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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듕쌤 Aug 28. 2023

일이 좀 없으면 어때?

삶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이전 나의 브런치북, [가난한 자유를 얻어보기로 했습니다]에서 프리랜서는 바쁘거나, 가난하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프리랜서는 일한 만큼 돈을 벌게 되므로 일이 많아 돈을 많이 벌 땐 미친 듯이 바쁘고 일이 없으면 돈이 안 벌어지니 가난할 수밖에 없다. 아마 자영업자도 다르진 않을 것이다.


일이 없으면 뭘 해야 해?


나는 적당히 일을 하기 위해 대체로 주 20~25시간 수업을 고집해 왔다. 하루 4~5시간, 주 5일.


직장인의 입장에서 보자면 꿈같은 삶이 아닐 수 없다.

"하루 4-5시간만 일해도 직장인 월급을 벌 수 있다고??"


그러나 이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정말 꼬박꼬박 수업이 고정적으로 주 20시간이 맞춰지기만 한다면 얼마나 좋겠냐만, 현실은 들쭉날쭉이라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만큼 힘들거나 수업이 없어 팽팽 놀거나 둘 중 하나가 된다.


최근 1~2개월 사이 이민, 이사 등의 이유로 회원의 반이 줄었다.


그 말인즉슨 수업도 반으로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텅텅 빈 다음 주 스케줄표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하아.. 자기야. 나 수업이 너무 없어.."

"너 원래 수업 많이 하면 힘들어했잖아. 별로 없으면 좋지."

"그래도 너무 없는데.."

"방학이라고 생각해~ 너 하고 싶은 거 하면 되잖아~"


신랑은 아주 오랜 시간 학교 스포츠강사 일을 해왔다. 학기 중엔 나처럼 하루 4개 정도의 수업을 하고 방학 때는 행사 진행 등을 하며 아르바이트만 소소하게 한다.


그럼에도 그의 방학이 게으르거나 여유로웠던 걸 나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책을 읽고, 유튜브 편집도 해보고,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는 등 새로운 일을 배우거나 자기 계발을 마음껏 하는 시간으로 활용했다.


"그래! 지금은 나한테 있어서 방학인 거야!"


내게 방학이 오면 하고 싶었던 일들을 떠올렸다. 그동안 바쁘다는 이유로 하지 못했던 것들, 생각만 하고 있던 것들을 하나씩 끄집어내어 하기 시작했다.


1. 필라테스 공부


그동안 나의 필라테스 공부는 단편단편의 집합체였다. 그때그때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에 대해 공부하고 적용했다. 하지만 이번엔 작정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한 분야를 섭렵해 보기로 했다. 주제는 '근막경선 해부학&필라테스'.


센터에 있던 두껍고 어려운 책을 집에 들고 왔다. 하루 딱 1시간, 무슨 말인지도 모를 것들을 눈앞에 두니 난독증이라도 된 듯 글자가 공중으로 떠올랐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다시 공부를 시작한다. 고작 하루 한 시간 공부했을 뿐인데 기분이 좋아 날아갈 것 같았다.


2. 소설 쓰기


나는 올해 초부터 혼자 로맨스 소설을 써왔다. 이래저래 쓴 것만 해도 40편 정도 분량, 200,000자 정도를 썼다. 역시 글은 쓰면 쓸수록 는다고, 부족한 부분들이 보여 보완하고 스토리와 인물을 더욱 탄탄하게 넣어 처음부터 다시 쓰기 시작했다.


하루 한 편의 소설을 쓰고 나면 인생 정말 의미 있게 산 것 같아 다른 아무것도 안 해도 불안하지가 않다.


3. 블로그


그동안 소홀했던 블로그에 다시 들어가 보았다. 생각보다 조회수가 많이 늘었고 새로운 댓글들이 달려있었다.


"저 아는 사람 중에 디스크 재활이 꼭 필요한 사람이 있습니다 ㅜㅜ 어떻게 연락드리죠?"


예전에 나의 디스크 재활기를 적었던 글에 달린 댓글이었다. 비록 이렇게 문의만 툭 던져놓고 대답도 안 하는 사람들을 이미 수두룩하게 봤지만 다시 시작할 힘이 생겨났다.


브런치에 적었던 필라테스 글을 블로그에 옮기는 작업을 시작했다.




직장에 다니다 보면 일이 너무 많아 화가 날 때가 많다.

"어차피 똑같은 월급 받는데 왜 나만 계속 야근이냐고."


하지만 프리랜서, 자영업자가 되면 일이 좀 많았으면 하는 때가 더 많이 생긴다.


"하아.. 오늘도 손님이 없네."

한숨만 쉬며 창밖을 내다보기만 하는 사장은 인생이 무의미하고 우울하게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남는 시간에 해야 할 일들을 찾고 바쁘게 살았던 사람은 손님이 없는 날에도 웃으며 퇴근할 수 있다.


"오늘은 신메뉴 개발도 하나 하고 블로그 글도 두 개나 썼어!! 이렇게 매일 열심히 살다 보면 언젠가 좋은 날이 오겠지?"



삶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어느 금요일, 그나마 없던 수업이 취소되어 수업을 달랑 한 개만 한 날이었다.


"오늘은 요가를 가야겠다!"


요가를 가기 위해 필라테스 공부 1시간을 미리 해둔 뒤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드라마를 보았다.


드라마 시청은 나의 큰 낙이자 취미이다. 요가시간이 되자 요가 가방을 들고 길을 나섰다.


"우와~ 너무 신난다! 나는 공부할 것도 있고, 운동할 데도 있고! 게다가 드라마도 너무 재밌잖아?"


공부를 하지 않거나 글을 쓰지 않을 땐 드라마를 보는 일도 지겨워질 때가 있다. 뭘 봐도 재미가 없고 지겨운 날.


하지만 해야 할 일들을 끝마치고 꿀 같은 휴식시간에 보는 드라마는 그야말로 핵꾸울잼이었다. (맨날 보던 건데 갑자기 왜 이렇게 재밌는지)


요가를 가는 길에도, 다녀오는 길에도 즐거움에 다리가 통통 튀어 올랐다. 요가 가방을 앞뒤로 흔들며 오가는 길 내내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 다시 한번 간식을 먹고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비록 한편을 마무리하지는 못했지만 오늘 하루는 정말 많은 것을 이룬 날이었다.


블로그, 브런치, 공부, 소설, 요가


"부디 내일도 지금의 마음을 잃지 말고 열심히 살자."


완전한 만족에 취해 잠을 청했다.



그대에게는 무엇이 매일매일의 역사인가?
그것을 구성하는 그대의 습관을 돌아보라.
그것은 무수히 많은 사소한 비겁과 나태의 산물인가, 아니면 용기와 창조적 이상의 산물인가?
- 프리드리히 니체 -



나의 요가수련

오늘 하루도 참 잘 살았다.


* 메인 사진: 러닝 하는 나의 모습. 꽤나 즐거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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