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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Apr 28. 2024

부끄럽지 않은 삶을 선택하자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공자의 제자 중에 원헌(原憲)이란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원헌이 공자에게 부끄러움이란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 질문에 공자가 답했다.

“나라에 도(道)가 행해지는데 단지 녹(祿)만 먹고 있는 것이 부끄러움이고, 나라에 도(道)가 행해지지 않는데 녹(祿)이나 먹고 있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다.” 

쉬운 문장이지만 어렵다.

뒷구절은 그나마 나은데 앞구절이 너무 힘들다.

몸으로 따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온 나라에 도가 행해지는 모습이 어떤 것일까?

공자가 자신의 사상을 전하며 중국 각지를 돌아다닐 때가 있었다.

주유천하라고 하는 15년의 시간인데 그때 제자가 3천 명이나 모였다고 한다.

온 나라에 도가 전해지던 때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때 도를 듣지 않았던 사람들은 그보다 3천 배도 더 많았다.

공자를 만날 수 있는 그 좋은 기회를 놓쳐버린 것이다.

부끄러운 일이다.




그들은 어쩌다가 공자를 만날 수 있는 그 좋은 기회를 놓쳐버렸을까?

사는 게 바쁘다고 했기 때문일 것이다.

여유가 있어야 공자를 만나든지 말든지 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공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놓쳐 버린 것이다.

시간이 지나서 이제는 더 이상 공자를 만날 기회가 없게 되었을 때, 그들은 아쉬워했을 것이다.

‘내가 그 좋은 기회를 놓쳤구나!’ 하는 부끄러움이 몰려왔을 것이다.

때를 놓치는 것은 아쉬움을 넘어 부끄러운 일이 된다.

원헌은 공자와의 대화를 통해 부끄러움이 무엇인지 알았던 것 같다.

그래서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려고 노력했다.

원현의 삶은 많은 후학들을 길러내는 삶이 아니었다.

관직에 올라 자신의 사상을 세상에 떨치는 삶도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세상에서 잊힌 사람처럼 숨어 지낸 삶이라 할 수 있다.

궁핍한 삶이었다.

깊은 숲속에서 외롭게 살아간 삶이었다.

하지만 도(道)를 따르는 삶이었다.




원헌과 달리 공자의 또 다른 제자인 자공은 위(衛) 나라의 재상이 되었다.

장사도 잘해서 엄청난 부를 축적하기도 했다.

그의 명성이 세간에 널리 퍼졌다.

그런 자공이 어느 날 원헌을 찾아왔다.

공자가 죽은 후에 제자들은 각자 자신들의 길로 갔기 때문에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이었다.

좋은 옷을 입고 수많은 수행원을 거느린 자공은 금의환향하는 사람 같았다.

자공은 4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를 타고 왔다.

그런데 자공을 맞이하는 원헌의 모습은 웬 거렁뱅이 같은 행색이었다.

입은 옷도 너덜너덜했고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살아가는지 몸도 부실해 보였다.

옛 친구이지만 지금은 격차가 너무 커 보였다.

자공은 원헌이 그런 몰골로 나타나자 부끄러웠다.

둘러선 수행원들에게 면목이 서지 않았다.

자신이 나라의 재상이니까 원헌이 적어도 재상을 대접하는 격식은 차릴 줄 알았다.

하지만 원헌에게서 그런 모습을 전혀 볼 수 없었다.




꾀죄죄한 원헌을 바라보면서 자공이 한마디 했다.

“자네는 어쩌다가 이렇게 병이 들었나?” 


그 말에 원헌이 대답했다.

“내가 듣고 배우기로는 재물이 없는 것을 가난이라고 하고 도리를 배우고도 실천하지 않는 것을 병이라고 했네. 그런데 보다시피 나는 가난하기는 하지만 병들지는 않았네.” 


그 말을 듣자 자공에게 부끄러움이 올라왔다.

원헌은 비록 가난하게 살기는 했지만 도를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반면에 자신은 비록 부유하고 유명인사가 되었지만 도를 실천하는 데는 소홀했던 것이다.

그 만남 이후에 자공은 평생 동안 자신이 원헌에게 한 말을 부끄럽게 여겼다고 한다.

도를 듣고 도를 행하면서도 부유하고 유명해지면 좋겠지만 그런 삶을 사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공자도 그렇게 살지 못했다.

만약 이 여러 삶 중에서 하나만을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떤 삶을 선택할까?

부끄럽지 않은 것을 선택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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