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나고 나면 보이는 것들이 있다. 그 당시에는 아무리 눈을 씻고 비비고 보려 해도 보이지 않던 것들이 어느 순간 선명해지는 느낌. '라떼는 말이야'라는 꼰대 같은 말을 하는 게 아니다. 처음 직장을 들어가서 겪었던 수많은 고민들을 적어도 친한 사람들은 겪지 않았음 하는 마음일 것이다. 물론 나도 신입사원 때는 그런 조언이 달갑지 않았던 거 같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겪어야 진정 이해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적는 이유는 최근 회사에 들어간 지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직장은 학교가 아니다
태어나서 처음 경험하는 사회적 기관은 학교다. 의무교육기관인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만 해도 12년이고 대학교 4년, 대학원 3년. 요즘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 기관에 들어가는 연령이 낮으니 크게는 20년 넘게 교육기관에서 지내게 된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교육 시스템에 익숙해지게 되는데 직장 시스템은 학교 시스템과는 거리가 멀다. 갑을관계로 나타내는 게 매정한 면도 있지만 확실할 것 같아 얘기하자면, 학교에서는 내가 갑이고 직장에서는 내가 을이다. 학교는 돈을 내고 배우고 직장을 돈을 받으며 배운다. 배우고 해내는 과정은 같지 나의 포지션이 달라지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성과의 영역이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인데 직장에서는 개인의 성과가 회사의 이익과 연결이 되므로 나의 자율성이 훨씬 더 요구된다. 하나부터 열까지 알려주고 가르쳐주는 학교와 달리 직장은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하는 일이 많다. 예의범절로 혹은 매너로 일컬어지는 것들처럼 회사 사내 교육에서는 말해주지 않는 암묵적인 룰이 있다. 흔히 '사장과 같은 마음'으로 회사 생활을 하라는 말로 표현되기도 하는데 피곤하고 어렵겠지만 직장이란 학교와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고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절대적인 시간, 상대적인 하루
나인 투 식스, 9시에서 6시. 보통 회사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근무 시간이다. 어떤 이는 이 시간을 설렁설렁 때우기 위해 회사라는 장소에 있기만 할 것이고 어떤 이는 하루를 잘게 쪼개서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하나씩 해나갈 것이다. 성과주의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을 키우고 그로 인한 인센티브를 받는 것을 목표로 달릴 것이고 직장 근무시간에만 일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칼출근, 칼퇴근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직장이라는 곳에서 무엇을 원하는지에 다를 수 있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은 회사에 있는 절대적인 시간은 같다는 것이다. 직장이 단지 월급을 받기 위한 수단의 하나이든, 내 가치를 높이는 장이든 우리가 회사에서 머물러야 하는 시간은 동일하다. 단지 달라지는 것은 그 시간을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채워나갈지가 달라진다. 사실 업무라는 것을 하나부터 열까지 챙기다 보면 끝이 없고 그래서 사람들이 회사 속 인간관계에 집중하는지도 모르겠다. 혼자서 입시 혹은 군대, 출산, 육아 등을 겪으라고 한다면 힘들 테지만 함께하는 누군가가 있기에 견딜 수 있는 것처럼 회사 생활도 이와 다르지 않다. 하루 24시간 중 9시간이면 3분의 1보다 많은 시간이고 나머지 3분의 1은 잠자는데 쓴다고 하면 직장에서의 시간 비중은 더욱 커진다. 회사가 아니라 나의 인생을 위해서,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생각해도 직장에서의 생활이 견디기 힘들고 어렵다면 새로운 도전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마음에 맞지 않은 상대와 연애하고 평생 살 수 없는 것처럼, 직장 생활이 나와 몸과 마음을 힘들게 한다면 과감하게 이직 혹은 퇴사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하지만 나가기 전에 내가 이 직장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세세하기 적어보기 바란다. 단지 월급뿐만 아니라, 내가 사용하고 활용할 수 있는 모든 것 말이다. 작게는 노트북부터 크게는 직장으로 인한 인간관계까지 그런 것들을 모두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겠다. 최선을 다했다는 느낌이 있어야 나중에 돌아봐도 후회가 없다. 이 회사가 아니라 정말 나랑 맞는 회사를 찾겠다는 마음, 없다면 내가 회사를 차리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진지하게 생각해보자. 어떤 사람들은 직장 다니기가 힘들다면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라고 한다. 내가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면 어떻게든 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직장을 다녀야만 하는 이유, 그만 다녀야 하는 이유, 모두 마음먹기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