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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들때 Oct 21. 2023

나는 10살 가을색 푸들

누나 하나, 형 하나 데리고 살고 있지


내 이름은 단지다.

뭐라더라, 인간 말로 애물단지가 있단다.

그리곤 뭔가 미안했는지 꿀단지도 있댔다.


뭐 크게 상관없다.

그렇게 불렀을 때 냉큼 가 좀 웃어주면 된다.

그럼 인간들은 너무 기뻐하며 맛있는 간식을 내어놓으니까.

(가끔 간식이 먹고 싶어 내가 먼저 가 웃어준단 건 비밀)

 

나는 누나 한 명, 형 한 명이랑 살고 있다. 둘이 부부란다.

부부인지 뭔지는 관심 없는데 어쨌든 둘이 나 빼고 붙어있는 꼴은 못 보겠다, 질투가 난달까.

그래서 꼭 둘 사이로 엉덩이를 비집고 들어간다.

왜냐구? 누난 내 꺼니까!


형은 저리 가라고 손을 비비적 밀어대면

눈치도 지지리도 없는 형은 재밌어하

내 머리를 마구 쓰다듬는다. 아, 그게 아니잖아!

하지만 이 위기를 내색 않고 참아야 한다. 끄응.


솔직히 누나랑 단 둘이 있을 때가 훨씬 좋지만

사실 또 형이 있어야 거슬리는 발톱도 깎아주고

다리 아플 때 번쩍 날 안아줄 수도 있다.

그러니 그냥 내가 참고 살아주는 거다.


그나저나 오늘은 또 뭘 하면서 신나게 지내볼까?

일단 어제 마무리 못한 저 카페트 귀퉁이부터

좀 잘근잘근 씹어볼까?

이건 두꺼운데 또 말랑한 것이

정말 씹는 맛이 짱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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