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근래 올린 글들을 보면 회사를 안 다니는 이유와 글을 쓰고 싶다는 당위성을 찾기 위한 몸부림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아마 나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을 것이며 또한 그런 말을 누군가로부터 듣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게 살아도 된다고, 한 번쯤은 그렇게 살아봐도 된다고 말이다. 썼던 글을 보자면 다시 읽기가 부끄러울 정도이지만 그러함에도 글을 공개한다. 부끄러움이 느껴지지만 성장하고 있음을 나 스스로에게 보여주고, 그리고 꾸준히 쓰는 것 말고는 다른 왕도가 없기 때문이다.
현실과 타협안을 찾으면 좋으련만, 한 번에 두 가지 이상을 끌고 가기는 아직 어렵다. 이 글은 아마 돈은 벌어야 하는데 회사는 다니기 싫은 사람의 마음이 가득 담긴 글이 될 것 같다. 글을 쓰고 싶은 마음만을 잔뜩 보여주고 있다. 결국은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하는 건데 말이다. 워밍업이 참으로 오래 걸렸다. 오늘은 그 시작을 해보려고 한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 한동안은 조급함에 시달렸다. 해보고 싶은 것은 많은데 그것을 해도 될지 망설여졌다. 막상 시도해보면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물에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일단 생각이 드는 것은 꾸준히 할 것, 그리고 일상의 건강한 습관을 만드는 것이다. 자취를 하고 나를 움직이기에 만들 것(예컨대, 출근 같은 것)이 없다면 침대를 벗어나기조차 힘들어진다. 늦잠을 자고 아직 깨어지지 않은 정신으로 하루를 보내다가 금세 밤이 되어버리는 하루를 보내면서 이런 루틴을 바꿔야겠다고 느꼈다.
유퀴즈 온더블럭에서 배우 이동욱이 했던 인터뷰가 떠올랐다. 자신도 몇 개월간 집안에서 은둔생활을 했는데 자신을 일으켜줄 것은 결국 자기 자신 뿐이었다고. 그 뒤로 작품 활동도 다시 시작했다고 한다. 그 말에 깊이 공감했다. 먼저는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적어봤다.
-책 쓰기
-북캉스 가기
-북스타그램 꾸미기
-연애하기
-한 달 생활비 60만원 되기
-나에게 맞는 직업 찾기
-아침형 인간되기
-잘하는 운동 1개 만들기
-클래스101 완강하기
생각나는대로 일단 적어보았다. 예전에도 이런 to do list 적기를 좋아했는데, 작심삼일을 몇 번 반복하다보니 금세 흥미를 잃기 일쑤였다. 그렇게 살아오지 않은 세월이 20년 이상인데, 어디 한 번에 습관 들이기가 쉬울까? 자신을 알고 오늘 지키지 못했더라도 괜찮다고, 다독여주면서 다시 해보자고 말해주기로 했다.
그리고 나만 알고 있기보다는 이렇게 공개하는 것이 스스로에게 더욱 책임감을 부여해준다. 이 to do list를 적은지는 며칠 되었지만 오늘 역시 8시 알람을 다 끄고 8시간을 푹 잔 뒤에 오전 10시 40분에 일어났다. 불안한 상쾌함을 느끼면서 시간을 보니 오늘도 늦게 일어났구만 싶었다. 쌓여있는 카톡 메시지에 답장을 하고 유튜브를 타다가 일어났다. 전날 야심차게 시간까지 적어놓아 가면서 세운 하루 일과가 밀렸지만 그래도 괜찮다. 게으른 완벽주의자 성향인 나에게 이런 일은 아주 흔하기 때문에 시간을 맞춰보는 것은 차차하고, 일단 계획된 일을 수행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하루에도 몇십 번씩 드러눕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것을 이겨내는 것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선 건강한 습관이 정말 중요하기 때문이다. 내가 조급함에 휘둘려 있다면 그때 쓴 글도 그런 감정이 묻어 나온다. 내가 추구하는 글은 평온한 글, 그리고 할 수 있다는 마음을 주는 글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야 그런 글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포기하지 말고 오늘도 차근히, 할 수 있는 사람으로 나아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