지우와 피카츄와 친구들이 모험을 떠나서 악당 로켓단을 물리치고 새로운 포켓몬을 수집한다.'라고 줄거리를 아주 간략하게 요약할 수 있다. 두 작품의 재미는 '어떻게'에 있다. <구운몽>에서는 양소유가 여덟 미녀들을 '어떻게' 만나는지, <포켓몬스터>에서는 지우와 피카츄와 친구들이 로켓단을 '어떻게' 물리치고 새로운 포켓몬을 '어떻게' 수집하는지가 즐거움을 준다. 게다가 <구운몽>은 읽으면 읽을수록 끝나가는 것이 아쉬웠다. 성진과 팔선녀가 함께 윤회했기에 양소유가 새로운 미녀를 만날 때마다 앞으로 새로 만날 미녀는 줄어든다는 것을, 예를 들어 양소유가 여섯 번째 미녀를 만나면 앞으로 만날 미녀가 두 명 남았다는 것을, 나를 포함한 독자는 알고 아쉬워할 법하다.


 양소유와 여덟 미녀는 부귀영화를 누렸다. 평생을 행복하게 산 양소유는 "불생불멸할 도를 얻어 진세 고락을 뛰어나려"(239p)한다고 말한다. 그때 노승이 나타나 지팡이로 돌난간을 두어 번 두드린다. 그렇게 양소유는 작은 암자 가운데 앉아 있는 성진으로 돌아가게 다. 이 부분은 워낙 유명해 많은 사람들이 알리라고 생각다. '인생무상 무념무상'을 나타낸다. 이로써 액자식 구성이 완성된다.


 나는 이렇게 재미있게 <구운몽>을 다시 읽었다. <구운몽>을 읽으며 고전이란 씹으면 씹을수록 단맛이 우러나오는 쌀밥 같다는 생각을 했다. 다만, <구운몽>을 읽으며 참고할만한 책들 <구운몽 다시 읽기>와 <한국 고전소설의 이념과 사랑>을 도서관에서 대출하였으나 시간을 이유 또는 핑계로 많이는 읽지 못하였다. 언젠가는 이 책들도 읽어봐야겠다. 단맛이 우러나올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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