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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영 May 06. 2024

비오는 날 맨발걷기

아프면 다 소용없어.

비 오는 날 맨발 걷기가 참 좋다.

촉촉해진 땅 위를 걸을 때면 발바닥에 느껴지는 차가움이 너무 좋다.

온몸으로 서서히 열기가 빠져나가는듯한 느낌..



갱년기라 체온이 항상성 유지가 어렵다. 그래서 맨발 걷기를 하는 순간은 내 몸의 열도 내려가서인지 차분해진다.



기분이 좋아서 엔도르핀이 나와서 순환이 잘 되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땅을 보고 걷다가 이젠 몇 개월차가 되니 이젠 자연의 변화를 매일 감상하며 걷는다.



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시적으로 아름답게 표현하고 싶지만 마음만 앞서다 이상한 글이 되어버린다.


책을 읽을 때면 작가님들의 섬세함에 경탄한다. 나는 보고 예쁘다를 어찌나 아름답게 묘사하고 마치 내가 보고 있는 것처럼 글은 살아있다. 참 부러운 일이다.


맨발 걷기를 하면 빨리 걸을 수가 없다.

돌이나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지거나 다치면 득 보다 실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주 천천히 온전하게 발바닥 전체의 감각에 신경을 집중한다.

그래서 더 생각을 깊이하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진다.


딱딱한 돌, 부드러운 흙이 만나 자연스러운 지압효과를 준다.

천천히 한. 걸음씩 나는 온몸으로 감각을 느끼는 것이 참 행복하다.


처음 시작은 내가 왜 이런 걸 해야 하나로 시작했다. 살기 위해 시작했고, 남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매일 다녔다.


다니다 보니 자연의 변화를 매일매일 볼 수 있다는 즐거움이 이젠 더 크다.


더운 날도 맨발로. 걷는 산은 시원하다. 힘들게 운동하는 곳이 등산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젠 맨발 걷기는 나의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걸었던 흔적들이 다져서 땅은 단단하고 평평하고 보드라워져 있다. 얼마나 많은 생각들이 이 길에서 만들어지고 버려졌을까?


나도 나쁜 생각이나 부정적인 생각이 들면 산에다 버린다. 그리고 산소를 가득 품은 좋은 말만 내 몸과 마음에 담아 온다.


비 오는 날은 더 좋다. 그동안 황사먼지, 송홧가루, 꽃가루 때문에 힘들었는데.. 오늘 산은 세수를 한 듯 뽀드득뽀드득 깨끗해졌다. 기분이 너무 좋아 오늘은 오랫동안 걸었고 생각했다.


내 삶은 잘 살아가고 있는가?

지금처럼 건강하게 잘 살자고

아프지 말자고 나에게 속삭인다.


아프지 않고 살아가는 것만큼

잘 사는 것도 없다.

아파보니 알겠더라

병원에 있잖아?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시간을 이겨내는 일뿐이야.

그러니 아프지 말고 살아내야 해


남편에게 이렇게 좋은 걸 왜 이제야 한 걸까?라고 말하면 남편은 지금부터 할 수 있어서 더 건강해질 거라며 이야기한다.


신은 내가 더 건강해지기 위해 나에게 고통을 주고 간듯하다.


우리에게 오는. 불행의 또 다른 면에는 새로움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니 아프다고 쭈그려있지 말고 나를 위해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


죽음에 대해 매일 생각하는 순간

지금 난 가장 행복한 사람.

행복한 엄마.

행복한 딸이

행복한 아내가 된다.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나는 맨발로 걸으며 많은 생각을

하고 깊이 있는 삶을 살아갈 것이다.

내가 그렇게 하기로 했으니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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