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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콤앙마 Feb 28. 2024

9. 소금눈물 설탕눈물

동시로 시작해서 에세이로 마무리 9번째 이야기


 부모라면 대부분 그러겠지만, 나도 내 아이가 눈물을 흘리는 걸 보면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특히 그 눈물의 이유가 내가 되는 순간은 더없이 마음이 아프다.


 언제부터였을까?

큰 아이가 원망 가득한 눈으로 내게 짜증을 쏟아내는 일이 늘었다. 그럴 때면 아이의 커다란 눈에서 눈물이 함께 솟구쳤다.


 그런데 속마음은 여리디 여리면서 늘 센척하고 자존심이 강한 아이는 보란 듯이 그 눈물을 닦아 먹어버렸다.

 어이없는 그 모습에 이유를 물었더니 자기는 엄마 앞에서 절대 울고 싶지 않은데 눈물이 나왔고 닦아낼 휴지가 당장 없으니 그냥 먹어버린 거란다.


 한 번도 그런 생각도 행동도 해본 적 없던 나는 아이를 보며 그 눈물 맛이 궁금해졌다. 아주 짤 것만 같다. 원래도 땀과 눈물은 짜다고 하지 않던가. 게다가 물 마시는 것을 매우 싫어해 우유나 음료수가 없으면 차라리 목마름을 선택하는 고집스러운 내 아이가 쥐어짜 낸 눈물은 보기만 해도 짠내가 풍긴다. 결국 내 눈도 시큰거리며 눈물을 쏟아낸다.


 참아야 했을까? 마음을 내보이고 응석을 부릴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인 엄마! 엄마인 내가 다 받아내야 했을까? 쉽지 않다. 자타공인 인내심이 많은 엄마인 내가 점점 지치기 시작했다. 나에 대한 존중과 배려 없이 자기주장만 키워가는 아이 모습에 화가 났다. '사춘기'를 훈장 삼아 모든 상황에서 프리패스를 받게 할 순 없었다. 어르고 달래 봐도 같은 말만 반복하고 존중과 배려를 요구하면 자기는 받은 적이 없단다. 10중 원하는 것 9를 해줘도 지킬 건 지켜야지 하며 꼭 잡아 둔 1을 주지 않았다고 날 엄마 기준에 자기를 맞추려 한다고 비난했다.  


  남편은 9를 내어주고도 늘 아이에게 쩔쩔매는 나를 보며 맨날 오냐오냐 해서 아이한테 휘둘린다고 몰아세운다. 한참 두 아이 독박육아하며 힘들어할 땐 잦은 출장과 해외파견, 야근 등으로 매일 늦으며 자기를 그냥 하숙생 정도로 여기라 하기도 했던 사람한테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육아에만 모든 것을 쏟아낸 내 지난 30대가 온통 부정당한 기분이다.


 사춘기땐 남들에게 피해 주는 나쁜 짓만 아니면 눈을 감아주라는 이야기가 있다.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락내리락하는 아이를 참지 못해 폭발하는 남편에게 나 또한 자주 건넨 말이다.


 하지만 참 말이 쉽다. 오늘도 자정을 넘겨 피곤해서 자려는 내 방에 들어와 '허락'해 달라고 했지만 그저 요구일 뿐인 생떼를 부리는 아이와 실랑이하느라 30분 넘게 핑퐁대화를 했다. 그 사이 아이와 난 의도치 않게 서로를 상처 냈다.


 어르고 달래다, 윽박도 질렀다, 힘든 마음까지 꺼내보였지만 뭘 이야기해도 자기가 더 힘들다고만 하는 아이에겐 내 마음은 전혀 닿지 않았다. 결국 대화를 그만두고 이불을 뒤집어썼다. 그러자 내가 그동안 얼마나 좋은 엄마가 되려고 애쓰고 희생했는데 나한테 이럴 수가 있나 싶어 아이에 대한 원망과 서러움이 밀려왔다. 하지만 이내 내가 더 좋은 엄마이지 못해서 그런가? 하는 자괴감이 밀려왔다.


 이불속에서 소리 죽여 눈물을 닦아내는데 여전히 안방에서 나가지 않던 아이가 부스럭댄다. 아이가 만들어내는 소음 위로 간간히 훌쩍이는 울음소리가 들린다. 아이는 지금 무슨 생각 중일까? 여전히 자기에게 1을 내어주지 않은 엄마를 원망할까? 아니면 괜한 고집을 부렸다 후회할까?


 한때는 아이 마음하나는 귀신같이 알아맞히는 엄마! '역시 우리 엄마'였던 내가 이젠 아이를 하나도 모르겠다.


 아이는 내일 자기가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렇지 않게 굴지도 모르겠다. 나도 그래야겠지? 아니, 더 많이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해야겠지? 엄마가 밉다면서도 엄마 곁을 못 떠나고 어깨를 들썩이는 아이다.


 내일의 나는 오늘보다 더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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