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 딸이 먼저 알아본 진짜 사랑
어제, 딸과 함께 하교하는 길.
차창 너머로 스쳐 지나간 한 장면이 마음에 오래도록 남았습니다.
꽃이 흐드러지게 핀 산책길,
그 길목 한가운데서 연세 지긋한 할아버지가 휠체어에 앉은 할머니를 향해 스마트폰을 들고 계셨어요.
할머니 뒤로 펼쳐진 배경은, 아마도 그 길에서 가장 화사하고 아름다운 풍경이었겠지요.
그저 아름답다고 생각하며 지나치던 찰나, 옆에 앉아 있던 첫째가 말했습니다.
“엄마, 봤어?
할아버지가 할머니 사진 찍어주시는 거.
꽃이 제일 많은 자리였어. 너무 예쁘지 않아?
노인의 사랑이 저렇게 따뜻하다니… 감동적이야.”
그 말에, 저는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시험 준비에 지친 중3 아이가
그 아름다움과 사랑을 알아보고, 감동으로 받아들였다는 사실만으로도
세상이 더 근사하게 느껴졌어요.
아이는 매일 쫓기듯 바쁘고 힘든 일상을 살아가고 있지만,
그 순간만큼은 마음의 창이 열려 있었던 걸까요.
사랑을 볼 줄 아는 눈,
아름다움을 감탄할 줄 아는 감수성,
그 마음이 참 고맙고 대견했습니다.
한참을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나도 언젠가, 저 두 분처럼…
사랑으로 하루를 채우며 늙어갈 수 있을까.’
병을 겪고 난 후, 삶과 죽음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요즘은,
언제 마지막이어도 후회 없도록
매일을 정성스럽게 살아가야겠다고 마음먹곤 해요.
오늘도, 사랑을 기억하며
조금 더 따뜻하게, 조금 더 다정하게 살아갑니다.
그날의 풍경처럼.
꽃길 한가운데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그 노부부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