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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로운 콩새 Jul 12. 2022

나는 왜 이 어려운 길을 택했나-2

나의 대학원 도전기 - 2


https://brunch.co.kr/@hee91801/159



1

어렵게 합격한 고려대학교 석사과정을 포기한 나는 대학원 정도의 등록금 마련이 꼭 필요하다면 그 금액으로 진심으로 한의사에 도전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어렵게 한의대를 편입 및 졸업하고 개업 한의사로 매우 재밌고 의미 있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북한 병원과 많이 다른 대한민국 의료인으로서의 삶.

환자분들과의 돈독한 관계.

살포시 웃음 짓게 만드는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수입

주어진 상황에 만족하는 듯했지만 여전히 마음속에 남아 있는 유혹 하나. "대학원"


결국 나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인문 의학과 석사과정에 입학"해서 공부를 시작하였다. 

낮에는 진료.

저녁에는 7시~10시까지 대학원 수업

한의원이 경기도 부천에 있었으니 서울의 대가 있는 혜화동에 7시 수업을 맞춰 가려면 적어도 5시에는 진료를 마쳐야 한다. 

한 주일에 3일.

나름의 꿈과 포부가 있어서 육체적 힘듦 같은 것은 뒤 전으로 밀어버릴 만큼 열의가 넘쳤으나 한의원 운영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대학원 2년을 정말 재밌게 보냈고,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학문적인 것 외의 배움도 많았다)


무슨 공부 하냐고 주변에서 물으면 "서울대 의대에서 석사과정 공부 중이에요"라고 어깨에 힘주고 자랑스럽게 얘기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 지그지 자리 잡고 떠나지 않는  응어리 같은 것이 있었다. 

바로 석사 논문이다.


함께 공부하는 석, 박사 선후배들 가운데는 나처럼 일하면서 공부하는 사람은 없고 모두들 전업으로 대학원에 전염하는 학생들이었다. 

당시 그들을 보면서 내가 했던 생각은

"미친 듯이 올인하는구나, 삶의 여유를 깡그리 대학원 학업에 털어 넣는구나"였다. 


반면에 나는?

느긋이 직장 다니고, 돈 벌고, 저녁에 휘리릭 ~ 

밖에 나가서는 서울대 의대 대학원 다닌다고 떠벌이고...


저들과 비교하면 내가 하는 것은 뭘까?

이것이 진정으로 학위를 받아 박사가 되려고 하는 연구자의 바른 자세이기는 할까?

이렇게 박사 받고 나서 사람들이 "김박사님~!" 하고 부를 때 

나는 과연 자신 있게 "예, 제가 김박사입니다. " 하고 자신 있게, 뿌듯하게 답변할 수 있을까?


미안한 마음과 내가 좀 엉터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늬만 박사~, 내가 원하던 바는 아니었다.

양심상 결코 용납이 되지 않아 결국 서울대의대 석사과정을 수료로 마치고 논문을 쓰지 않았다. 


지도 교수님,

함께 공부했던 동기들.

너무 아쉬했고 안타까워하던 눈빛들이 아직도 역력하다.

나도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지만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물론 논문을 쓰지 않았던 작은 이유 중에는 서울대에서 치르는 영어시험 '탭스'를 통과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다. 영어에 자신이 없지만 공부하면 가능할 수 도 있는 부분이었으나 이렇게 공부해서 학위를 받는다는 것은 정말 연구자로서 미안하고 부끄럽다는 생각이 매우 컸다.



2.

다시 대학원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자리 잡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만큼 당시 마음은 단호했고

나는 한의사로서의 삶에 열중했다. 

진료현장에서 환자들과 만나고 몇 년 동안 해외 의료봉사 다니고 하면서 늘 마음속에는 열악한 북한의 보건의료 상황이 떠나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북한 주민들도 건강권이 보장된 나라에서 의료혜택을 제대로 받으며 살게 할 수 있을까.

북한에서 의료인으로 10년

한국에서도 의료인으로 10년.

남과 북의 의료환경의 비교, 그 속에서 주민들이 받고 있는 의료혜택의 차이, 

그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건강지수, 평균수명의 증가와 감소, 

북한 보건의료의 개선을 위해 내가 할 일은 없을까?


뭔가를 하려고 할수록 자신이 지식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시 대학원 공부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무엇보다 한국은 왜 이렇게 학위에 집착(?) 할까?(물론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거친 표현이 매우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지만 꼭 학위를 물어보는 분들이 많다.

물론 그 질문도 타당성이 있다.

학위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득, 실이 많으니까.

결국 현실에 굴복한 나는 다시 어떤 식으로든 학위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국민대학교 법무대학원 석사과정에 편입(서울대 의대에서의 석사과정이 인정되어 법무대학원 석사는 1년) 해서 1년 만에 석사논문쓰고 석사학위까지 마치면서 졸업했다. 


석사논문을 쓸 때는 운영하던 한의원을 접고 오직 논문에만 올인했다.

석사논문에 그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냐고 하는 지인 들고 있었지만 나는 오로지 집중하고 싶다는 생각분이었다. 그렇게 노력했지만 석사논문을 다시 읽어보기 민망할 정도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ㅎㅎㅎ

이렇게 나는 한의사의 직업을 가지고 "법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바로 박사과정을 이어갔다.

지난 6월까지 "국민대학교 일반대학원 법과대학 박사과정" 을 졸업했다.

('통일, 북한법'전공이고 특히 남북한 의료법, 남북한 보건의료 통합, 건강한 한반도의 미래가 주된 연구대상이다)

강의를 모두 마치고 이제 본격적인 논문 준비에 들어간다.


석사학위 후 박사과정 공부를 시작하면서 개원의보다 월급쟁이의 삶이 훨씬 실용적이라는 생각에 한방병원에서 진료원장으로 일하고 있고 이 또한 매우 잘한 선택이라고 자부한다.


이제 박사논문을 써야 하는 시점이라... 일을 그만두고 논문에 올인해야 하나.. 하는 고민 속에 있다.



3.

많은 질문을 받는다. 

"왜 한의학 박사가 아니고 법학박사예요?"

한의사이니 당연히 한의학 박사과정이라고 생각들을 하신다. 

당연하다.

하지만 나도 고민 많았다.

그럴수록 한의학 박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감히 쳐다보지 못할 "한의학 박사"들이 한국에 아주 많다. 

경쟁해봐야 내가 쨉도 안되게 밀린다.

다른 걸 해야지...

내가 할 수 있는 걸.

나만이 할 수 있는 걸.

그것이 바로 "법학박사"(남북 의료법 및 남북 보건의료 전공)이다. 


고등중학교 졸업 때 나는 법대에 가고 싶었지만 성분 때문에, 그리고 어머니의 성화때문에 결국

의학대학으로 가게 되었다. 





대한민국 입국 초기에도 나는 그냥 "사법고시" 볼까 하는 고민도 많이 했었지만 사실 자신이 없었다.

고등학교 때 품었던 법학에 대한 마음속 꿈을 이루고 싶었다.


남북한 의료법의 비교, 장단점 분석, 남북한 보건의료통합을 위한 준비.


법은 모든 정책과 시스템의 기초이다. 

남북한 보건의료가 통합이 될지는 아직은 전혀 모른다.

언젠가는 필요할 그 순간을 위한 준비, 기초, 그 시작에 서고 싶었다.

훗날, 후배들이 뭔가를 할 때 그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자료들을 정립해주고 싶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북한에서의 의료와

현재 이어가고 있는 남한에서의 의료경험을 잘 비교하고 잘 공유하고 싶었다.


내가 "법학박사"논을 쓰려고 하는 이유이다.



지난 6월

2년 6개월의 박사과정을 모두 마치고 나니 감개가 무량했다.

논문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1부 능선은 통과했고 나 스스로에게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주는 선물~꽃다발을 사들고 퇴근했다.


꽃 가계 사장님께 자랑스럽게 말했다.

"오늘은 저에게 주는 선물이에요.

매우 특별한 날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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