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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자까 Sep 14. 2022

흔들리는 마음 속에서 글쓰기는 하고 싶으니까.

퇴사한지 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여러가지 생각들이 많았다.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서,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 이루고 싶은 것들은 많다. 글을 꾸준히 쓰는 습관도 만들고, 책도 내보고, 독립서점이나 1인 출판사도 차려보고 싶다. 어떻게?라는 항목에서 나는 고민한다. 지금의 상황에서 타협을 보아야 하는가, 아니면 굳건히 이 길을 가야 하는가? 타협은 어느 정도까지 해야 하는가? 인생은 한치 앞도 알 수 없다지만 그렇다고 아무 계획 없이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것이 아니지만, 일단은 ‘일’을 하고 있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눈치가 많이 보였다. 사회에서 요구되는 것들을 내가 해내지 못하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일단은 그 기분을 해소시키기 위해서 사람인, 알바몬 어플을 참 많이도 들어갔고 지원하고 면접을 봤다. 하지만 난 대학생 때부터 회사에 다니고 싶지 않았다. 회사원의 삶도 치열하고 그 안에서의 짜릿한 성취가 있다. 하지만 나는 매일이 같은 일상처럼 느껴지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특히 출근 시간에 지하철을 타고 있으면 많은 사람들을 보는데 일터로 가는 그들의 표정이 썩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근 2년간 컨설팅회사에 다녔을 때도 스몰토크 시간의 소소한 즐거움, 개인의 자유를 어느정도 허용해주는 분위기 등이 좋았다. 하지만 어느새부턴가 이 작은 조직에서마저 누군가를 향한 비난이 있었고 업무과중으로 인한 스트레스, 그로인한 분노가 연쇄적으로 퍼지기도 했다. 어차피 힘들거라면 역량이 성장할 수 있는 곳이라도 가자는 마음으로 퇴사를 결심했다. 지원을 하고 면접을 보더라도 중요한 것은 내 마음이 거부했다. 이에 타인들의 걱정도 있었고 글을 쓰고 싶더래도 회사는 다녀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이 많았다. 


사실 맞는 말이다. 나도 글 쓰는 것이 좋아서 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지만 사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그래서 일단은 쓴다. 백수인 채로 한 달을 보내다 보니 하루 중 산책하는 시간이 생기고 글을 쓰는데 부담이 덜했다. 못해도 하루에 이 시간들만큼은 꼭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은 많은 것들 바라는게 아니다.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낮시간만큼은 광합성을 하고 싶고 그저 그 날씨를 느낄 수 있기를 바라지만 회사는 그런 시간을 내어주는 대신 돈을 받는 것일 뿐이다. 


하지만 이런 시간이 정말 소중하다. 회사에 있으면 키 높은 파티션 너머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모니터 화면만 응시하다 하루를 다 보낸다. 나는 사람들의 웃는 얼굴을 마주하고 싶다. 지금의 나는 천천히 나에 대해 알아가고 조금씩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실천하는 중이다. 지금은 작디작고 할 이야기가 내 이야기뿐이다. 앞으로 어떤 글을 써야 할지, 어떤 루트를 밟아야 글로 먹고사는 사람이 될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 길을 그저 걷는 것일 뿐이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어떤 생각을 하면 내 생각대로 잘 진행되지 않는 것을 본다. 남의 눈치를 보다가 선택한 일이면 나중에는 원망하는 마음이 올라오기도 한다. 때로는 가벼운 마음으로 해보고 싶은 것을 도전하고 그때의 경험과 느꼈던 마음을 토대로 내게 맞는 길을 다시 찾아간다. 


내게 글을 쓰고자 하는 마음을 주는 것은 좋은 날씨와 좋은 풍경, 그리고 나를 믿어주는 마음이다. 그거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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