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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월 Apr 11. 2023

심리상담을 고민하고 있다면

낯선 사람 앞에서 울어 본 적 있나요?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직원들의 심리 건강과 웰빙을 위해 새로운 복지가 생겼다. 바로, 온라인 심리상담. 첫 4회는 무료이고, 더 이어가고 싶은 분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신청할 수가 있다. 예전부터 늘 마음 한편으로 심리상담을 한 번쯤은 받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런 기회가 주어져서 참 감사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생각보다 자신의 심리 건강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나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내가 갖고 있는 문제 또는 상처들을 다루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기도 했고 다른 사람들의 것에 비해 내가 짊어진 짐들이 가벼워 보였다고 할까. 이런 사소한 문제들 쯤이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에 심리상담까지 받아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불안감은 더욱더 커져만 갔고, 지금 내게 주어진 소중하고 귀한 시간을 즐기기는커녕 걱정만 쌓여가는 것 같아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울리라 상상도 못 했다.



떨린 마음으로, 심리상담사의 전화를 기다렸다.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또는 정말로 나에게 도움이 될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고 있을 때, 그녀의 얼굴이 화면 속에 나타났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처음 보는 이 낯선 사람 앞에서 울리라고 상상도 못 했다.


그녀는 친절한 목소리로 나에게 상담을 신청하게 된 이유를 물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나를 괴롭히고 힘들게 하는 문제인, 특정한 상황에만 찾아오는 사회공포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 주목받는 게 두려운 나 자신을 설명하려는 순간, 깊숙이 묵혀 두었던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게 느껴졌다.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어 보려고 노력해 봤지만, 그녀의 따듯한 말 한마디에 모든 감정이 순식간에 터져버렸다. 주체할 수 없는 울음, 언제 이렇게 울어봤었나 라는 생각과 함께 창피함이 몰려왔다. 아무도 찾지 못하게 꽁꽁 숨겨두었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을 고백하는 순간, 마치 발가벗은 몸을 보인 것처럼 수치스럽고 기분이 묘했다. 그녀가 건넨 위로는 아주 단순했다.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의 생각 또는 감정에 귀 기울여 보세요.
'나는 지금 이것을 하고 싶은가?'라고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 보세요."



34년을 살아오면서 한 번이라도 이런 질문은 내게 던저본 적이 있었는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없었던 것 같다. 상황에 따라 사람은 달라졌었지만, 어린 시절부터 누군가에게 의지하며 살아왔다. 직설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살아왔다고도 할 수 있겠다. 나의 삶이 아닌, 다른 이들을 만족하기 위한 삶.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당연할 줄로만 알았다.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나 자신을 잃은 채 살아보다 보니, '나는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 대신, '나는 해야 해'라고 말하는 습관이 생겼다. 타인에게 비칠 내 모습이 완벽하길 원했다. 그리고 이 말도 안 되는 생각이, 불안을 유발하는 이유 중 하나라는 걸 깨달았다.



그렇게 나의 첫 심리상담은 끝이 났다. 가까운 친구 또는 남편에게 조차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처음 본 사람에게 털어놓았다. 때론 모르는 사람 앞에서 나 자신을 드러내는 게 더 쉽다고 하던데 맞는 말인 것 같다. 상담을 하면서 수치스럽고, 어색하고, 불편했지만 마치고 나니 홀가분한 기분도 들었다. 이 시간을 통해 '나'를 보았다. 나를 인정하고 사랑하는 삶에 한걸음 더 가까이 가지 않았나 싶다. 남을 의식하기 전에 내 감정을 돌아보고, 나 자신과 솔직해지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타인의 눈에 비친 우리의 삶은 그리 특별하지도 그리 불행하지도 않을 수 있다. 누군가는 '대단한 문제도 아닌데 무슨 심리상담이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는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상처가 있기 마련이다. 아주 작은 먼지가 눈에 들어가면 불편하듯이, 아주 사소한 문제 또한 우리의 일상을 흔들어 놓을 수 있다. 심리상담을 받는다고 문제 있는 사람으로 취급하거나 또는 연약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한다. 몸이 아플 때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마음이 불편하다면 그리해야 하는 게 당연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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