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거 아니야?"라고 호들갑 떨던 나는 며칠 만에 평정심을 찾았다.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고, 들리는 소문이 사실이 아니며, 말로 내뱉는 게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 몸소 느꼈기 때문일 거다. 그래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된다. 아무리 막으려 하고 덮으려 해도 진실은 수면 위로 떠오르기 마련이다. 그 떠오르는 시간 동안 가만히 있는 것, 불안하고 답답하고 속이 터지지만 그래도 참고 기다리는 것, 그게 나이가 먹고 유연해진다는 감각이 아닐까 한다.
또 한편으로는 나는 요 며칠 아이의 생일파티 준비에 온 촉각이 곤두서 있었다. 친구들을 너무 좋아하고 함께하고 싶어 하는 아이의 바람에 맞춰 잔치를 준비하긴 했는데 장소 섭외부터 일정, 음식 준비 및 프로그램까지 결혼식 준비 버금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걸 나 혼자 기획하고 진행해야 한다고 하니 막중한 책임감이 느껴졌다. 싸한 촉이 맞아떨어지듯 몇 명이 펑크를 내어도 난 끝까지 웃으며 최선을 다해 일정을 마쳤다. 1부터 100까지 아이만을 위해 내가 이렇게까지 했다 생각하니 나로서도 놀라웠다. 준비한 것보다 큰 감동이 아이들의 웃음소리, 행복한 표정과 몸짓에서 느껴졌고 함께한 엄마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져 동지애가 피어나는 듯했다.
크고 작은 일들이 지나고 나니 시간이 급속도로 빨라짐이 느껴진다. 그러자 내가 놓치고 챙기지 못한 것은 무엇인지 자꾸 되뇌게 된다. 급하고 해야 하는 일 말고 안 급하지만 소중한 것들을 이제는 먼저 하고 싶다. 실타래처럼 얽힌 사람 관계, 돈 문제는 멀리 치우고 살 한 결 한 결 보드라운 그런 따스한 일들만 오래도록 보고 싶다. 눈이 펑펑 오는 겨울날에는 그래도 될 거 같다. 아픔도 슬픔도 하나의 존재가 되고 그걸 벗 삼아 일어나 저벅저벅 걸어갈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