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장도서관
오늘도 도시락을 챙겨
동네도서관으로 걸어가 봅니다 .
그 이유 첫번째. 아마 책을 읽기 위해 갈 거예요.
책 가까이에 머물 수 있다는데 안도합니다. 언어와 침묵이 공존하는 그곳에서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제가 집중하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은 잠들기 전 스탠드 아래가 아닐까 합니다. 도서관에서는 제목을 따라 여러 책을 펼쳐보며 산만한 독서를 하고 핸드폰에 무엇인가 끄적이는 편 입니다.
두번째. 산책하려고요.
도서관은 단지 목적지를 설정해 둔 것일 뿐 실은 유희를 목적으로 집을 나섰던 것 같습니다.
길 위에 이름 모를 소박한 꽃들과 풀들, 재잘거리며 흘러가는 하천, 그 위로는 햇살이 부서지고 고요하게 흘러가는 구름이 있습니다.
걷다 보면 뜻밖의 인연을 만나게 됩니다. 멀리서 지켜보는 것만 허락해주는 길고양이와 들떠 있는 산책 나온 개들은 빠지지 않고 만나는 친구들입니다. 어느 날은 동화에서처럼 한 아주머니가 뜬금없이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저에게 내밀었습니다. 나아가는 발걸음을 따라가다보면 그렇게 지나치는 모두가 설렘입니다.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기도 하지만 멈추지 않고 걷기만 한다면 계속해 변하는 풍경을 따라 어느 순간 숨을 고루 쉬게 됩니다.
세번째. 어쩌면 도시락을 먹기 위해서 가는 건지도.
집에서부터 동네 도서관까지 걸어가면 약 한 시간 정도가 됩니다.
도시락을 챙긴 가방을 메고 볕을 좀 쐬어보겠다는 핑계를 대고 벤치에 앉아 보온병에 담긴 차부터 홀짝입니다. 도시락을 먹기에는 시간이 좀 이른 듯하지만 뚜껑을 살짝 열어 봅니다.
식은 쌀밥이 뽐내는 찰지고 단맛과 베어 있는 간장 양념의 짭조름함, 삼키는 침을 따라 올라오는 잡곡과 검은깨의 고소함, 이런저런 알맹이를 꼭꼭 냠냠 오래도록 씹어 먹습니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산과 들은 전부 제 것이라고 말하는 게 부끄럽지 않습니다.
도서관이라는 목적지를 두고 걸어갑니다만 제게 언제나 목적지가 중요한 적은 없었습니다. 다만 길에서 지나치는 우연과 배가 고파지면 멈추어 먹는 도시락이 있을 뿐이라는걸 이해합니다. 그렇게 마음을 두지 않을때야 비로서 길을 걷는 발걸음이 가벼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