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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br Sep 11. 2020

불편하니까 예술이다

코코어 [Fire, Dance with Me]

아주 오래전에 음악 웹진을 하면서 쓴 리뷰가 있지만 지금 보면 마음에 안드는 것도 많고, 억지로 쥐어짠 것들도 많았다. 이것도 쓴 지 거의 거의 15년은 넘은 것 같다. 하지만 이 앨범의 경우 애정을 갖고 썼었다. 시대를 앞선 음악을 했기 때문에 그럴 수 밖에 없었고, 또 국내 인디 명반이라고도 생각하기 때문에 올린다. 



영화든음악이든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있기 마련이다도그마 선언으로 유명한 라스  트리에가 말하길 '영화는 신발  돌멩이 같아야 한다.',  유희의 매체로서가 아닌 관객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소리다코코어의 음악으로 말하자면 절대 '편한음악은 아니다. '불편하다'라고 단정짓기엔 인디 음악 1세대들또는 소수 매니아 층에 의해 뜨거운 지지를 받는 소신의 밴드이고, '편하다'라고 하기엔 요즘 우후죽순으로 나오는 멜로디에  달린 밴드들처럼 쉽게 보이지도쉽게 들리지도 않으니까 말이다.

 

 처음 코코어가 나왔을 사람들은 코코어의 음악이 너바나(Nirvana) 비슷하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실제로 그들은 90년대 얼터너티브의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적이 있는데이건 굉장히 싱거운 이야기다요즘 음악 하는 사람들치고-특히  음악-90년대 음악    들어  사람이 있겠느냐 만은놀랍게도 90년대 얼터너티브의 감흥을 기똥차게( 말이  하고 싶었다!) 표현해  밴드는  코코어 밖에 없었다너바나의 대표작인 'Smells Like Teen Spirit' 저변에서 수면으로 오를  있었던 까닭은 바로  유명한 중간 가사 '"Hello, Hello, How Low?( 얼마나 저속하니?)" 같은 언어유희에 숨겨진 기존 세대를 불편하게 만드는 진실에도 있다쓰리코드로도 음악이 되고분노도 되고이것을 좋아할 팬들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커트 코베인은 죽었지만그런 비슷한 코코어는 살아있다.

 

여기서  얼터너티브의 후예들은 21세기 새로운 예술로 승화되기 시작한다이우성황명수김재권   사람의 각자 다른 음악이 모이고한때 속옷 밴드의 드러머였던 정지완이 뭉쳤다각기 색깔도 뚜렷하다황명수의 음악에는 오리엔탈적인 요소와 싸이키델릭이 배합되어 있으면서도 4-50년대 장난감으로 많이 쓰인 카주(Kajoo) 라는 피리를 쓰기도 했다김재권의 음악에는  웨이브와 디스코일렉트로니카가 안락하게 들어가 있다오히려 보컬이 반주가  느낌이다이우성 이야말로 종잡을 수가 없다코코어 앨범 이전에 포크 프로젝트인 '싸지타' 했던 느낌이 없지않아 남아있으면서도 랩을 한다든지멜로디를 거역하는 불안한 보컬  끊임없이 자신을 실험하고  실험한다(오히려 그에겐 이런 실험이 일상적인지도 모르겠다).

 

코코어의  길고   편의 장황한 영화를 연상케 한다아무것도 없는  색의 커버를 넘기면 깨알 같은 가사가  여백의 옆에서 불온하게 정렬되어 있고, am pm이라는 경계선을 노이즈로 뭉갠 일탈과 노동으로 범벅이  스린 청춘을 추상적으로 묘사하고현실적인 사운드로 아물게 한다앨범을 열어보면 pm 마치 a-side처럼 앞에 놓여져 있다술에 절여진 환각의 밤을 스르르 넘어서 am 새벽이 된다눅눅한 하늘빛을 보이기 시작한   즈음에 구토로 회환을 개어내면다시금 am pm 반복한다 어지러움이 가시기 전에 무려 28분의 대장정 'Fire, Dance with me'  수많은 곡을 단번에 압축하듯 () 세계에서 활화산 같은 불꽃을 터뜨린다.

 

라스  트리에너바나그리고 코코어불편한 심상을 드러내는  아티스트들은 끈질기게 오래갔다철저히 자신들의 이야기를 했고자신들이 바라본 세상을 비틈으로써 자유를 얻었다때론 우린 불편할 필요가 있다이들이  그러는지에 대한 의문에서 자신이 모르던  다른 세상을 바라볼  있게 되고이것은 당신을 예술로 이끌  있는 근본적인 힘이 된다개인적으로 이런 음악을  땅에서 들을  있다는 것이 눈물겹다웬만한 영미  밴드 나와도 코코어와 바꾸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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