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늘자까 Feb 03. 2023

9to6가 아닌 루틴으로 산다는 것.

퇴사를 하고 5개월이 지났다. 나는 퇴사를 기준으로 지금이 얼마나 지났는지를 가늠하곤 한다. 그리고 그 몇개월간을 나는 불안 속에서도 지내고 방황 속에서도 지내고, 나를 어떠한 틀 안에 두고자 노력하기도 했다. 


퇴사란 선택은 내뜻이 맞았다. 감정이 섞이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계속 생각해왔던 것이었다. 


그 첫번째 이유는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 싫었다. 소규모 회사에서 몸담고 일하다 보니 2년이 지난 시점에서 나는 업무가 아주 익숙해짐을 느꼈다. 그렇다고 다른 업무에 투입되자니 그 일은 하고 싶지않았다. 그리고 두번째 이유와도 연관되는데 다른 업무를 도맡아하는 담당자들과 함께이고 싶지않았다. 정리하면 현실안주, 인간관계 스트레스일 것이다. 회사에 가기만 하면 나의 본 성향에 대한 꼬투리를 잡히고 매번 무엇으로 혼날까 전전긍긍하는 삶을 나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칠 뿐이었다. 


그렇게 회사를 나오고 친구들의 응원과 가족들의 걱정의 목소리를 들으며 백수의 삶에 들어섰다. 처음에는 해방되었다는 자유가 마음에 들어오고, 다음날 출근생각에 나를 옭죄어오는 답답함을 느끼지않아도 된다는 기쁨이 컸다. 그치만 이내 생활비에 대한 불안함도 엄습했다. 어떤 회사를 가도 어려움을 만난다면 이왕이면 그것을 인내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고 다시금 찬찬히 내 적성을 생각해보려고 했는데 생활비 걱정은 나를 조급함으로 이끌었다. 


퇴사 후 한달간은 직업훈련에 대해 알아보다가 미친듯이 이력서를 넣기도 하고, 전직장과 같은 회사는 안 가야지 하면서도 마음과 달리 손은 익숙한 곳을 찾아헤매고 있었다. 스스로가 참 멍청이 같이 느껴지던 시기였다. 누군가 나에게 '조급해 하지않아도 돼'라고 말해주길 간절히 바라면서 나는 혼란함 가운에 그 시간들을 보냈다. 몇군데 작은 회사에 합격을 했지만 나는 회사알러지(?)를 느끼며 정중히 거절의 의사를 표했다. 


지금 이건 회사를 다니고 아니고의 문제가 아닌, 나를 어딘가의 틀에 자꾸 가두려고 하는 불안함이었다. 나는 돈을 왜 벌고자 하는 것이고, 내가 백수인 상태에서 눈치보이는 게 뭔지, 그리고 무엇을 하고싶은지를 생각해야함을 알았다. 그리고 9to6이라는 틀에서 벗어나보기로 했다. 

나에 대해 알았을 때, 나에 적합한 삶을 꾸릴 수 있게 될 것 같다. 9to6의 삶이든 프리랜서의 삶이든 또다른 선택지든. 


5개월간 방황을 지나 작은 루틴을 세워보고, 인생의 소중한 것들을 다시 인지하고, 무엇에 도전하고 싶은지를 알고, 생활비걱정을 어떻게 줄일 수 있는지 등 나름의 노력을 해왔다. 좋았던 것은 다시 새기고 또다시 불안함에 길을 잃지않을 수 있도록 이 시점에 대한 글을 써보고자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강해지는 시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