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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가 보고 싶어(5)

글쓰기에 대한 스토리텔링 <유혹하는 글쓰기>

by 권수아 Mar 09. 2025

 나에게는 꿈이 있다. 대학교 강단에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글쓰기를 가르치는 것이다. 참고로, 나는 '꿈'이라는 단어를 오그라들어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나의 이 마음을 '꿈' 말고 대신할 단어를 찾지 못하여 이렇게 쓰고 있음을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께서는 양해해 달라. 그런 의미에서 버리지 못하는 책이 있다. 바로, 단국대학교 출판부에서 출판된 <글쓰기 기초>라는 책이다. 나는 단국대학교 출신이고, 학부 때 이 책을 가지고 글쓰기를 배웠다. 이 책이 글쓰기를 가르치기에 아주 적합한 책이라고 생각해서 감히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읽은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도 글쓰기를 가르치기에 아주 적합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글쓰기 기초>와 <유혹하는 글쓰기>는 서로 결이 다르다. 역사 공부로 비유를 해보면 어떨까. 역사 공부를 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로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과 같은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다. 그때 필요한 책이 실용서이다. 둘째로는 옛날이야기를 접하듯이 역사를 공부하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스토리텔링이라고 할 수 있겠다. <글쓰기 기초>는 첫<유혹하는 글쓰기>는 와 연관이 있다.


 <유혹하는 글쓰기>는 세 개의 머리말로 시작된다. 본문 앞에 있다는 점에서 '일러두기'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나는 앞선 글 'K가 보고 싶어(1)-서문'에서 '일러두기'를 사용하였다. 이를 두고 나의 한 독자는 감사하게도 "일러두기가 있었는데 그걸 읽고 들어가니 확실히 이해에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라고 했다. 스티븐 킹도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세 개의 머리말을 썼을 것 같다. 그리고 '머리말 둘'에서 스티븐 킹은 책 <문체 요강>에 실린 '작문의 원칙'이라는 장에는 17번 규칙으로 '불필요한 단어는 생략하라'는 말이 씌어있고, 그 말을 실천해볼 생각이라고 했다. 스티븐 킹이 글을 쓰며 특별히 어느 점에 염두를 두었는지 본문으로 들어가기 전에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또한, 나는 그렇게 글을 쓰고 있는지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세 개의 머리말 다음은 '이력서'이다. 이력서라기보다는 자기소개서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이력서는 일정한 폼이 있는 반면, 자기소개서는 폼이 없기 때문이다. 이 '이력서' 부분에는 스티븐 킹의 인생에 대해 '어쩌고저쩌고'가 쓰여있다. 스티븐 킹도 나의 '어쩌고저쩌고'라는 표현을 좋아하리라고 확신한다. '어쩌고저쩌고'는 '이러쿵저러쿵'을 익살스럽게 이르는 말이다. '이력서'를 통해 나는 스티븐 킹이 익살스러운 사람임을 알았다. 스티븐 킹의 성장 과정은 좋지 않았다. 아버지 없이 홀어머니 밑에서 가난하게 자랐으며, 홀어머니는 생계를 유지하느라 정신이 없으셨고, 그래서 홀어머니가 베이비시터를 고용하으나 그 베이비시터 밑에서 폭력을 당해야만 했고, 설상가상으로 몸도 약했다. 하지만, 그런 환경을 익살스럽게 표현했다. 더불어 나는 스티븐 킹이 다정한 사람이라는 것도 눈치챌 수 있었다. 아내 태비사와 어떻게 만났는지, 그녀가 어떻게 도움을 주었는지,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섬세하게 표현다. 또, 스티븐 킹은 가족의 일에 있어서는 너무도 가정적이었다. '사랑을 나누는 동안에는 돈 문제를 잊을 수 있었다.'(87p)


 '글쓰기란 무엇인가'에서는 스티븐 킹이 글쓰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와 있다. 책상을 놀이터로 비유하였으니 쓰기를 놀이라고 비유할 수 있겠다. 나 역시 글쓰기가 즐겁다. 놀이다.


 '연장통'에서 스티븐 킹은 '글쓰기에서도 자기가 가진 최선의 능력을 발휘하려면 연장들을 골고루 갖춰놓고 그 연장통을 들고 다닐 수 있도록 팔심을 기르는 것이 좋다'(137p)라고 비유했다. 나는 글쓰기를 베를 짜는 것으로 비유하고 싶다. 실오라기들이 생각이고, 베를 짜는 과정이 글쓰기이고, 직조물이 완성된 글이다. '연장통' 부분에서는 낱말이라든지 문법이라든지 수동태라든지 부사라든지 하는 요소들에 대한 설명이 많이 나와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었으니 스티븐 킹은 미국인이고, 영어에는 한국어의 조사 '은/는' 또는 '이/가'에 해당하는 요소가 없다는 것이다. 나는 글을 쓸 때 조사 '은/는' 또는 '이/가'에 대해 생각을 한다. 한국 현대문학 역사상 중요한 작품들 중 하나인 김훈의 <칼의 노래>는 첫 문장으로도 유명하다. 원래 첫 문장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를 조사 하나 바꾸어서 '버려진 섬마다 꽃은 피었다.'로 쓴다면 어감이 완전히 바뀐다. 이렇게 한국어는 조사 하나만으로도 서로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섬세한 언어이다. 그러므로 쓰는 이라면 조사 하나경을 써야 한다.


 '창작론'에서는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을 반드시 해야 한다며 1장이 시작된다. 이에 나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것은 쓰는 이에게 있어 거의 의무와도 같다. 물론, 나 자신에게도.


 '인생론: 후기를 대신하여'에는 스티븐 킹이 당한 끔찍한 자동차 사고가 서술된다. 어렵게 재활한 그는 글쓰기가 한결같이 자신을 도와주며, 삶을 더 밝고 즐겁게 만들어준다고 했다. 이렇게 좋은 글쓰기를 함께 하자며 스티븐 킹은 꼬드기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닫힌 문과 열린 문'에서는 예문을 들어 어떻게 글을 고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두 걸음 더: 도서목록'에서는 재미있게 읽은 책들을 소개한다.


 내가 글쓰기에 대해 말하거나 쓴다면 얼마나 오래 또는 많이 할 수 있을잘 모르겠다. 솔직히 지금으로서는 자신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나름대로 열심히,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읽고 쓴 것 같은데도 그렇다. 그런 점에 있어서 나는 스티븐 킹이 부럽다. 나도 언젠가는 스티븐 킹처럼 '글쓰기'라는 주제 하나로 하나의 작품을 만들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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