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이라는 그 족쇄

승진할까? 말까?

by 작가님



직장에 들어가기 전에는 취업만 하면 모든 게 해결될 것 같다. 나의 능력을 알아봐 주는 회사를 찾으면 열정을 다해서 일을 하겠노라고 밤을 지새우며 자기소개서를 쓰고 거울을 보며 면접 연습을 했더랬다. 꿈에 그리던 직장에 들어가고 일을 하다 보면 어느새 내 인생의 많은 시간을 직장과 함께 보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 많은 시간 동안 어떤 이는 더 나은 곳을 향해 이직을 하고 또 어떤 이는 버티지 못해 퇴사를 했다. 그리고 회사에서 의리로 깡으로 버티고 연차가 쌓인 우리에게 승진이라는 허들이 모습을 드리우게 된다. 과연 이것을 넘을 것인가, 말 것인가 딜레마에 빠진다.



승진할까? 말까?



한강의 기적, 야근, 빨리빨리 문화 등 한국인을 대표하는 수식어는 참으로 많다. 그런데 이렇게 과업 지향적인 한국인의 모습이 120년 전만 해도 없었다고 하면 믿어지겠는가? 코리안타임이라고 약속 시간보다 늦게 도착하는 행동이나 버릇을 나타내는 단어를 보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유유자적하는 조선시대 사람들이 떠오른다. 승진이라는 허들 앞에 서 있는 모습에는 오랜 시대부터 자신의 삶을 살고 풍류를 즐기는 하나의 사람이 보이기도 하고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아 높은 자리를 오르려는 야심 있는 사람이 보이기도 한다.



최근 MZ세대는 확실히 전자에 가까운 것 같다. 직장의 과한 업무 요구, 불평등한 보상체계, 불합리한 일처리 등에 환멸을 느껴 퇴사하는 사람의 수가 정말 많아졌다. 그들은 회사가 나를 지켜주고 책임져 주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반면에, 회사와 나를 동일시하여 직장에서 인정받는 것이 나의 존재 가치를 드러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리고 어느 기업 캐치프라이즈처럼 회사를 또 하나의 가족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승진은 꼭 해야 할 것으로 인식된다. 또, 완전 다른 의미로 근속연수나 연령에 따라 승진을 시켜주는 연공서열 문화에서 탈피한 실리콘밸리식의 성과주의 문화에서는 승진을 자신의 경력의 발판으로 여기기도 한다.



만년과장



예전에는 '만년과장'이라는 수식어가 승진이 누락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었다. 그러나 요즘 직장과 내 삶의 균형을 맞추는 워라벨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만년과장을 반긴다. 승진을 하고 책임이 많아질수록 회사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해야 하는 건 당연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기업에서도 과장 진급 이후 부장부터는 사실상 임원으로 생각하여 성과에 따른 연봉체계를 도입하고 노조에서도 빠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개인의 삶을 위해 승진을 안 하는 것으로 선택했다면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




문제는 자의가 아닌 타의로 인한 만년과장인 경우다. 법적으로 휴직, 성별, 인맥 등으로 인한 인사적인 차별이 없어야 한다고 하지만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다. 나도 오랜 휴직으로 인해 승진에서 밀렸고 그때는 아이가 어렸으므로 차라리 잘 됐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한번 정해진 그 룰은 깨지지 않았다. 동기들은 모두 승진을 했고 후배들 중 나이 많은 사람들도, 결국에는 나이가 어린 후배들까지 승진을 했다. 그렇게 되고 나니 '나는 직장보다 내 삶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현재를 살아내기 위한 방어기제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승진 누락은 하나도 괜찮지 않았다. 남편 또한 입시부터 입사, 그리고 승진까지 누구보다 엘리트코스를 밟아오다가 한 번의 승진 누락을 경험하자 엄청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회사에 충성하기보다는 경제적 자유를 달성해 퇴사를 하고 싶다고 항상 얘기했었는데 상반대는 모습에 나도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직장을 다닌다는 것은 직장의 룰이 내 삶에 있다는 것이다. 내가 아무리 직장과 결이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그 터전이 바뀌지 않는 이상 직장의 룰은 나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직장에 있다면 승진을 하는 것이 그 룰대로 따라가는 방법이다. 사실 승진을 한다는 것은 커다란 목줄을 스스로 자기 목에 차는 것과 같다. 당연히 목줄을 차면 예전보다 행동반경이 제한되고 자의가 아닌 타의 즉, 회사에 따라 움직여질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장에 있다면 목줄을 차고 내가 회사를 끌어보는 경험을 해봐야 하는 것 같다. 그게 아니라면 직장을 나와 나만의 터전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내 삶에 솔직할 필요가 있다. 승진 안 하는 것인지, 못하는 것인지. 오늘 진지하게 나 자신에게 물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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