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새벽 1시 47분을 가리키는 시각이다. 새벽 감성을 주의하라곤 하지만 요 며칠간 글 마려운 시점이 찾아와 안 쓰고 배길 수 없었다.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올라온다고 바로 글을 작성하진 않는다. 내 앞에 노트북이 있고 환경이 가능할지라도 괜히 유튜브 영상을 보는 등 딴 짓을 하게 된다. 잘 써야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렇게 하루이틀 미루다 결국 이 시간즈음 노트북을 켜게 된다.
낮시간에 노트북은 세상 잡다한 업무를 처리하거나 강의를 듣는 용으로 사용된다. 백수 라이프가 지속되는 요즘, 해가 쨍한 어느 낮에도 노트북을 사용중이었다. 의자에 앉아있으면 습관 중 하나가 다리를 양반다리로 만드는 것이었는데 그날도 어김없이 양반다리를 한채 노트북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내가 탁자에서 무언가 하고 있으면 고양이는 그런 내 주변을 괜히 서성거린다. 보통은 밥달라고 하거나 심심하다는 표현으로 냐옹,하며 운다. 아니면 다리를 일부러 스쳐지나가거나 그래도 반응이 없으면 멀지 않은 곳에서 소위 말하는 ‘식빵’을 굽는다.
노트북 화면에 집중한 나머지 고양이가 옆으로 온지도 몰랐는데 갑자기 휙- 하더니 내 다리 위로 올라왔다. 양반다리로 앉아있으니 고양이도 퍽 불편했을 것이다. 다리를 지그시 누르더니 편한 위치를 찾지 못하고 다시 내려갔다. 나는 약간 벙벙한 상태가 되었다. 고양이를 키운지 이제 8년차인데 단 한 번도 무릎냥을 자처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항상 졸린 상태에 무릎 위에 올려놓는다는지 등의 인위적(?) 무릎냥이가 되곤 했는데 그날은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본인이 올라온 것이다.
그리고 얼굴에 웃음이 지어졌다. 그리고 여전히 나를 빤히 쳐다보는 고양이에게 위로 올라오라는 제스쳐로 무릎을 두어번 치니 다시 올라왔다. 역시 편히 자리잡지 못하고 금방 내려갔지만 말이다. 아쉬운 마음 뒤로 한채 나는 노트북 화면에 시선을 돌리고 고양이는 식빵자세를 취했다.
우리집 고양이는 한 성격한다고 생각했다. 아빠가 입양을 해올 때만 해도 다른 형제들을 다 밟고 댕기는 모습에 ‘저 녀석 성깔 있군’하며 데려온 아이다. 같이 산지 8년이 된 지금도 집사에게 말이 많아질 땐 밥달라고 할 때이고 궁디팡팡을 해줘도 짜증의 냐옹과 골골송을 동시에 낸다. 고양이 한 번 안아보고 싶어도 맨 정신(?)에는 절대 안기지 않고 그저 잠에 잔뜩 취해있을 때뿐이니 무릎 위에 올라온다는 것은 언감생심이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나에게 점프를 해 올라온 고양이를 보면서 정말 기뻤다. ‘살다보니 이런 날도 있구나’ 싶었다. 보다 다채로운 세상을 맛보게 해주고 싶어서 신상간식이 나오면 기웃거리고, 낚시대로 누가 운동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게 놀고, 건강유지를 위한 영양제 사기를 서스럼없이 하고, 내려다보니 나와 올려다보는 고양이의 목이 염려되어 누워서 눈을 맞췄던 시간을 지나 색다른 행동을 보니 그동안 주었던 사랑들이 어디 안 가고 차곡차곡 쌓인 듯 했다.
물론 고양이 딴에는 밥달라는 표현이었을 수도 있지만, 낯선 이만 보면 쪼르륵 숨는 녀석이 적극적인 표현을 해주어서 기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