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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수아 Nov 10. 2024

기억을 더듬다(1)

서문

 이 글을 쓰기 전에 ‘어디부터 글을 써야 하나?’하고 오래 고민했었다. 그래도 ‘자서전’인 만큼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기억과 나 어릴 적에 대한 부모님의 말씀을 서술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렇게 기억을 더듬으며 쓰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1990년 11월 24일에 경기도 광명시 철산동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태어났다’가 아니고 ‘태어났다고 한다’라고 쓴 이유는 그때가 너무 어릴 적이라 잘 생각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모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고, 거짓말을 하실 이유가 없기에 그게 아마도 맞을 것이다. 어머니는 2년 반 터울의 여동생을 임신하셨는데 입덧이 너무 심하셔서 나를 잘 돌보지 못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혼자 거실 책장에서 동화책 전집을 꺼내 한 권씩 읽었고, 아버지가 귀가를 하신 후 가장 먼저 하신 일은 내가 읽은 책들을 정리하시는 것이었다고 내게 알려주셨다. 그러니까, 나는 어린 시절부터 책을 좋아한 모양이다.



 내가 알기로는 내 나이 다섯 살에 경기도 부천시 역곡동으로 나를 포함한 가족이 이사했다. 그런데 나는 학창 시절을 떠올리면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다. 보통 학창 시절에 중요한 두 가지는 친구와 공부라고 한다. 나는 두 가지 모두 잘하지 못했다.


 나는 초등학생 때 왕따를 당했다. 잘 발달되지 않은 나의 사회성이 먼저 문제겠다. 그렇다고 어른들이 잘한 것도 아니었다. 어머니는 나를 잘 부탁한다며 개인적으로 나의 담임 선생님을 만나셨고, 담임 선생님도 별일 아닌 일에도 나를 추켜세우셨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러니 다른 아이들의 눈에는 내가 얼마나 꼴사나웠겠는가.


 공부도 그랬다. 나는 중학생 때까지는 반에서 이삼 등 정도를 했다. 예술 분야인 미술과 음악은 물론이고, 단순 암기 과목인 도덕, 기술가정과 같은 과목에도 신경을 써야만 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좋아하는 책을 읽을 만한 여유는 없었다. 요즘 최상위권 학생들 중 수능 과목에 집중해서 공부하기 위해 자퇴하는 경우가 많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다. 라떼는 말이야, 그런 경우는 전혀 없었다. 아무튼 나는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 엄청나게 노력했다. 하지만 앞서 썼듯이 중학생 때에도 반에서 최고가 된 적은 없었다. 일등을 한 친구는 교우관계도 좋고 성격도 밝아서 내가 많이 부러워했고 궁금해했다. ‘저 친구는 언제 공부를 하는 것일까?’ 나는 고등학교 첫 시험 때 반에서 오등이 되었다.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은 실업계로 가니 그런 성적이 나온 게 당연했다. 나는 내 성적표를 받고 부모님께 죄송했다. 그래서 성적표가 나오고 며칠 뒤 어버이날에 케이크 박스 안에 ‘죄송하다’는 내용을 담은 편지와 성적표를 넣어 선물로 드렸다. 부모님은 내게 실망했다고 말씀하셨다. 그 뒤로는 공부가 하고 싶지 않았다.


 어머니의 과외도 나의 스트레스에 한몫했다. 피아노 세 대가 있는 집에서 어머니는 마을 친구들을 열 명도 넘게 가르치셨다. 집에만 오면 세 대의 피아노 소리와 친구들 떠드는 소리가 나를 괴롭혔다.


 이러한 복합적인 이유들로 10년 넘게 살던 곳인 경기도 부천시 역곡동에서 서울시 송파구로 이사를 하게 된다. 송파구로 온 뒤에는 전세라서 자리를 잡기 전까지 송파구 안에서 여러 번 이사했다.


 내가 학창 시절에 책을 아예 읽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다만 ‘감명깊었다’라든지 ‘감동적이었다’라든지 하는 깊은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읽어야 하는 책이니 읽었을 뿐이다. 이 서문 뒤에 이어질 ‘기억을 더듬다’ 챕터의 글에서는 내가 당시 접했던 책들을 다시 읽고 쓴 서평들이 담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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