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듕쌤 Sep 06. 2023

공부 좀 못하면 어때?

인생은 성적순이 아니야

최근 고등학교 친구들과의 모임이 있었다.


2~3년 전에 결혼을 하여 위례의 오피스텔로 이사해 들어간 친구의 집들이 모임이었다.


그 친구의 집에 가는 길에 묘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 하니(가명)가 이런 좋은 집에 살다니.. 역시 살다 보면 볕 들 날이 오는구나.'


가정환경이 비슷한 우리는 전부 가진 것 하나 없이 성인이 되었다. 스스로 돈을 벌어 생활을 했고, 결혼도 하고, 조금씩 모아둔 돈으로 차도 사고 집도 샀다.


비록 서울의 아파트를 갖고 있는 사람은 없었지만 모두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며 살고 있는 친구들이었다.


이제는 만난 지 20년이 다된 친구들을 바라보며 신기한 마음이 들었다.


'학교 다닐 때는 누가 공부를 잘하느니, 누가 더 잘 나가느니 했지만 이렇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사는 건 다 똑같네.'


(출처: unsplash)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 성공한 인생 아니겠는가.


학창 시절, 1등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던 때엔 내가 남들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남들보다 나은 삶을 살 것이라고 자만했고 확신했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니 진짜 경쟁은 이때부터라는 걸 알았다.


모두가 열심히 살았고, 성적이 높다고 그다음 길이 알아서 열리는 것도 아니었다. 학교 타이틀도, 성적도 그저 나를 보여주는 서류상의 한 줄이 될 뿐. 공부를 잘했다는 사실이 내 인생을 탄탄대로로 만들어주지는 못했다.



공부를 잘하고,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하는 이유는 좋은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서가 아니던가? 좋은 학교에 들어가면 좋은 직업을 얻을 확률도 높아지고 좋은 배우자도 만나 여유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기에 기를 쓰고 타이틀을 얻으려고 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나 정작 친구들의 20년 삶을 쭉 돌이켜보면 행복한 삶을 결정하는 건 그 사람이 가진 '특성'이지 공부를 얼마나 잘했는지가 아니었다.



규리(가명)는 학창 시절부터 어른스러워서 친구들이 많이 따르기로 유명했다. 물론 똘똘한 덕분에 학급 회장도 하고 학교 성적도 나쁘지 않았지만 가장 대단한 건 그 친구의 성품이었다.


아무리 기분 나쁘고 어려운 상황에 있더라도 불평 한 번 하는 것을 본 적이 없으며, 친구들이 주구장창 고민을 말할 때에도 귀찮아하지 않고 진지하게 들어줬다. 학교 성적 또한 남과 비교하려 하지 않고 스스로의 목표에만 집중했다.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도 더 높은 사람의 눈에 들어 초고속 진급을 하고 퇴사 후에도 개인적으로 일을 받을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그 오랜 시간 그녀를 만나면서 자기가 잘나서 그렇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을 만큼 겸손함까지 갖추고 있었다.


그녀의 완벽한 성품을 일찍이 알아본 남편은 그녀를 스물여섯의 나이에 데려가 이제는 아이 셋을 가진 부모가 되었다.



그녀의 삶을 보면 항상 '부럽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어쩜 그렇게 타인의 행동에 영향을 받지 않고 흔들림 없이 자기 갈 길만 묵묵히 갈 수 있는지. 그러면서도 주변 사람들을 어느 하나 놓치지 않고 잘 챙길 수 있는지. 너무나도 닮고 싶었지만 나는 그녀처럼 될 수 없었다.


늘 남들은 뭘 가졌는지 끊임없이 나와 타인을 비교했고, 하찮은 말들로 내가 우월하다는 걸 증명받고 싶어 했다. 어떻게든 잘해보려 기를 쓰고 노력했지만 그것들이 내 삶을 성공으로 이끌지는 않았다.



그녀의 성품이 그녀를 성공한 인생으로 만든 것이었다.


인성이 인생을 만든다


스쳐 지나가는 택배기사, 마트 계산원, 텔레마케터들에게도 예의 바르게 행동하다 보면 나의 마음가짐을 바꿀 수 있을까 싶어 작은 행동들도 변화시키고 있다.


생각 없이 툭툭 내뱉던 말들을 머릿속에서 한 번 다듬어 내보내려 하고 있다.


그럼에도 '인성'이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지라 나도 모르게 이기적인 행동이 나온다.


"앞으로 이런 사소한 일은 화내지 말고 넘어가자."


그럴 때마다 나를 질책하지 않고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다짐한다.





일을 천천히 시작하며 좀처럼 어떤 일에 통달하기 힘든 사람이라도 끊임없이 속도를 가한다면, 마지막에는 그 흐름이 어디로 향할지 아무도 모른다. (..중략..) 성공이란 '무엇을 달성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만큼 성장했느냐'에 달려있다.

- 장재형, [마흔에 읽는 니체] 中 -


공부를 못해서, 좋은 학교를 가지 못해서 인생이 뒤처져있다고 생각하는가?


자신의 인생이 뒤쳐진 건 우울함이나 무기력함에 먹혔기 때문이 아닐까? 혹은 지금의 상황에 불평만 늘어놓아서가 아닐까?


늦었다 생각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공부를 시작하자.


1년 공부 잘한 사람보다 10년 꾸준히 공부한 사람이 인생에서는 승자가 되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