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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 Mar 29. 2024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_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체코의 68년 ’프라하의 봄‘ 및 이후를 배경으로 그리고 있는 밀란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었다. 세번째로 읽는 이 책은 찾아보니 약 10년도 넘은 시간 전에 읽었고 다시 읽는 거였는데 그때와 감각이 너무 달랐다. 물론 그때 같이 이 책을 읽었던 이들과는 이 책을 연애소설로서 감각하며 읽어보았던 시간이었어서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당시 나는 테레자와 토마시의 6번의 우연에 꽂혔고, 이병률의 글과 연결지어 그에 대한 글을 쓰기도 했었다. 이번에 읽을 땐, 나에게 테레자가 너무 힘든 인물이기도 했는데 사실 그건 그녀의 어린 시절부터 연결된 서사가 있기에 온전히 토마시의 탓은 아니겠으나 토마시가 그녀에게 중요한 관계이고 영향을 미쳤기에 상관없다고 할 수도 없겠다. 지금의 나라면 테레자에게 다른 제안이나 이야기를 건네줄 수 있겠지. 다만 이번에 읽으면서는 이 책에서 계속 다루는 ’무거움‘과 ’가벼움‘에 대하여… 사비나를 가벼움으로 치환하고 테레자를 무거움으로 치환할 수 있을까, 체코적 상황에서의 무거움뿐 아니라 다른 관점, 그러니까 테레자의 관점에서 토마시는 얼마나 가벼움으로 그녀를 고통스럽게 했을까. 아버지를, 남자를, 조국을, 끝내 자신을 배신하고자 했던 사비나의 가볍고자 함은 얼마나 무거움인가. 그때와 지금의 나는 동일한 존재이나 또한 같지만은 않은 존재이기에 그때의 내가 이입했던 부분이 전혀 다르게 존재하기도 한다. 그때의 나는 참으로 이들의 6번의 우연으로 만들어진 관계와 섹스만이 아닌 수면욕구에 대해 절절히 공감했다. 지금의 나는 내가 살아가는 국가에도 존재했으나 내가 알지 못하는, 그러나 지금 전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전구적 사회에서 우리의 일로 명명되어야 하나 상관없는 것처럼 나의 일상이 오늘도 흘러가는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나라는 존재의 가벼움에 대해 부끄럽고 그걸 참고 견디고 또 나아가고 변화하고 제자리에 서기도 하며.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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