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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다 Aug 15. 2024

임테기는 참을 수 없지!

3. 착상에 추어탕이 좋다면서요?

시술이 끝난 후 회복실에 누워 '인공수정 후기'라는 단어를 검색해 보고 몹시 놀라웠다. 의사 선생님의 말씀만으로도 준비는 충분하다 생각했었는데 인터넷에는 엄마가 되고 싶은 예비맘들의 신세계가 있었다.





그동안은 검증되지 않은 지식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쓸데없는 오해와 걱정을 염려해 일부로 임신 관련 검색은 제대로 해 보지 않았던 터였다. 하지만 이제 나도 적극 처방을 받고 시술을 한 진짜 예비맘이다. 남들 다 아는 사실을 나만 모르고 넘어가는 건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 많은 엄마인 것도 미안한데 MZ 맘들이 하는 건 배워야지'라는 구시대적 발상으로 검색을 했다. 시작하자마자 예상대로 엄청난 정보들이 쏟아졌다. 그중 그럴듯한 관습은 따라야겠다는 결심까지 했는데 그것은 시술을 받은 후에는 추어탕과 두유를 먹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의학기사에서 전혀 근거 없는 글이라는 기사를 본 기억도 있으나 단백질 보충이 나쁠 건 없다고 생각했고, 나 스스로가 그렇게 예비맘이 되어가는 것을 즐기고 있었다.





시술이 끝나고 30분 회복 후추어탕을 먹고 나오는데 그날따라 유난히 햇살이 좋았다. 덕분인지 컨디션도 좋아 남편에게 옆 쇼핑센터를 조금만 구경하자고 했다. 병원에서 크게 무리하지 말라고 하셨지만 평소보다 오히려 많이 걷다가 집에 들어가면서 조금 후회하기도 했다.





시술 당일을 제외하고는 시술했다는 사실을 잊은 것처럼 지냈고, 늘 그랬듯 무탈해서 행복한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아니, 이상하리만큼 더 행복했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데이트도 순간들이 감사하고 넘칠 만큼 행복해서 남편에게 이렇게 말한 적도 있다.


"자기야~ 나 요즘 너무 행복한데 이때 아기가 와주면 좋겠다. 지금 오면 아기도 너무 행복할 거 아냐"





그렇게 잊은 듯 지내다 문득 궁금해졌다.

맘카페 인공수정 카테고리에서 얻은 정보에 의하면, 대략 시술 후 10일 차가 두줄이 보이는 시점인 것 같았다. 빠르면 9일 차에도 2줄을 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댓글에는 불량인 임테기 2줄에 속았다거나, 시술 과정인 난포 터트리는 주사의 영향으로 임신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2줄을 보는 사람들도 간혹 있기도 했다.


'어디 보자.. 오늘이 8일 차니까 내일이면 9일 차...'





선생님은 분명 임테기 시점을 시술 후 14일 차 때쯤으로 일러주셨지만, 그렇게 참을성이 많은 예비맘들은 잘 없어 보였다. 예비맘들은 9일 차부터 임테기에 손을 대면 임테기 지옥에 빠진다고들 표현했다. 2줄이 나오지 않으면 2줄을 기다리면서 며칠을 보낼 것이고, 2줄이 나오면 더블링(임신 후 피검사 수치가 2배씩 뛰게 되는데 호르몬 영향으로 임테기는 두 배씩 진해진다)을 하루에도 몇 번씩 확인하며 임신을 확인하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시술 9일 차에 임테기를 해볼 생각이 전혀 없었다. 만 37년 평생 임테기 2줄은 본 적도 없었고, 알고리즘으로 인해 유튜브에 뜬 '인공수정 첫 번째 도전 성공 ('로또'를 만나다)' 같은 일은 남의 일이라고만 여겼다.





 9일차







내 임테기 어디갔어!!! 내 임테기!!!!!!






나는 그렇게 참을성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게 테스트는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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