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큼 나이에 민감한 나라도 없을 것이다. 놀이터에서 만나는 어린아이들조차도 "너 몇 살이니? 나 몇 살이야"라고 이름을 말하기 전에 나이부터 묻는다. 물론 이것은 우리나라 말은 높임법 표현이 다양하게 발달해있고 상대에 따라서 말을 달리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상대의 나이를 물어보는 상식적인 현상임엔 틀림없다. 같은 나이라는 것, 같은 시대를 살았다는 것이 묘한 동질감을 느끼게 하고 사람들 사이에 공감대를 만들어 대화의 물꼬가 되기도 한다.
고3 때 20살에 대학을 가지 않으면 세상이 끝날 것만 같았다. 그러나 사회에 나와서 보니 다른 사람에 비해 1-2년 학교를 늦게 가는 것이 시간이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을 알게 되었다. 대학교 시절 학과가 특별해서 재수 나 삼수한 사람도 많았고 실제로 사회생활을 하다가 30살이 넘어서 학교에 입학한 늦깎이 큰언니, 큰오빠들이 많이 있었는데 인생 경험도 풍부하고 이야깃거리도 다양해서 나이 어린 동기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다녔다. 그리고 나는 중간에 편입한 나이 많은 후배(?)들과도 재밌게 지냈는데 나이가 많다는 것이 또는 어리다는 것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을 그 사람들과 어울리며 알게 되었다. 그러나 직장생활에서는 나이를 안다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직장생활에서 미운 오리 새끼와도 같은 '나이 많은 신입'과 '나이 어린 상사'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나이 많은 후배
사회생활을 하며 느꼈던 나이의 장벽은 차원이 달랐고 숨이 막힐 정도였다. 왜 어른들이 제 때에 대학에 가야 하고 군대에 가야 하고 회사에 들어가야 하는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했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이 많은 후배가 들어왔을 때 나이 어린 선배의 포지션은 본인의 나이 콤플렉스라는 자격지심을 감추기 위해 선배 노릇에 몰두하게 된다. 오랜 시간의 휴학과 사회 경험으로 다른 사람보다 조금 늦게 들어간 회사에는 6개월 먼저 들어온 1살 어린 선배가 있었다. 학벌도 외모도 능력도 나보다 한참 떨어졌는데 말끝마다 '누구 씨, 이것밖에 못해요?'라며 본인이 대단한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말했고 시답잖은 농담을 동기와 주고받으며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그 사람은 퇴직금 받을 수 있는 1년을 채우고 이 일은 나에게 맞지 않는다며 퇴사를 했는데 그 사람이 회사에서 나가기까지 나는 퇴근 후 소주잔을 비우며 직장생활의 쓰디씀을 말했었다. 그때 생각했던 것 같다. 다시는 나이 많은 후배는 되지 않아야겠다고.
나이 어린 선배
반대의 입장이 되면 어떨까? 이직한 회사에서 나는 나이가 어린 편에 속했다. 자연스럽게 입장이 바뀌어 나이 어린 선배가 되었는데 일전의 교훈이 있으니 존중하는 마음으로 나이 많은 후배를 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선후배는 회사에 들어온 순서일 뿐, 사람 대 사람으로 일하면 좋지 않겠냐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나이 어린 선배도 못할 짓이었다. 얼마 전 나와 나이 차이가 10년이나 나는 후배가 들어왔는데 직장의 순리대로 본인이 후배임을 자각하고 자신의 포지션에서 열심히 하면 좋았겠지만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뺀다고 나이 하나로 이래라저래라 하는 통에 내가 이 회사에서 청춘을 바친 것이 후회가 될 지경이었다. 더 큰 사건은 이 나이 만은 신입이 30년 넘게 회사에서 일한 선배 상사한테도 큰 소리를 쳤다는 것이다. 원칙을 운운하며 상사를 몰아치는데 너무하다고 느껴졌다.
이로써 나이가 문제가 아니라 사람에 따라 나이가 문제시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후배, 상하관계를 떠나서 나이 많은 내가 혹은 나이 어린 내가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생활을 하는지가 사람들의 관계를 풀어나갈 키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오랜 시간의 산물인 나이와 경력, 모두 인정받아야 할 만한 것이다. 결국 문제는 누구 하나가 무엇이 먼저냐, 내가 대우받아야 한다고 날을 세움으로 인해서 발생한다. 나잇값을 한다는 것은 나를 내세우기 이전에 상대방의 시간을 존중한다는 의미가 있다. 내 나이의 시간이 소중하듯 그 사람이 일한 시간이 소중한 것이고, 내가 일한 땀이 값지 듯 그 사람이 지나온 나이의 발자취도 값진 것이다. 나는 상대방의 나이와 경력에 따라 나의 위치가 달라지는 비교 개념을 버리기로 했다. 내가 살아온 나날들과 내가 해온 일들을 믿고 나 자신에게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그것이 직장생활에서 진정한 나잇값을 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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