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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May 07. 2024

어버이날을 앞두고 추천하는 책


가볍게 읽어볼 책을 찾았다.

집중하지 않아도 되는 책.

굳이 지식과 정보를 캐지 않아도 되는 책.

시간 때우기에 안성맞춤인 책.

책걸이 하기에 괜찮은 책.

짧은 시간에 독파할 수 있는 책.

따지고 보면 그렇고 그런 책이었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 책이 김도윤 작가의 <내가 천 개의 인생에서 배운 것들>이다.

제목만 봤을 때는 가벼운 철학 관련 서적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냥 수필집이었다.

김도윤이란 작가가 어떤 이인지 몰랐다.

작가 소개를 보면서 자기계발서를 몇 권 쓴 작가임을 알았다.

그래서 이 책도 자기계발서인 줄 알았다.

천 명의 위인들을 연구하고서 그 위인들의 삶을 통해 본받을 점을 정리한 책 같은 줄 알았다.

지루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내가 찾던 그런 종류의 책이라고 생각했다.

한 번 읽고 다시 읽지 않을 가벼운 책 말이다.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을 들었다.

그런데 책장을 넘기다 보니 점차 묵직해졌다.




작가는 천 개의 인생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물론 자신이 만난 인생이 천 개의 인생은 넘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작가는 그들의 인생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단지 그 많은 사람들이 들려주었던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이야기들을 정리했다.

그 많고 많은 이야기들을 분류하다 보니 점차 몇 개의 단어로 정리되었다.

고마워, 미안해, 사랑해 같은 말이었다.

작가는 그 여러 단어들의 대표가 되는 단어를 ‘사랑’으로 꼽았다.

그리고 자신에게 사랑을 가르쳐준 분이 누구인지 생각해 보았다.

세상에서 자신을 가장 많이 사랑하는 분이 누구인지 둘러보았다.

그리고 자신이 그렇게나 사랑했었던 사람이 누구인지도 찾아보았다.

그 사랑의 출발지와 종착지에 바로 ‘어머니’가 있었다.

누군가는 ‘어머니’라는 말 대신 ‘엄마’라고 부를 것이다.

작가는 천 개의 인생을 만나지 않아도 어머니 한 사람에게서 충분히 배울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은 김도윤이라는 작가가 20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가 될 수 있었던 것, 40만 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자신을 사랑해 주었던 어머니가 있었기 때문임을 밝히고 있다.

작가는 어린 시절에 왜소하고 성장이 느렸던 아이였다.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당하기에 딱 좋은 아이였다.

도시락 반찬 중에서 맛있는 것은 친구들에게 다 빼앗기고 맨밥만 먹던 아이였다.

선생님께는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는 말도 못 하고 그냥 바지에 오줌을 지리는 아이였다.

하지만 그런 아이를 바라보면서 한 번도 인상 찡그리지 않았던 분이 있었다.

왜 그랬냐며 다그치지도 않았고 이게 뭐냐며 꾸중을 하지도 않으셨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대해주셨던 분이 계셨다.

바로 어머니이셨다.

어른이 되어서 그때 왜 그랬냐고 물어봤더니, “엄마까지 그랬다면 너는 집에서마저 힘들 거잖아.”라고 하셨다.




작가가 서울에서 고시원 방을 얻어 지내던 6월의 어느 날이었다.

아침 일곱 시에 어머니가 전화를 하셨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어머니가 지금 고시원 앞에 있다고 했다.

전날 지인의 장례식에 갔다가 새벽 다섯 시에 고시원 근처에 왔는데 2시간이나 지난 지금에야 전화한 것이었다.

왜 그랬냐고 물으니 “새벽에 전화하면 네가 깨잖아. 직장 다니는 자식이 힘들면 안 되잖니?”라고 하셨다.

엄마는 자식에게는 그 자그마한 피해조차 용납하지 않았던 분이셨다.

자식이 일어날 시간인 7시까지 고시원 앞을 뱅뱅 돌고 돌았을 어머니를 생각하며 작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자기라면 새벽 두 시든 새벽 다섯 시든 엄마에게 전화를 했었을 것이라고 했다.

엄마가 피곤한 건 생각지도 않는 아들이니까.

작가는 더 이상 엄마를 만날 수 없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우리는 작가의 엄마도, 그리고 우리의 어머니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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