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 매화 향기에 넋을 잃다[絶句], 이후백
350. 매화 향기에 넋을 잃다[絶句], 이후백
가랑비가 내려서 갈 길을 잃고
나귀 타고 바람 불 제 십리 길 가네.
들 매화는 곳곳마다 피어 있어서
그윽한 향기 땜에 넋을 잃었네.
細雨迷歸路 騎驢十里風
野梅隨處發 魂斷暗香中
[평설]
가랑비는 보슬보슬 내리고 바람은 불어대는데 나귀에 몸을 맡겨 십리 길을 갔다. 사실은 길을 잃어서 헤맨 것이 아니다. 여기저기 피어 있는 매화 향에 취하여 정처 없이 가다 보니 십리 길을 훌쩍 오게 된 것이다. 매화 덕에 비바람을 맞아 후줄근하고 청승맞았던 길이 더없이 아름답고 운치 있는 길로 탈바꿈했다. 길을 잃은 것이 아니라 넋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