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렇지 않다는 듯 마음속으로 서로를 위로하는 카톡들을 주고받으며 나는 다시 화장대에 있는 임테기를 보러 갔다. 미련인 것 같았다.
'응? 뭐지?'
'아닌가? 이게 맞나? 잠이 덜 깬 건가? 보고 싶은 대로 보이는 건가?
분명히 아까 전에는 단호박 1줄이었는데..'
'이게 말로만 듣던 매직아이?!'
이쪽으로도 보고 저쪽으로도 보고, 빛 방향에 따라 보이기도, 안보이기도 하는 2줄이 생긴 것 같았다.
테스트기 두 개 다 그랬다. 그런데 오래 쳐다보면 볼수록 더 헷갈렸다. 사진을 찍어 보기로 했다. 열 장 찍으면 아홉 장은 1줄로 보이고, 한 장 정도만 내 눈에 보이는 것 같은 2줄이었다. 편집까지 해서 옅디 옅은 줄인 것 같은 그곳을 표시까지 해 가며 남편에게 카톡으로 보내 주었다.
사진을 본 남편에게 바로 전화가 왔다.
"자기야, 그거 임신 아닌 거 같은데? 쉬 묻으면 그 정도는 누구나 나오는 거 아냐?"
웃음이 났다.
나처럼 평생 2줄을 본 적 없는 남편이지만 남자라 그런지 나보다 임테기에 대한 상식이 훨씬 더 부족한 듯 보였다. 그런데 나는 2줄은 소변이 묻는다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을 해주는 것보다 남편 눈에도 2줄이 보이는지 확인하는 게 더 바빴다.
"자기도 2줄이 보여?"
"몰라, 보이는 것 같은데, 에이~ 저 정도면 임신 아냐"
"자기 눈에도 보인다는 거지?! 자기 퇴근하면 빨리 와요!"
'세상에...
진짜 임신인가?
난포 터트리는 약이 다 안 빠지면 2줄이 보인다는데...
이렇게 2줄까지 보고 임신이 아니면 너무 힘들 거 같아.
제발 임신이기를...!!'
2줄을 보면 엄청 좋아서 날뛰고, 서로 축하하고, 행복해 죽고, 뭐 그러는 거 아닌가?
시술을 한 터라 2줄을 보고도 임신이 아닐까 봐 걱정이 먼저였다. 너무 이른 날 테스트를 한 덕분에 나는 불안과 행복이 공존하는 양가감정 비슷한 것을 갖게 되었다.
몇 시간 후, 퇴근한 남편도 직접 확인했다.
확실히 나에게만 보이는 2줄은 아니었다. 가슴에서 폭죽이 터지고 살면서 처음 느끼는 행복감이 피어나고 있었지만 실망할까 두려워 티 내지 않았다. 남편도 그래 보였다. 일단 우리는 침착하게 하루 더 기다리고 임테기가 진해지는지(더블링) 확인하기로 했다.
노심초사하며 하루를 보내고 새벽 4시쯤 눈이 번쩍 떠졌다. 자기 전에 볼일을 봤고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좀 더 있다가 테스트기를 하고 싶었으나 어제처럼 오늘도 소변이 급했다.
그래도 어제 해본 경험치가 있어 임신 극초기에는 테스트 후 바로 드라마틱 한 2줄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마음을 진정시키며 5분을 기다렸다.
"!!!!!!!!! 진짜야??!!"
하루사이에 누가 봐도 보이는 2줄이 되어있었다!
이미 잠에서 깬 채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 남편에게 말해주었다.
"자기야! 우리가 엄마, 아빠래! 너무 안 믿기지?"
자다 일어나서 부둥켜안고 서로를 축하했다. 입은 웃고 있는데 울컥울컥 눈물이 났다.
행복해서 눈물이 나는 건 이런 거였다. 정말 감격스럽고 너무나 감사했다.
흥분된 마음에 잠이 다시 청해질 리 만무했고, 뭔가 해야 할 것만 같았다.
"우리 해 뜨는 거 보러 갈까?"
그렇게 우리는 집 앞에서 뜨는 해를 보며 우리에게 와준 아기에게 더없는 감사와 엄마, 아빠로서의 마음가짐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