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열정을 키워준 피아노

by 고아함


꿈과 열정은

인생의 허무를

잊게 해 준다.




잔잔한 바다의 물결과 파도가 피아노 선율 속에서 햇살에 반짝반짝 빛났다.

한 소녀의 손길을 타고 흐르는 피아노 명곡 '은파'에서.

대학생이 되어 겨우 피아노 초보 단계인 바이엘 교본을 배우고 있는 자신은 언제 저런 곡을 연주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곡이 너무 아름다워서, 그 곡을 연주하지 못하는 자신이 슬퍼서.


그때부터 꿈을 꾸었다. 언젠가 아름다운 곡을 피아노로 연주해 내리라는 꿈을.

그 후 연습 장소를 열심히 찾아다녔고, 첫 월급은 기꺼이 피아노를 사는데 지출했다.


하루 세 시간 연습을 이어갔다.

늦게 시작했기에 쉽지 않은 빠른 손놀림과 명곡 독보력을 위한 노력은 꿈과 열정으로 가득했다.

결과, 마음을 울렸던 명곡들이 드디어 자신의 손길을 타고 피아노에서 흘러나왔다.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 바그너의 '결혼행진곡', 바다르제프스카의 '소녀의 기도', 이바노비치의' 다뉴브강의 물결', 멘델스존의 '축혼 행진곡', 오에스텐의 '알프스의 저녁노을', 모차르트의 '엘비라 마디간', 와이만의 '은파'까지.


'은파'는 아름다운 파도를 느끼게 하는 묘사적 소품이다. 서주(序奏), 주제, 다섯 개의 변주, 피날레(finale)가 있다.

서주 뒤의 주제는 많은 꾸밈음이 있어 눈부시게 아름답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예술은 인간이 꿈꿀 수 있는 고상함과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음악, 미술, 문학은 모두 예술로 통한다.


피아노는 음악 예술을 표현하는 악기로, 맑고 고운 음색이 화음을 이루어, 감미롭게 인생의 고상함과 아름다운 경지를 느끼게 한다.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 '캐논' 같은 곡도 피아노로 연주해 보면 그때마다 무뎌진 감성이 되살아난다.


피아노를 연주하며 가슴에 꿈과 열정을 품었고 충만한 삶을 살았다. 좋아하는 곡을 한곡 한곡 피아노로 연주해내는 성취가 가슴 뿌듯하고 행복하다.


인생이 무얼 해도 육신의 생명이 영원하지 않아 결국 허무라 해도, 좋아하는 것을 성취해 가는 꿈과 열정은 삶에 활기와 추진력을 다.


그 좋아하는 것이 돈과 명성, 권세라 해도 자신의 존재가 사그라지기 전까지 그것을 향해 꿈을 꾸고 열정을 불태우는 건 인생의 허무를 잊는 일이다.


좋아하는 곡을 피아노로 연주하는 시간은 인간으로서 고아해지는 순간이며, 생의 허무를 잊는 시간이다.


노년이 되어 누가 연주해도 중후한 기품과 멋이 느껴지는 피아노.


그 피아노가 이제는 이사 갈 때 추가 비용도 부담해야 하고 거추장스러워 쓰레기장에 버려지는 시대가 되었지만, 아직 피아노를 곁에 둠은 식고 사라진 꿈과 열정이라 해도 그 추억을 아름답게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커버/하 사진 출처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