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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단한 뇨뇨 Apr 13. 2022

싸리꽃



싸리꽃


누군가는 네 이름도 모르겠지

오늘 아침 만난 싸리꽃


작은 미소로 환하게 머물다

앞산 밑 큰 강 따라

눈물 되어 툭 툭

후드득


먼저 간 아비 그리워

바람 따라 소리 없이 가버린

싸리꽃




벌써 고모가 간지 7년이 지났다.

오늘 아침 날씨는 여전히 그날처럼

서늘하고 곧 비라도 쏟아질 하늘이다.


꿈에 초등학교 5학년 때 돌아가신 후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할아버지는 이틀 연속 할아버지의 사랑방을 지키고 계셨다.

 살아계셨다면 이 즈음이 생신이었을 테다.


할아버지 생신날이면 온 친척들이 모였다.

엄마는 갈치에 무를 넣어 자글자글 끓여 조림을 만들고, 굴에 참기름과 마늘, 고추를 넣어 비릿하면서도 참기름 향이 나는 굴무침을 만들고, 고등어를 노릇하게 구워 생신상을 차려 내셨다.


살아계셨다면 아마 할아버지가 좋아하시던 생일 상을 지금도 차렸을 테지. 아침 산책길에 할아버지 생신 때 향이 코 끝을 스친다.


고모는 먼저 간 할아버지를 따라  할아버지의 생신 무렵 싸리꽃처럼 우리를 떠났다.


오늘 아침엔 고모가 살아 있을 때 마지막으로 함께 봤던 영산홍을 만났다.  매년 이때가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영산홍이 나를 더 힘들게 하기도 한다.


'그때 더 잘했더라면..

한 번 더 찾아갔더라면...

지금 다른 결과였을까? '


'봄은 다시 돌아오고, 꽃은 다시 피겠지만

그때의 꽃은 다시 피지 않을 테지..'


  작은 꽃을 눈에 담고, 오늘 하루를 마음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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