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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snow night

by 작가님



해를 마주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든다. 아침 7시여도 한밤중처럼 새카맣고 저녁 5시만 되어도 어느새 어둠이 내려와 있다. 사실 이런 현상을 몸이 제일 먼저 알아차렸다. 의욕이 없고 가라앉고 자도 자도 피곤하다. 겨울잠을 자는 동물이 되면 좋겠다. 눈감고 자고 일어나면 봄이 와있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12월, 연말이 되면 환하게 조명을 켜고 캐럴을 듣나 보다. 그 마저도 없으면 11월부터 이어지는 춥고 긴 여정을 감당하기에 벅차니까. 허덕이면서도 개미처럼 마지막 한 톨이라도 주우려 밖으로 나간다. 그렇게 안도한다. 이렇게 난 열심히 하고 있어. 오랜만에 연락을 했고 오랜만에 만났고 오랜만에 생각이 났다. 나도 모르게 또다시 그때로 돌아가려는 모습에 화들짝 놀란다. 아찔한 꿈을 꾼 것처럼 어안이 벙벙하다.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다 잡지를 읽었는데 거기에 이런 글귀가 있었다. 헤어져야 하나요? 그 질문의 대답은 그래도 되고 아니어도 된다였다. 그리고 헤어졌다 하더라도 또다시 돌아갈 수 있다고 했다. 그 말에 기대고 싶은 마음이다. 달라질 게 없는데, 꼴만 우스워질 뿐이라는 알량한 자존심으로 마음을 붙잡는다.







참지 못했던 나를 이해하고 참았던 나를 기특하다 여기는 주말이었다. 쌓여있는 눈 덩이들을 어떻게 하면 슬기롭게 치울 수 있을까? 그냥 녹기를 바라는 게 젤 나은 것일까? 쉽게 녹을 줄 알았던 첫눈이 이렇게 두껍게 자리할 줄 몰랐다. 1년 사이에 나도 어른이 되었나 보다. 그 좋던 눈이 싫어졌다.



바쁜 1주일이 지나고 나면 좀 더 편해지길 기대해 본다. 내 마음의 외줄 타기도 끝까지 잘 가면 좋겠다.




#낮과밤

#눈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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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