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톺아보기 #2 - 이커머스 필수재가 된 선정산 서비스의 가능성
저는 직전의 '쿠키딜' 아티클에서 보셨듯이 스타트업뿐 아니라 중소기업과 사업자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각기 다른 목적과 형태를 가진 사업을 운영하시지만, 공통적으로 수익을 '어떻게 낼 수 있을지' 고민하는 건 다르지 않습니다. (사실 대기업도 마찬가지네요..)
더욱이 수익을 내더라도 그것을 유동화하고 레버리지 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사장님들이 많습니다. 마치 저희 직장인들이 월급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것처럼요.
오늘은 이커머스 시장, 그중에서도 '선정산' 시장이 어떤 시장인지, 데일리페이는 선정산 서비스의 어떤 가능성을 보고 있는지 함께 이야기 나누고자 합니다.
우리나라 이커머스 시장은 연간 거래액 242조로, 세계 5위 규모입니다. 이 작은 나라에서 보기 드문 거대한 시장임에도 연간 5-10%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장이 쿠팡의 독주와 네이버의 추격 구도로 재편되면서 티메프 사태로 대표되는 부도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일반 소비자들도 피해를 봤지만, 특히 셀러와 PG사에 대한 미지급 문제가 크게 불거져 아직까지도 수습 중에 있습니다.
사실 지급 지연·미지급 문제는 오래된 문제입니다. 중소 셀러들이 받지 못한 연간 지급 지연 대금만 약 3조 원에 달합니다. 메이저 플랫폼 셀러 중 최소 20%, 최대 80%가 월 매출 5천만 원 이하의 SME로 추정되며, 이들 중 70-90%는 여러 채널에서 동시에 판매하는 멀티호밍 셀러입니다. 중소 사업자인 이들에게 현금 흐름이 막히면 바로 사업 존속이 위태로워지지만, 이를 해소할 수단은 그동안 많지 않았습니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이커머스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정산금을 바탕으로 물건을 사입하는 셀러들에게는 현금 흐름을 원활하게 해주는 '통합 선정산'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20년 이후 KB셀러론 등 금융권에서 선정산 대출이 누적 5조 원을 초과하고,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거래액의 46%가 자체 선정산 서비스로 지급되는 등 선정산 서비스는 필수로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기존 대출은 ·긴 승인 기간 (2-5 영업일) ·높은 수수료· 까다로운 이용 조건 (운영 경력, 반품률, 신용 조회 등) 및 ·이용 대상 제한 (대기업, 공공기관 납품) 등 불편이 존재했습니다. 자체 선정산 서비스도 멀티호밍 셀러에게는 제한적이었고, 매일 발생하는 소규모 매출에는 이용 자체가 제한되기도 했습니다. 더욱이 티메프 사태 이후 이커머스 자체의 미지급 문제가 커져 일부 서비스는 이용 자체가 제한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런 틈새에서 통합 선정산을 제공하는 핀테크 서비스들이 '20년 이후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셀러들의 니즈가 명확한 만큼, 이들은 공통적으로 아래와 같은 기능 제공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1. 일괄 선정산과 빠른 지급
2. 낮은 수수료
3. 유연한 이용 조건 및 넓은 제휴처
서비스 간 차별화는 크지 않지만 이들은 아주 빠르게, 그리고 확실하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 데일리페이) ‘24년 선정산 신청 건 108.5% ↑ (3만 8천여 건), 회원수 33.5%↑, 월거래액 77.4%↑, 월 지급금 90.4%↑
· 올라핀테크) 현재 누적 선정산금 5조+, 누적 신청 건 89만 건, 누적 회원 3만 5천+
· 비타페이) ’24.4Q 신규 회원 QoQ 25% ↑, ’24.3Q 매출 QoQ 90% ↑
이커머스 규모가 큰 유럽과 북미에서도 유사한 서비스들이 확대 중입니다. 선정산 서비스는 차별화가 어려움에도, 시장 자체가 커지고 필수재화되는 흐름이 명확한 매력적인 비즈니스입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선정산 서비스는 이미 이커머스의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았습니다. 또한 수수료 기반의 안정적인 BM을 갖추었고, 셀러의 수요 대비 서비스 공급이 적은 비대칭 시장으로 더 빠르게 성장할 여력이 큰 매력적인 비즈니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장의 플레이어들은 많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데일리페이의 서비스 구조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이 비즈니스는 2가지가 필요합니다.
1. 막대한 자금력 보유 (매출 채권 유동화를 위한)
2. 고도화된 신용평가·이상거래 탐지 시스템 보유
이 요소들은 단기간에 쉽게 갖출 수 없는 요소로 높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합니다. 물론 이커머스, 금융사 (PG, 카드사 등)가 직접 뛰어들 가능성은 있으나, 대부분 직접 진출 리스크 혹은 낮은 ROI 이슈로 현재 간접 진출(제휴 및 투자)을 택하고 있습니다.
· PG사: 정확한 신용평가모델과 구축에 필요한 비정형 데이터 확보 필요 (관련 정형 데이터들 10여 종만 보유), PG사업 대비 ROI 낮은 작은 시장이며, 과거 직접 진출 시 적자로 사업 철수한 이력 O
· 커머스: 현재 셀러 유치를 위한 지원 서비스 일환으로 제공 중으로, 유관 금융사와의 제휴 등의 이슈로 사업화 어려움.
· 금융사: 플랫폼 기업에 투자 및 제휴사로 참여하는 방향으로 간접 진출 중. 직접 진출 시 여러 금융사 제휴를 통해 빠른 정산과 낮은 수수료를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과 경쟁 어려움.
그렇기에 진입에 성공한 서비스들은 꾸준한 수요와 수익성, 진입 장벽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또한 선발주자는 브랜드 인지도와 업력에 따른 신뢰도, 신용평가 시스템의 고도화를 무기로 후발 주자와의 격차를 벌릴 수 있습니다.
이는 시장에 진입한 데일리페이에게 좋은 소식임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이미 시장을 만들어 간 올라핀테크와 같은 선발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데일리페이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실 데일리페이는 이 선정산 서비스를 오랫동안 지켜보며 칼을 갈아왔고, 이커머스 너머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데일리페이는 본래 P2P 금융 서비스인 데일리펀딩의 부가 서비스 중 하나였습니다.
창업자인 이해우 대표와 팀은 데일리펀딩을 통해 다수의 핀테크 플랫폼 서비스를 출시하고 운영하며 선정산 시장을 오랫동안 지켜봐 왔습니다. 데일리펀딩의 부가 서비스였기에 적극적으로 데일리페이를 확장하진 않았지만, 선두주자인 올라핀테크의 행보와 성공 공식을 흡수하고, 직접 운영해 본 경험을 토대로 최근 데일리페이를 본격적으로 서비스하기 시작했습니다. (데일리펀딩과 분리된 사업으로, 데일리펀딩은 다른 CEO과 함께 현재까지도 잘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제휴처는 1년 만에 7개에서 17개로 빠르게 확대했고, 자산운용사의 지분 참여로 선정산금 지급 등 초기 사업 운영을 위한 기반도 확보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 빠른 시일 내에 네이버, 쿠팡 등 대형 커머스 채널도 확보하고, 금융그룹, 카드사와 MOU, 전략적 투자 유치에 집중하며 거래액 성장을 빠르게 달성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차별화가 어려운 수수료 기반의 여느 플랫폼이 그러하듯, 선두주자로 올라서면서 스위칭 코스트가 낮아 ·고한도·저수수료·빠른 정산의 치킨 게임에 빠질 리스크도 있습니다.
이를 대비해 데일리페이는 '이커머스 너머의 시장'을 미리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커머스 셀러들이 겪는 문제는 비단 이커머스 사업자들만의 고민이 아닌, 매출채권 유동화가 필요한 모든 SME에게 해당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데일리페이는 편의점 선정산 서비스, PG 가맹점 선정산 서비스, 스타트업 선정산 서비스 등을 출시하며 PG와 오프라인 결제까지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이커머스 빠른 정산’에 그치지 않고, SME 매출채권 전반을 다루는 플랫폼으로 진화할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데일리페이는 시장, 팀, 솔루션 삼박자를 모두 갖춘 스타트업입니다. 이커머스를 기반으로, 궁극적으로는 SME 금융을 바라보며 선정산 서비스를 발전시켜나가고 있죠. 물론 그전에 이커머스 선정산 서비스 시장에서 확실히 자리 잡는 것이 먼저입니다.
이번 티메프 사태에서 보았듯, 커머스 자체의 리스크는 항상 존재합니다. 이는 데일리페이에게 위협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기회이기도 합니다. 또한 빠른 성장을 위해서는 선지급 수요를 감당할 금융그룹, 카드사 등의 투자와 제휴가 필수적입니다. 이 퍼즐을 풀지 못하면, 결국 평범한 서비스로 머물 수밖에 없습니다.
설령 이를 해결하더라도 차별화의 어려움은 여전합니다. 고객은 여전히 낮은 수수료, 빠른 정산, 넓은 제휴처를 원합니다. 이를 어떻게 차별화할지, 고객들이 원하는 새로운 핵심 니즈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지는 데일리페이가 항상 고민해야 할 과제입니다.
이커머스 시장의 선두주자로 발돋움하더라도, 다른 시장으로의 확장에는 새로운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기반이 되는 채권평가시스템이 다른 형태와 성격의 데이터를 가진 시장에서도 유효할지 꾸준히 검증해야 합니다. 또한 만약 중국 C커머스 등 글로벌 사업까지 확장한다 하더라도, 그 특성에 맞는 신용평가모델 재구축과 제휴 및 금융사에 대한 조정이 수반될 수도 있습니다. 업계의 선두인 올라핀테크 역시 홈쇼핑, 오프라인 등으로 확장을 목표했다가 현재는 이커머스에 집중하는 이유가 분명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일리페이는 빠르게, 또 확실하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SME 금융 확장 여부를 떠나, 지금 이 자체로도 데일리페이는 정말 매력적인 비즈니스를 하는 팀입니다. 과연 데일리페이는 이커머스 선정산 시장의 초신성에서 업계의 대부로 성장할 수 있을까요? 더 나아가 SME 선정산 금융 시장을 혁신하는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요?
+) 글에 대한 어떤 피드백이던 환영합니다. 또 궁금하거나 추천하는 스타트업이 있다면 언제든 코멘트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