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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365일, 한시 365수 (311)

311. 따스한 방 안의 풍경[癡翁有謝炭詩, 戱次], 이병연

by 박동욱

311. 따스한 방 안의 풍경[癡翁有謝炭詩, 戱次], 이병연

늙은 처와 아이들은 여기저기 자리 잡고

주인 영감 방 중간에 대자로 누웠겠지.

화로에 붉은 숯이 따뜻이 방 덥힌 뒤로

쓰러져 방을 다시 나서지 않으리라.

老妻西畔小兒東 大臥中間是主翁

自得一爐紅炭後 頹然不復出房壠


[평설]

치옹(癡翁)은 이태명(李台明)을 가리킨다. 시도 잘 쓰고 노래도 잘 불렀지만, 몹시 가난했다. 이태명은 겨울에 숯이 떨어지자 이병연에게 숯을 청했다. 이병연은 흔쾌히 숯을 보내주었다. 이태명은 답례로 시를 보내왔고, 이병연은 위의 시를 다시 보내주었다.

보내준 숯은 친구의 집 방 안을 따끈하게 데웠을 것이다. 아마도 친구의 처는 저쪽에 아이는 이쪽에 자리를 잡을 것이고, 친구는 중간을 차지한 채 큰 대자로 누워있으리라. 그리고는 따끈한 방이 좋아서 문밖출입도 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행복한 상상을 한다. 시인은 숯을 보내줬고 친구는 따스한 겨울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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