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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동욱 May 01. 2024

초한(楚漢)의 영웅 한시로 만나다 40

이제현, 「한신(韓信)」

40. 젖내 나는 애송이

出跨淮陰志頗奇(출과회음지파기)   회음에서 가랑이 밑을 나온 그 뜻 기특했지만 

亦知王業匪人爲(적지왕업비인위)   왕업은 제 맘대로 되지 않음도 알겠네. 

欲令螻蟻翻溟渤(욕령루의번명발)   벌레 같은 힘으로 바다를 뒤집으려 하였으니  

晩計何殊乳臭兒(만계하수유취아)   만년(晩年) 계획 젖내 나는 애송이와 무에 다르랴. 

이제현, 「한신(韓信)」     


[평설]

 한신(韓信)이 젊었을 때 시정잡배들이 위협하며 말했다. “네가 차고 있는 칼로 나를 찌르든가, 그렇지 않으면 나의 가랑이 밑으로 기어나가라.” 그는 시정잡배의 가랑이 밑으로 지나갔다. 한신은 큰 뜻을 위해서 작은 모욕쯤은 달게 받았다. 

뒤에 한신이 제나라를 쳐부수고 나서 제왕(齊王)이 되기를 청하여, 한고조 유방에게 승낙을 받는다. 처음에 한고조 유방은 한신의 요구에 격노했지만, 장량(張良)ㆍ진평(陳平)의 조언을 듣고 허락하였다. 또, 유방은 한신의 병권(兵權)을 두 번이나 빼앗아 강력하게 경고했지만, 한신은 초왕(楚王)으로 봉해지는 것을 사양하지 않았다. 그는 왕이 되어서는 안 되었지만, 왕이 되려고 했고 끝내 왕이 되었다. 이런 일이 쌓여서 한신은 한고조 유방에게 숙청당한다.

한신은 생애 마지막에 회음후(淮陰侯)로 강등되었다가 진희(陳豨)와 모의하여 반란을 도모했다는 혐의로 끝내 여후(呂后)에게 죽임을 당하고 만다. 이같은 한신의 행위를 ‘땅강아지나 개미 같은 벌레가 바다를 뒤집으려 하는 시도’나 ‘입에서 젖내나는 애송이’에 빗댔다. 특히 입에서 젖내나는 애송이[口尙乳臭]는 한고조 유방이 “저편의 대장 백직(柏直)은 아직 입에 젖내가 나니, 어찌 한신(韓信)을 당할 수 없으리라.”라 한 데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한신의 상대를 표현하는 말로 쓰였던 구상유취(口尙乳臭)를 가지고, 도리어 한신의 행위를 규정했다. 전반적으로 한신의 실책을 비판적인 어조로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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