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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구슬 Mar 21. 2022

5. 바당, 바다를 이르는 제주 사투리

제주 동쪽의 바당

# 고요하고 신비로운 제주 바당

제주 한 달 살기를 일주일여 남기고 아쿠아플라넷에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깊고 푸른 바다 밑을 보았다. 바다는 푸른빛만을 반사하고 이 외에 것들은 깊은 심연에 품어버린다. 두꺼운 유리를 통해 들여다본 바다 생물들은 하나같이 신비롭다. 교통 신호하나 없지만 저마다 떼를 지어 혹은 나 홀로 일사불란하게 헤엄치는 물고기들. 그들로 가득한 거대한 수조 앞에 서니 아쿠아맨이 부러워진다. 부력과 바다생물을 컨트롤할 수 있다면 너무나 재미있을 것 같다. 바다는 욕심이 생길 만큼 풍부하기도 하다. 푸른빛은 또 얼마나 신비로운가. 아쿠아맨은 못 되지만 기술 좋은 사람들이 기어코 바다생물을 잡아서 눈으로 보고 싶어 한 까닭에 그 무리 중 일원인 나도 결국 이 앞에 서있다. 호기심 때문인지 눈의 즐거움 때문인지 모를 마음에 이끌려 아쿠아리움에 왔다.

바닷속에선 큰소리로 대개 시작하곤 하는 소음들이 없다. 그저 물이 일렁이는 마찰 또는 파열음뿐인데 그마저도 신비롭다. 말을 하지 않기 때문에 보이는 것과 움직임이 전부다. 어릴 적 수영장 물속에서 돌고래처럼 소리를 지르곤 했다.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귀가 시끄럽지 않아서 좋았다. 우주와 바다를 좋아하는데, 둘 모두  깊고 깊어 고요하게 모든 것을 품어 내려가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 바다로 둘러싸인 섬에 있다 보니 현실의 잡음도 따라 파묻혀가는 것 같았다. 나의 삶을 잠시 멈추고 여기 제주에 내려와 있는 동안에도 세상은 전쟁을 하고 정치를 한다. 마음이 시끄러우면 섬에서의 삶도 고단한 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시금 가까운 바다의 주파수에 맞추면, 또는 에메랄드빛 해변을 떠올리면 마음은 다시 명쾌해진다.

쿠랑 바라본 해변도 그랬다. 해변의 쿠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게, 나를 따라 바다를 응시하곤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쿠의 그런 부동자세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조그마한 머리로 무얼 그리 골똘히 생각하고 무엇을 그리 열심히 바라보고 있는 걸까? 제주에서의 시간이 지나며 해변에서 쿠와 나란히 앉아있는 시간이 쌓이다 보니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쿠는 그저 순간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깊은 바다에서 건너오는 파도와 해변의 소리에 집중하는 법. 아름다운 순간에 마음을 멈추는 법. 문득, 이 세상도 쿠처럼 단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여유롭던 해변과 파도를 응시하던 쿠의 옆모습을, 깊은 바다의 여유로움을 영영 잊지 않고 싶다.

# 아름다운 생명들의 만남의 광장-광치기 해변 

돌틈사이 돌 마을이 있는 곳. 삼다도의 삼(돌, 바람, 해녀)이 다 있는 곳. 갈매기로 위장해서 그들과 친해지기는 실패했지만  철새 한쌍, 멍멍이 3마리 그리고 그들 옆을 지나가는 일렬의 말들을 보았다. 말들이 멋있었는지 눈을 떼지 못하던 골든 리트리버들이 귀여워서 나는 그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 순간이었다.

# 시간이 정지한 듯-서귀포 해안도로

쿠와 서귀포 쪽에 볼일이 있어 해안도로를 달렸다. 까만 돌담과 초록 나무, 푸른 바다의 수평선 그리고 맑은 하늘색은 너무나도 예쁜 조합. 쿠는 장시간 운전 중에도 조수석에서 얌전히 잘 기다리는 편인데, 중간중간 정지하면 다 왔나 고개를 빼꼼 든다. 문득문득 그 모습이 생각나서 귀여웠다.

# 모래가 곱고 바닷빛이 맑은-세화 해변

쿠는 바닷물이 무섭다. 한 번은 안고서 바다 가까이 갔더니 무섭다고 발버둥을 친다. 역시 시바견. 바람이 불어서 오래 앉아있진 못했지만 쿠랑 돗자리를 깔고 경치를 감상해보았다. 파도 소리가 커질수록 머릿속은 하얗게 비워졌다. 바다는 부지런하다.


#이외에...

쇠소깍, 대포 주상절리, 소천지, 월정리 해수욕장

김녕 해수욕장, 중문색달 해수욕장(서쪽),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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