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다니며 회사가 가족 같다고 느낀 적이 두어 번 있다. 한 번은 결혼할 때이고 한 번은 휴직 중 아빠의 상을 치를 때였다. 입사해서 2년을 채우지 않은 시점에 결혼을 했는데 회사 사람 거의 전부가 내 결혼식에 다녀가거나 축의를 했다. 그 당시 회사엔 나이 지긋한 분들이 많아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나를 잘 모를 텐데도 선뜻 주말에 시간을 내서 와주는 모습에 감동을 했고 이런 게 가족 같은 회사라는 의미구나 하고 느꼈다. 그리고 아이를 낳고 길게 휴직하는 중에 아빠가 돌아가셨다. 고민하다가 회사에 알렸는데 그때도 함께 일한 동료뿐만 아니라 퇴직한 분들, 새로 입사한 후배들까지 조문을 와서 참 힘이 되었던 기억이 있다.
한 직장에서 오랫동안 일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행운일지도 모른다. 내 터전을 만들 수 있고 사람과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쌓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직장에서 만나는 인연은 그 끝이 언제일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적당히 내가 상처받지 않을 선에서 마음을 주고받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오랫동안 함께 일한다고 생각하면 마음을 더 내어줄 수도 있고 내가 필요할 때 부탁하기도 훨씬 수월할 것이다.
문제는 성격이나 성향, 일처리 방식, 관점이 맞지 않은 사람과도 부딪혀야 한다는 사실이다. 오랜 시간 알고 있어 어느 정도 속사정을 알고 있는 상대가 나랑 맞지 않는다면 그것처럼 불편한 것이 없다. "주말에 뭐 했어요?"라고 가볍게 묻는 안부조차 부담스럽게 느껴지고 나의 개인 생활을 침해하는 느낌까지 든다. 특히 그런 불편한 사람이 관리자라면 정말 죽을 맛이다. 개인 사정으로 조퇴를 하는 상황에서 관리자는 어떤 개인 사정인지를 묻는데 왜 개인사를 말해야 하는지 납득이 가지 않고 코치코치 캐묻는 모양새에 마음이 상한다. 정말 별일 아니고 옆 동료에게는 아무렇지 않게 말할 수 있는 개인사가 불편한 관리자에게는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가족 간에도 가족을 대하는 방법, 편하게 생각하는 거리 등이 다 다르다. 그걸 같게 만들려고 하면 피를 나눈 가족 간에도 갈등이 생긴다. 하물며 피 한 방울 안 섞이고, 회사 말고는 아무런 공통점이 없는 회사 동료 간에는 더 하지 않을까? 가족 같은 회사는 관리자가 만든 허상이고 한낱 신기류에 불과하다. 정말 가족 같다는 느낌은 위에서가 아니라 아래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니까 제발 그만 물어라. 친한 척, 관심 있는 척 개인사 묻지 마라. 말하고 싶지도 말할 이유도 없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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