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듕쌤 Aug 09. 2023

솔직하지 않으면 사랑할 수 없어.

행복학 개론

일본 드라마 [나기의 휴식]에서 나오는 '가몬'이라는 남자는 동료들 앞에서 "다 그런 게(잠자리가) 좋아서 만나는 거 아니겠어?"라고 맘에도 없는 말로 거들먹거리다 애인에게 차인다.


하지만 여자도 "이런 부분은 싫어"라던지 "나를 있는 그대로 좋아해 줘"와 같이 마음을 표현하지 못해 늘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며 불만을 꾹꾹 눌러왔다.


여자는 점점 하기 싫은 일을 하는 것에 지쳐가고, 남자는 여자를 수동적 도구로만 보게 되니 표면적으로만 유지되는 '그럴싸한 관계'가 되어가던 중이었다.


솔직하지 않으면 사랑할 수 없어.


나는 어린 시절 늘 '밝은 아이'라는 이미지로 살아왔다. 남들에게 싫은 소리 한번 하려면 '뭐라고 말해야 하지..' 수십 번 고민했고,  '날 싫어하면 어쩌나'하는 마음에 대부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가버리고 말았다.


나이가 들고 연애를 하면서도 표현을 잘하지 못하니 괜스레 칭얼거리고 삐지기나 하는 못난 여자가 되어있음을 깨달았지만 내 마음을 어른스럽고도 솔직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원하는 것을 명확하게 표현하지 못하니 늘 꿍해있기만 했을 뿐, 감정의 골이 깊어져 헤어지기 일쑤였다.



마음 표현하기 훈련


직장을 다니던 기간 중, 솔직하지 못해 크게 마음의 상처를 입은 적이 있었다.


내가 잘못한 게 아닌데 상대가 오해한 것을 직장 상사에게 일러바쳤고 상사는 오로지 내 잘못이라고만 판단해 혼을 냈다.


나는 괜스레 핑계만 대는 셈이 될 것 같아 묵묵히 듣기만 했고, 결국 이 상황은 와전이 되어 내가 못된 년이라는 소문이 되어 내게 돌아왔다


억울해해 봐야 이미 지난 일이었다. 솔직하게 말하지 않은 결과였고 내 잘못이라 생각했다.


그때부터 '솔직해지기 연습'을 조금씩 시작했다.


입을 닫으려다가도, '아차 나 솔직해지기로 했지?'라는 생각을 하며 내 마음을 또렷하게 말로 전달하는 연습을 했다.


처음엔 3번 중에 1번도 제대로 성공하지 못했다. '나는 역시 남들한테 맞추면서 살아야 하는 건가 봐'라며 좌절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연습은 점자 효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업무적으로 뿐만 아니라 관계에서도 모든 것에 솔직해지기 시작했고, 타인에게 무조건적으로 맞추는 행위를 점점 하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연애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엔 여전히 꿀 먹은 벙어리가 되기 일쑤였다.



솔직하지 못한 건 어린아이에 머물러 있는 것과 같다.


마치 'peer pressure', 또래의 무리가 하는 그대로를 따라 해야 할 것만 같은 압박을 나이가 들어서도 하고 있는 것 아닐까?


내 연애의 열등감은 "결혼을 해야 한다"는 생각과 이 사람과 헤어지면 혼자서는 외로울 것이라는 두려움에서 기인됐다.


마치 "누구나 다 친구가 있어야 하지만 쟤네한테 미움받으면 난 친구 없는 애가 되잖아"하는 아이와 같았달까.


지금이야 혼자서 밥도 먹고 그리 외롭지 않게 잘 지낼 수 있지만 당시의 난 혼자서는 아무것도 아닌 인간이었다.



나와 상대에게 솔직해지는 것.


이것 하나만 성공시켜도 정말 건강한 관계를 만들 수 있다. 진짜 내가 원하는 것들이 뭔지 발견하게 되고 내 주변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채워지게 된다.


남들에게 미움받을까 걱정이 된다면,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자신의 삶에도 솔직해져야 한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스스로 명확히 말할 수 있게 되면 타인에게도 같은 기준을 확실하게 전달할 수 있다.



혼 전, 신랑을 처음 만날 때 나는 원하는 바를 명확히 전달했다.


"나는 일주일에 5일 정도 운동하는데 그게 싫으면 못 만나요. 그리고 난 영어를 어느 정도 할 줄 아는 남자가 좋아요. 제가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는 편이라서요. 운동을 많이 해서 주변에 남자들이 많은데 질투가 많으면 곤란해요. 쉴 땐 집에서 같이 편하게 푹 쉬었으면 좋겠어요."


이 기준을 신랑을 만나기 전 소개팅을 했던 수없이 많은 남자들에게도 똑같이 전달을 했지만 거의 다 나가떨어졌다.


"아는 남자가 많은 건 싫어요."

"운동 너무 많이 하는 여자는 무서워요."

"전 영어 하나도 모르는데요."

"전 쉬는 날 같이 놀러 다니는 걸 더 좋아해요."


이 남자들을 놓쳐서 아쉽냐고? 아니 전혀.


아마 이렇게 솔직하지 않고 사람을 만났더라면 언젠가 드러나는 서로의 차이 때문에 진작 헤어졌거나 서로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이혼했겠지.


진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람을 원하는지 솔직했기에 나와 꼭 맞는 지금의 신랑을 만나 지지고 볶고 (죽어라 싸우면서도) 행복하게 살고 있다.^^


거르고 걸러 만나도 살다 보면 생각이 맞지 않는 부분이 엄청 많은데, 스스로에게 솔직하지 못하고 대충 잘생기고 그럴싸한 사람을 만나면 생각과 현실의 괴리 속에 상대에 대한 믿음이 와장창 깨어지는 날이 오게 된다.
그리고 스스로를 탓하겠지. "나는 누구를 만날 수 없는 사람인가 봐."라며.


우리는 때때로 자신을 상실하고 또다시 자신을 발견하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 프리드리히 니체 -


우선,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는 것부터 시작하길.


신랑을 처음 만난 날 나의 복장. 처음부터 이렇게 오픈하고나니 서로 운동복만 입고 만나도 불편함이 없었다.


[메인사진: 나기의 휴식 주인공 나기]


[브런치북 가난한 자유를 얻어보기로 했습니다 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