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자. 자연스러워질 때까지.
직장생활에서 대화가 필요한 이유
사람들과 말하는 게 어렵고 부담스러운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업무적인 대화는 하겠는데 사적인 대화를 못하는 사람. 대화를 하다 보면 늘 다른 사람 뒷담화가 되는 것 같아 사람들의 대화에 끼고 싶지 않은 사람. 사람들과 말할 시간에 업무를 하나라도 더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 '무리는 무리야'(https://brunch.co.kr/@rewrite-stars/13)에서 말한 것처럼 사람들과의 관계가 나와 맞지 않고 말하는 것이 어렵다는 이유로 계속 피하게 되면 무리 밖의 존재가 되어 눈에 잘 띄게 된다. 그것은 직장이라는 전쟁터에서 갑옷 하나 입지 않고 알몸으로 임하는 것과 같고, 다른 사람을 헐뜯고 그들의 가치를 올리려는 사람들의 표적이 될 수 있어 위험하다.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나에 대해 이상한 소문이 돌아도 언젠가는 다른 사람들이 나의 진가를 알아줄 거야'라고 굳게 믿으며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의견, 상황을 얘기하지 않는다면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양산하는 이야기가 주류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사실 사람들은 타인에게 그다지 관심이 있지 않다. 어떤 사람에 대한 긍정적이나 부정적인 이야기를 들어도 그냥 그런가 보다 하는 사람이 훨씬 많지만, 소수의 말하는 사람들로 인해 불특정 다수의 의견이 그렇게 비춰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안 좋은 소문이 돌아도 그것에 대해 반박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다른 사람을 깍아내리고 다른 사람의 것을 빼앗으려고 하는 테이커들에게 만만한 상대가 된다. 처음에는 조금 불편했던 그들의 말이 나를 흔들고 영혼이 털털 털리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러고 나서 깨닫게 된다. 내가 너무 나를 방어하지 않았구나.
축구 경기에서 이기는 방법은 공격과 수비를 잘하는 것이다. 아무리 철벽 수비를 한다고 해도 골을 넣지 못하면 경기에서 이길 수가 없다. 직장생활에서 공격을 한다는 것은 사람들과 대화를 통해 나를 알리고 테이커들의 공격에 맞서서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이다. 생각해봐라. 축구 경기를 하는데 상대가 수비만 하는 것을 알았다면 얼마나 자유자재로 공격을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수비만 하던 상대가 공격까지 하면 긴장하게 된다. 수비도 해야 하고 공격도 해야 하니까 말이다.
말하는 것의 장점을 예로 든다면 다른 사람과의 말을 통해서 상황을 객관적으로 알 수 있다는 점이다. 나의 경험을 얘기하자면, 오랜 휴직 끝에 복직했을 때 처음 든 생각은 '조직에 잘 적응하자. 나와 다른 사람의 이익이 대립될 때는 가능한 배려하고 양보하자'였다. 어떻게든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고 조직에서 자리를 잡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다른 팀과 함께 준비했던 프로젝트에서 성과가 낫다. 너무 기뻤고 조직에 일원으로서 인정받은 것 같아 뿌듯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그 프로젝트를 원래부터 자신이 기획하고 주도했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자신의 아이디어라며 작년 다른 팀과의 통화 내용, 이메일, 카톡 대화 등을 나에게 폭탄을 투여하든 던져버렸다. 평소에 나였다면 요리조리 꼼꼼히 따져가며 그 프로젝트 올해 내가 다시 메가폰을 잡았고 공모를 한 것이 나였으니 나의 성과라고 주장했을 것이다. 그러나 신데렐라 콤플렉스에 빠져있던 나는 혼자 끙끙 고민하다가 그 사람에게 그 성과를 양보했다. 그리고 오랫동안 그 대가를 치러야 했다.
그 당시 나는 조직의 분열을 만들고 싶지 않았고 성과 때문에 사람들과의 관계를 해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럴수록 다른 사람에게 나의 상황과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해야 했다. '제가 지금 이런 상황인데 어떻게 하는 것이 맞는 걸까요?' 라며 동료, 상사, 후배들에게 말해야 했다. 실제로 시간이 흐른 후 관련된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했을 때 모두들 그건 너의 성과 지라고 얘기를 했다. 왜 그동안 얘기하지 않았냐고도 했다. 그러나 그때는 너무 늦은 상황이었다.
어떻게, 무엇을 말해야하나?
서양에서는 스몰토크(Small Talk)라고 하여 날씨, TV, 스포츠처럼 다소 가벼운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문화가 있다. 점심 메뉴, 회사 일정 등과 같이 공유되는 것에 대한 나의 의견을 말하고 상대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이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서 상대방과 나와의 교집합을 찾아서 그것에 대한 일상적인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둘 다 육아를 하고 있다면 아이들 이야기, 여행을 좋아한다면 휴가 기간 다녀온 여행지 이야기, 상대가 관심사를 질문을 통해 끌어주고 그 얘기를 듣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얘기를 하고 싶어 하고 잘 들어주는 상대에게 호감을 가진다. 들음으로서 그 사람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주고 새로운 정보도 알게 된다.
사실 대화는 친한 사이에서 잘 된다. 학창 시절을 떠올려보면 매일 얼굴 보는 친구가 할 말이 더 많다. 공유되는 것이 더 많기 때문이다. 여러 사람과 접점을 만들어 어색하지 않게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 보면 좋다. 처음엔 쉽지 않겠지만 똑같은 대화 주제를 여러 사람에게 해보면 연습이 되고 자연스러워질 것이다. 사실 다소 딱딱한 직장생활에서의 윤활유는 대화다. 대화를 통해 웃으며 긴장도 풀고 상대방을 이해하게 된다. 선배 중 한 명은 업무 시간에 항상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고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 분이 있었다. 일도 잘했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좋았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선배가 야근하는 모습을 보았다. 퇴근하려던 나는 일이 많냐고 물었는데 선배의 말이 '이렇게 혼자 있을 때 일을 해놔야 사람들과 있을 때 여유로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때는 몰랐는데 그 선배는 대화의 중요성을 몸소 실천하고 직장에서의 시간을 사람들과 대화 시간으로 많이 썼던 것이다.
직장생활에서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내어주는 경험은 참 중요하다. 대화를 한다는 것은 내 시간을 내어주는 것이고 커피 한 잔을 사는 것 또한 시간을 돈으로 사서 내어주는 것이다. 돈과 물건, 돈과 시간 등 1:1 교환에 익숙해진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리고 직장이라는 전쟁터에서 무언가를 내어주는 대화의 장은 꼭 필요하고 지속되어야 한다. 나는 의식적으로 업무시간 중에 일정 부분을 대화를 하는데 쓰기로 했다. 우리 부서 사람뿐만 아니라 타 부서의 사람들에게도 전화로 하면 되는 것을 일부러 찾아가서 한마디라도 더 붙여 보기로 한 것이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질 때까지 말하고 또 말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